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인간의 존엄과 사회 공공선을 최우선으로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4. 3. 27. 10:00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개발 ‘인공지능 윤리 교재’ 활용법

written by. 이현경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윤리적, 법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맞추어 인공지능 윤리 교재를 개발해 올 2월 발표했다.
인공지능 윤리 교육이 필요한 이유와 교재 활용법을 소개한다.


 
 

개발된 초중고 인공지능 윤리 교재는 올해 2월 1,905개의 AI선도학교에 배포됐으며

온라인으로도 무료 공개됐다.

‘인공지능 윤리소통채널’ 사이트에 집필진 교사들의 교재 소개 동영상도

함께 업로드하여 교재를 활용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2023년은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의 한 종류인 챗GPT의 열풍으로 시작하여 멀티모달(multi modal) 단계로 진화한 오픈AI의 GPT-4, 구글의 바드·제미나이의 등장까지 생성형 인공지능이 꾸준히 화제가 된 한 해였다. 학부모와 교사들 중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챗GPT와 구글의 바드에 연령 제한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는 얼마나 될까? 구글 바드의 경우, 영화로 치면 청소년 관람불가와 대등한 등급인 18세 이상의 성인이 사용하도록 정책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렇게 연령 설정을 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학부모 또는 교사라면 ‘인공지능 윤리 교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인공지능의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확립함과 동시에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인간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필수적인 교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인공지능 리터러시 등 기술이 진화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리터러시가 너무 많다고 느끼는 교사도 있을 것 같다. 또 이렇게 강조되는 많은 리터러시 간의 개념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주제이므로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리터러시에 대해 정의를 내린 많은 연구가 있지만, 필자가 가장 공감하는 정의는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능적 능력 외에도 AI 시대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통해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세계를 예측해낼 수 있는 능력”(이유미&박윤수, 2021)이다. 여기에 다른 주요 요소를 포함한다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해내는 능력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까지를 포함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의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능적 능력’은 ‘하우(How)’와 관련된 능력이다. 인공지능의 기본적 원리와 활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지식 및 개념을 여러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다음은 윤리적 사고력과 관련되는 ‘와이(Why)’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맥락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 사람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볼 수 있는 상상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존에 학교 현장에서는 컴퓨터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초 소양 교육과 관련된 리터러시 교육이 주가 됐다. 2019년부터 2023년의 기간을 포함하는 ‘제6차 교육정보화 기본계획’에서는 인공지능 교육을 강조하면서 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하우’에 대한 교육이 빠른 속도로 교육계에 편입한 데 비해 ‘와이’ 교육은 현장에서 느리게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윤리 교육 교재 제작 과정 

  올해 2월 공개된 초등·중등·고등 인공지능 윤리 교육 교재는 2020년에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간성’을 최고 가치로 세워진 이 「인공지능 윤리기준」은 국내 인공지능, 윤리학, 법학 등 학계·기업·시민단체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자문과 의견 수렴 과정에 참여하고 공개 공청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윤리기준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인공지능 윤리교육 총론’이 개발되어 인공지능 윤리 교육의 교수학습 방향을 설정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2022년도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가능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과제에 착수했다. 교재 기획과 개발은 연구원 연구진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계신 현직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그림1] 「인공지능 윤리기준」의 3대 원칙 및 10대 핵심 요건 *출처: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

 

 

  교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로 첫째, 학습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실제적 과제와 맥락을 강조한다. 둘째, 특정 교과의 교사뿐 아니라 다양한 교과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교재를 구성한다. 셋째, 문제 해결 중심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인공지능 윤리기준」의 3대 원칙과 10대 핵심 요건을 개념적으로 아는 것뿐만 아니라 체화시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교재는 초등(놀이 중심), 중등(체험 중심), 고등(탐구 중심) 3종으로 구성되며 각 교재마다 학생용 학습 교재와 교사용 지도 교재를 포함하여 총 6권의 전자책(e-book) 형태로 제작됐다.

  초중고 교재는 모듈형으로 개발됐다. 이는 교육시수가 부족한 학교 현실을 고려하여 사회 및 실과, 사회문화, 정보, 기술, 생활과 윤리, 인공지능 선택 교과와 연계해서 활용이 가능하며, 자율활동 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자유학년제, 방과후 자율활동 동아리, 방학 중 캠프 활동 시 교과 외 활용도 가능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초중고 인공지능 윤리 교재는 올해 2월 1,905개의 AI선도학교에 배포됐으며 온라인으로도 무료 공개됐다. ‘인공지능 윤리소통채널’ 사이트에 집필진 교사들의 교재 소개 동영상도 함께 업로드하여 교재를 활용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그림2] 학습자의 인지 수준과 도덕성 발달 특성을 반영한 학교급별 인공지능 윤리 교재 *출처: KISDI, 초·중·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 윤리 교육 교재' 공개. 2023.2.9. [KISDI 보도자료]

 

 

학교 현장의 반응과 활용 현황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라면 이 교재를 어떻게 활용할지, 언제 활용할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재를 만들어도 현장에서 교사들이 사용해주지 않는다면 개발 의도는 퇴색되고 인공지능 윤리 확산이라는 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공개 이후 교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공개 이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선적으로 집필진 교사들의 활동을 보면 향후 인공지능 윤리 교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 교재의 경우 인공지능 기초과목 시수가 따로 편성되어 있지 않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시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우리 주변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사생활이 침해된 사례에 대해 알아보는 활동이다. 중등 교재의 경우에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보는 체험 위주의 학습이어서 실제 학생 대상 수업(예: 인공지능과 피지컬 컴퓨팅의 기초, 소프트웨어와 생활) 교재로 활용됐다. 또한 집필진 교사들은 ‘엔트리를 활용한 인공지능 윤리 교육’을 전국의 초중등 교‧강사를 대상으로 강의하거나 인공지능 윤리 교육 수업 사례를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고등 교재의 경우, 인공지능 기초 교과에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학교 연합 대토론회에서 활용되는 등 다양한 교과에서 심도있는 수준으로 활용됐다(예: 인공지능 딥페이크 만들기와 딥페이크의 빛과 그림자,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인공지능 윤리 교재가 출판되자 언론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 *출처: EBS뉴스, "학교 현장도 'AI 쇼크' …인공지능 윤리 교육 필요성은?" 2023.3.23.

 

 

 

영어 번역으로 글로벌 활용 꾀해 

  이처럼 인공지능이 대중의 품으로 성큼 다가온 때에 작년 한 해 동안 기획해서 공개된 ‘인공지능 윤리’ 교재는 언론에서도 조명될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에서도 도내 모든 학교에 배포하기 위해 교재를 인쇄하여 총 9,500부를 517개교에 배포했다. 올해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교재의 영문화 작업을 진행하여 우리나라의 교육 콘텐츠가 추진력 있게 완성됐고, 이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많은 교사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로 알리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 윤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글로벌 연대에 한국의 K-윤리 교육 콘텐츠가 널리 활용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