포럼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길, ‘세 발자국’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3. 12. 29. 09:30

‘2023 미디어교육대상’ 수상 소감

written by. 이진석 (덕포초 교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국내 최초로 미디어교육을 시작한 공공 기관으로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포상하기 위해
매년 ‘미디어교육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총 일곱 명의 미디어교육 관련 교원이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이진석 교사의 수상 소감을 전한다.

 

 

나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교육에 힘쓰는 현장 미디어교육 연구자이다.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러한 현장 연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MBTI로 따지면 NP계열이라 두서없이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나는 어린 시절 만화라는 미디어를 아주 좋아했다. 중학생일 때는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으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 만화는 칸과 칸 사이의 예술이라는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 입문서를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직접 이러한 미디어를 만들어 다른 사람을 감동시켜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되지 못 했지만 그래도 만화와 같은 미디어에 대해 교육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아주 조금이나마 지킨 것 같아 다행이다. ‘미디어교육대상’이라, 내가 과연 그런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기왕 이렇게 된 거, 떨리는 기분으로 내가 걸어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발자국 중 그나마 내세울 만한 ‘세 가지 발자국’을 키워드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발자국: 부산미디어리터러시연구회 

  군 전역 후 첫 발령을 받은 학교는 부산의 산만디(‘산마루’의 부산 방언)에 위치한 학교였다. 6학년을 맡게 됐는데 당시 인수인계를 위해 만난 전임 선생님(이 분은 나와 ‘배턴 터치’로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과 당시 6학년 아이들에 대해 특이점이나 주의점 등을 간단히 인수받으며, ‘다음에 만날 수 있을 때 뵈어요’라고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그 다음해에는 나랑 동갑인 선생님이 대전에서 오셨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지금보단) 홀쭉한 얼굴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디어연구회를 함께 이어온 사람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2016년도에 발족한 ‘부산미디어리터러시연구회’는 많은 부침과 소회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며 많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 그리고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2016년과 2017년은 <허위조작정보(당시는 가짜뉴스)>, 2018년은 <혐오표현>, 2020년은 <유튜브 큐레이션>, 그리고 2021년은 <미디어 과의존과 미디어 자기조절>, 2022년엔 <책 읽기 기반 교사 실천 공동체 운영>, 마지막으로 올해는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교육 실천> 등을 주제로 열심히 활동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연구회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현안을 주저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연구하고 공유하고 확산해 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자랑거리는 근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산의 지역 기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끊김 없이 이어지며 연구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조성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의 마중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 발자국: ‘초등 6학년 미디어교육’ 전문가 

  내 교직 경력은 군 경력을 빼면 12년 정도 된다. 그중 6학년만 8년을 맡았으니 이 정도면 6학년 전문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교육도 도전과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도전적으로 실행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이를 6학년 교육과정에 투입해 보는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3년차? 아니 4년차쯤부터였을까? 언젠가부터 연간 교육과정을 머릿속으로 짤 수 있게 됐다. 그때쯤부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성취 기준 기반의 학년 교육과정이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진행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수업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6학년 도덕 수업(자주)과 연계한 ‘미디어 디톡스’ 수업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의 미디어 과의존을 예방하고 나아가 스스로 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을 자기 주도적으로 조절함을 목표로 설계한 뒤 6차시에 걸쳐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현황을 구글 클래스룸 기반의 구글시트에 기록했다.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 현황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진단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의 자기 처방-친구들의 상호 상담 및 격려-새로운 도전 및 기록의 형태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미디어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넘어 미디어 생활이 자신의 일상에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미디어의 사용 목적(즐거움/학습)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수업이었다.

  둘째, 5, 6학년의 국어 교과와 연계된 ‘유튜브 톡!’ 수업이다. 소셜 미디어의 매체 특성과 의사소통 역량을 기반으로 한 이 수업은 현대의 미디어 사용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친구, 가정과의 대화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6차시짜리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했다. 자신이 자주 보는 유튜브 미디어에 대해 친구, 선생님, 나아가 가족들과 PMI 관점으로 분석해 보았다. 이 수업의 중간 과정에서 줌으로 학부모와 미디어 전문가를 모셔서 학생들이 추천하고 분석한 유튜브에 대해 의견을 듣고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셋째, 국어 교과의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한 ‘미디어 리터러시 함께 읽기’ 수업이다. <미디어오늘>의 금준경 기자가 집필한 도서 《소셜 미디어 논쟁》을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소셜 미디어의 매체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저자가 던지는 날카로운 주제에 대해 직접 토론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저자와 부산도서관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미디어 전문 기자의 보다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넷째, 창체 시간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계 ‘미디어운영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실시했다. 미디어를 활용하여 책을 소개하는 북트레일러 활동을 하면서 지역 연계 미디어 강사와 협의하여 ‘스페이셜(Spatial)’이라는 3D 메타버스 상에서 북트레일러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해당 활동을 통해 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강사와 담임교사 간의 긴밀한 수업 협의가 미디어운영학교 속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다섯째, 국어과 뉴스 제작 단원을 위해 부산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문해 보다 실감나는 뉴스 제작 체험을 해보았다.

  여섯째, 6학년 2학기 사회과 2단원에서 배우는 ‘통일한국의 미래와 지구촌의 평화’는 통째로 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하는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과 연계해 수업했다. 교과서 속 대한민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시사에 대해 배우는 본 단원은 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해주는 지역신문이나 e-NIE1)를 활용한다면 훨씬 현행화, 지역화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오늘자 신문을 가지고 뉴스일기를 작성해 보는 공부는 교과서 속 공부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공부를 바탕으로 지도한 학생 중 몇몇 학생이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에서 금상을 타는가 하면, 나도 운이 좋아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곱째, 디지털 시민으로서 연대 의식 함양을 위해 사회 수업이 끝나면 전 세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시민으로서 어린이가 연대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사한 뒤 도덕 교과와의 연계 활동을 했다. 가령 직접 봉사단체에 연락하거나, 2021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메타버스인 게더타운에서 주최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 청소년 선언문’ 제작에 참여해 본다든지, 청소년적십자(RCY)와 연결하여 ‘RCY 우정의 선물상자’를 제작하여 해외에 보내는 등의 봉사 활동 참여 등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미디어 리터러시 동아리에서 실시한 인공지능 기반의 PMI 수업을 소개한다. 올해 우리 연구회의 연구 주제이기도 한 해당 수업은 동아리 14차시 중 5차시 정도로 진행 중인데, 핵심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Interaction)을 실시하고 그 장단(Plus-Minus)을 성찰하여 더 진보된 협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본 수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결과에 대한 성찰은 최종 연구 보고서에 탑재할 예정이다.

 

1) e-NIE: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플랫폼 ‘KPF미카’가 제공하는 미디어교육 툴. 국내 주요 언론사의 뉴스를 수업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신문 보기, 비교 보기, 스크랩북, 수업지도안 자료실 기능 등을 제공한다.

 

 

교육자들의 열정이 있어 밝은 미래 

  

  미디어교육의 길을 걷다 보니 다양한 루트로 각종 요청이 들어왔다. 미디어 교재 개발 및 미디어 현장 지원단 컨설팅 활동,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원고 집필 등.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러한 다양한 요청들을 수락하고 일을 수행하며, 많은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과 대화하면서 누구보다도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상승한 것 같다. 모르면 함께 공부하면서 배웠고 배운 것을 나눠주었으며 또 그것을 다시 공부하면서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라보는 지평이 더욱 넓어진 것 같아 지나고 보니 더욱 뿌듯하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교육에 힘쓰는 현장 미디어교육 연구자이다. 이론보다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연구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러한 현장 연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어린 시절 꿈꾸던 미디어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겠다는 다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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