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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기사’가 지면구성의 3총사

다독다독 (多讀多讀) 2015. 9. 3. 14:00


1999년 9월 3일자 경향신문


신문 편집의 기본 요령을 익혀두면 여러모로 요긴합니다. ‘사진+기사+제목’이 지면구성의 3총사입니다. 뉴스를 담은 기사, 뉴스를 증명해주는 싱싱한 사진, 거기에 상황을 압축한 헤드라인만 있으면 누구라도 신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신문의 판형도 바둑판 크기의 대판, A3용지 크기의 베를리너판, A4용지 크기의 잡지판 등으로 다양하게 선택 가능합니다. 신문 편집요령은 온라인뉴스 편집, 가족-학교신문 편집, 단행본 편집, 잡지 편집, 소식지 편집 등에 두루 응용할 수 있는 기본기가 됩니다. 


가장 먼저 할 일, 지면의 주인공을 정하라


요즘 신문 1개 지면엔 평균 3~5개의 기사가 배치됩니다. 먼저 톱기사(주연배우)를 고릅니다. 편집이란 경중완급을 따져서 중요한 것은 챙기고 덜 중요한 것을 아깝지만 버리는 절차입니다. 영화를 찍을 때 출연하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적절한 배역을 부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연(톱)도 필요하고 조연(사이드)도 필요하고 엑스트라(단신뉴스)도 필요합니다. 지면에 들어갈 기사들을 뉴스가치(News value)에 따라 분류를 완료했다면 제목을 달 차례입니다. 톱기사 속 주인공이 ‘부활했다’ ‘죽었다’ ‘진급했다’ ‘승리했다’ ‘탈락했다’등 ‘주어+ 동사’ 패턴의 1형식 문장으로 뽑아보세요. 주인공이 ‘아내를 죽였다’ ‘애인을 배신했다’ ‘아들을 구출했다’ 등의 3형식 문장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 말고 자기 나름의 참신한 문장을 하나 건저 올리는 것입니다. 제목 문장을 입력하고 그 밑에 기사를 배치합니다. 제목 글자는 크고 작음을 떠나 9~12자(2~4단어) 안팎으로 다듬습니다. 컴퓨터 조판을 거쳐 가편집된 상태에서 제목은 여러 번 고쳐봅니다. 좀 더 매끄러운 표현으로 단순명쾌한 말로 바꾸다보면 안성맞춤의 제목을 찾게 됩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제작한 뉴욕타임스 게재 광고. 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김치 만드는 방법을 트위터에 올려 큰 화제가 된 것을 소재로 김치 광고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치?’라는 큰 제목에 ‘미셸 오바마도 팬이다’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제목+사진+기사’ 3총사가 단순명쾌하게 배치되었다. 미셸 여사가 직접 올린 트위터 글과 김치 사진을 광고 중앙에 배치해 신뢰도를 높였다. 신문 잡지 홍보물을 제작할 때 누구라도 해볼 수 있는 전형적인 편집틀이다.


지면 구성, 묶고 쪼개고 대비시켜라


1개의 지면에 4개의 기사가 배치된다면 서로 옆집, 아랫집 관계가 발생합니다. 주제가 비슷한 기사들이 2개 이상 있다면 옆집처럼 친하게 묶습니다. 정반대의 주제로 대척점에 있는 기사라면 대칭되게 대비시킵니다. 지나치게 긴 기사는 쪼개서 작은 박스로 나눠 지루함을 탈피합니다. 사진에는 꼭 사진설명(캡션)을 붙입니다. 사진설명은 6하 원칙에 맞춰 압축적으로 작성합니다. 제목 글씨체는 현란한 글씨체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문 제목은 현란한 TV자막과 달리 고딕체과 명조체 2종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톱 제목에만 고딕체를 쓰고 나머지 제목은 명조체로 쓰면 깔끔하게 보입니다. 제목이 안정되면 지면도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미국 서부권 유력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San Francisco Chronicle)’ 2011년 5월2일자 1면. ‘미국, 빈 라덴 잡았다’라는 대형 헤드라인이 인상 깊다. ‘주어+동사+목적어’ 3형식 문장을 구사했다. 오바마(주어)가 빈 라덴(목적어)을 드디어 잡았다는 팩트가 두 개의 사진과 잘 어울린다.


독자의 눈길을 끌도록 시각화하라


지면 속 사진은 반드시 중앙이나 상단에 배치합니다. 사진을 하단에 배치하는 것은 금기사항입니다. 뉴스 지면 속 사진은 창문의 역할을 합니다. 창(窓)은 벽면의 가운데 위치해야 안정적으로 안과 밖을 소통하게 해줍니다. 제목과 기사, 관련 사진은 한 가족처럼 서로 뭉쳐 있어야 합니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 이산가족으로서 별개의 뉴스가 되어버립니다. 관련 요소를 하나로 뭉쳐 네모나게 편집한 것이 ‘블록편집’입니다. 두부 자르듯 반듯하게, 튀어나가지 않도록 기사를 네모틀 안에 배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톱기사가 아니라도 강조하고픈 기사가 있다면 선으로 감아 상자 기사로 만들면 주목도가 올라가 돋보입니다. 


독자가 신문 지면을 보는 순서는 메인 사진, 톱기사 제목, 중간기사 제목, 인포그래픽 순으로 훑어봅니다. 요즘은 신문제목만 읽는 독자가 늘어나서 주제목 다음에 부제목까지 달아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신문사 편집기자들은 이런 독자의 시선 흐름을 고려하여 지면 레이아웃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