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3D 프린팅
출처_전자신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전거를 구매하면 설계도를 내려 받게 된다. 연결된 프린터는 조립만 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 부품들을 입체로 인쇄하기 시작한다. 3D 프린팅이다. 설계도를 내려 받은 소비자는 자신의 습관과 체형, 그리고 미적 취향에 맞게 설계도를 수정할 수 있다. 3D 프린터는 3차원 설계도를 가지고 물건을 입체적으로 인쇄하는 기계이다. 신발, 장난감과 캐릭터 상품, 의자, 집, 의수(義手), 자동차, 인테리어 제품, 집, 항공기와 우주선 부품, 권총, 복제 문화재, 예술품 복제품, 초콜릿, 음식에 이르기까지 3D 프린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은 끝이 없어 보인다. “무엇이든지 만들어내는 산타크로스 머신(Santa Claus machine)”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3D 프린팅을 위한 캐드(CAD)의 설계 모델 (출처_위키피디아)
3D 프린터에 의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예를 들어,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금형(金型)을 제작하여 주물(鑄物)을 찍어내서 제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디지털로 제작된 설계도 파일에 기반하여 특수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가루를 뿌려 재료를 층층이 쌓고 자외선이나 레이저를 사용하여 재료를 굳혀 제품을 만든다. 사포로 연마하거나 색칠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마무리된다. 3D 프린팅의 초창기에 재료는 주로 플라스틱이었지만 점차 종이, 고무, 식품, 금속으로까지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뿌려지는 재료들을 쌓아서 만드는 방식뿐만 아니라 커다란 합성 수지를 둥근 칼로 깎아서 만드는 방식도 있다.
3D 프린팅에 의한 제품 생산 과정
3차 산업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3D 프린터는 3D 시스템즈(3D Systems)의 창업자인 척 헐(Chuck Hull)이 1986년에 최초의 3D 프린터인 SLA1을 내놓으면서 탄생된다. SLA는 척 헐이 액체를 굳혀가며 쌓고 첨가한다는 뜻으로 만든 용어인 “스테레오리소그라피(Stereolithography)”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1983년 3차원으로 물건을 프린트하는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다고 한다. 척 헐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샘플을 좀 더 싸고 빠르게 만들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표준화되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체계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주문에 기반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과 소비체계로 변화할 것을 예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는 3D 프린터에 대해 “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흥미롭게도 3D 프린터를 통해 만든 세계 최초로 만든 물건은 척 헐이 아내에게 선물해 준 찻잔이었다.
3D 프린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척 헐(Chuck Hull) (출처_전자신문)
3D 시스템즈의 ‘3D 프린터로 금속을 조형하는 특허’가 2014년 2월에 끝나면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술과 형태의 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초창기에 20만 달러 정도 하던 3D 프린터의 가격은 매우 다양해지고 1000달러짜리 3D 프린터도 판매되고 있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의 증기기관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부터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의 직물 기기, 증기기관, 제철 기술의 혁신이 일어나고 확산되면서 전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2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혁명을 통해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놓았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3D 프린터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TC)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전혀 새로운 생산 시스템을 통해 3차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주장한다. 1차 산업혁명은 중세봉건의 생산과 경제, 정치와 사회를 무너뜨렸고, 2차 산업혁명은 표준화되고 대형화된 경제, 정치, 사회, 문화를 사용자 중심의 동료적 협업이라는 새로운 생산관계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3차 산업혁명은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3D 프린팅이 가져온 전혀 새로운 변화들
설계도 파일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서 언제 어디서나 다운받을 수 있다. 이제 제조업체들은 상품 설계가 바뀌더라도 생산라인을 교체하지 않는 “설계 혁명”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덕분에 전세계 언제 어디서나 3D 프린터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롭게 선박이나 기차로 부품과 제품을 이동하는 필요가 없는 “유통 혁명”이 시작된다.
설계도 파일은 컴퓨터를 통해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통해 설계도 파일은 끝도 없이 새롭게 변형되어 창조된 설계 파일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누구나 손쉽게 기술을 배워 언제 어디서다 전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의 민주화(democratizing creativity)”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3D 모델링 자료를 받아 밀리터리 같은 미니어쳐 모델이나 피규어를 만들고, 온라인을 통해 자신만의 설계도를 공유하는 마니아들의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수술에 앞서 뼈나 장기를 프린팅하고 세포를 배양하여 3D 프린터로 인쇄하고 이식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전망도 있다. 3D 프린터는 온갖 무기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13년 5월 4일 미국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사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권총의 시험 발사를 성공시켜 설계도면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미국 국무부가 설계도면의 공개를 금지했지만 이미 다운로드 횟수는 10만 건을 돌파한 후였다. 뿐만 아니라 벨기에의 인테리어 제품 업체인 머티리얼라이즈(Materialise)의 생산라인 건물에는 주물제작 설비도 절삭기계도 조립로봇도 기술자들도 없이 수십 대의 3D 프린터가 줄지어 놓여 제품을 만들고 있다. 척 헐의 말처럼 “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겠지만 제조업 노동자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Amazing 3D Pr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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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공병훈 박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연구원으로 그리고 협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와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 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와 비즈니스 그리고 창작과 생산 커뮤니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