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교육

[연재] 해외의 미디어교육 법제 II - 일본, 싱가포르

다독다독 (多讀多讀) 2018. 8. 16. 18:56

지난호의 독일, 프랑스 미디어교육 법제에 이어 일본과 싱가포르의 법제를 소개한다. 본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해외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구 연구」(강진숙·조재희·정수영·박성우, 2017) 보고서를 부 수정·정리한 것이다.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는 왜 고유한 미디어교육법이 부재할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지식을 얻고, 이를 비평·이용·제작하는 디지털 역량은 개인의 힘이 아닌 사회적 환경의 힘이다. 사이버 공간의 위험한 환경과 정의로운 발언들이 악플이나 권력의 개입으로 굴절되는 환경에서 미디어 소수자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와 정책이 절실하다. 이것은 사회적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하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합한 법률이 없으면 개선의 여지가 사라진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미디어교육법의 제정과 입안을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 부처 등의 협력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법체계와 정책기구를 만들어 역사와 전통이 깊은 우리 미디어교육 역사를 기록하고, 급변하는 지능정보 사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독립적이고 고유한 미디어 교육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의 문화부나 교육부는 다른 민간기구 및 정보통신사업자들과의 유기적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본 글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의 미디어교육과 연관된 법체계와 정책기구의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언어 능력 강화 위한 체계적 인프라 구축

일본은 아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특화된 법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학교 교육에 미디어 능력이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특화한과목이 편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어, 사회, 미술, 기술 등 각 교과의 교육 목적이나 내용에 이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신문 읽기나 리터러시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함양을 지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운영된다.

1995년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다양한 시청각매체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등을 교육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하는 미디어교육과 정보교육 등의 활동이 ‘미디어교육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되고, 학교 교육과정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정책 소관부처인 총무성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해독하고 미디어에 접근하여 활용하며, 미디어를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복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각주:1] 

이러한 일본의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법체계는 세 가지 정책적 기조에 따른 정책기구의 활동과 연관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읽고 쓰는 능력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개발하고 지식 문화의 진흥책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 이유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국민 독서량 감소, 신문 구독률 저하 등 활자문화 이탈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2000년 12월 교육개혁국민회의 보고서」에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등 언어교육’을 실시하는 17개의 교육개혁을 제안하였다.[각주:2] 리고 이 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 독서활동과 문자·활자문화 진흥 법률, 정책이 시행되었다. 예컨대, 18세 이하 어린이의 독서활동 추진을 위한 기본 이념을 명시하고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의 책무 등을 정한 「어린이 독서 활동 추진에 관한 법률(子どもの読書活動の推進に関する法律)」 (2001), 문부과학성이 공표한 「어린이 독서 활동 추진 계획(子ども読書活動推進計画)」(2003),[각주:3] 그리고 「문자·활자문화 진흥법(文字·活字文化 振興法)」(2005) 등을 통해 어린이 독서 리터러시의 활성화뿐 아니라 문자·활자문화 진흥을 위한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정비, 대학도서관의 지역 개방, 그리고 민간 도서단체 지원을 행하도록 하였다(박동숙·이경숙·정수영, 2010). 

이 중에서도 학교 교육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개발을 독립적으로 명시한 법률은 「문자 ·활자문화 진흥법」이다. 예컨대, 동법 제3조 3항에서는 ‘학교 교육에서는 모든 국민이 문자·활자문화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전체를 통해 읽기 능력과 쓰기 능력,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기초로 하는 언어능력 함양에 충분히 배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8조 1항과 2항에서는 각각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가 학교 언어 능력 함양에 필요한 교육 방법 및 환경 개선을 위한 교원 양성과 학교도서관의 정보화를 위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미디어 리터러시 법체계는 주로 말하기와 쓰기 등의 언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학교와 도서관의 인적 자원과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문부과학성이 주관하는 각종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법체계와 정책은 주로 2007년에 설립된 공익재단법인 ‘문자 · 활자 문화진흥기구 (文学·活字文化推進機構: Characters Culture Promotion Organization)’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한 예로, 「문자·활자문화 진흥법」 제정 및 시행 5주년이 되는 2010년을 ‘국민 독서의 해(国民読書年)’로 제정하여 다양한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디지털 환경 개선 위한 법률 제정·시행

두 번째는 디지털 역량과 관련해 청소년과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청소년인터넷환경정비법(青少年インターネット環境整備法)」 (2008년 6월 18일 법률 제79호)이 그것이다.[각주:4] 내각부가 주관하는 이 법의 목표는 청소년들이 상황에 적합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고,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동법 제4조(국가 및 지방공공단체의 책무)에서는 ‘청소년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책을 책정하고 시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소년 유해정보 필터링 소프트웨어 이용과 방법에 관한 보호자의 책무(제6조)와 사업자의 필터링 서비스 제공 의무(제17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은 청소년의 디지털 역량 개발과 권리 보호를 위한 보호자 및 사업자들의 의무와 책무 등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이 법률을 정책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발족한 정책기구가 ‘(사)안심 인터넷 만들기 촉진협의회(安心ネットづくり促進協議会; Japan Internet Safety Promotion Association (JISPA)’다. 이 기구는 2009년 2월 27일 ‘1억 인의 인터넷 선언, The Good–net’을 주장하며 정식으로 발족한 단체다. 그 목적은 기업, 교육기관, 민간비영리단체(NPO) 등이 연계하여 더 안전한 휴대전화 및 인터넷 이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인터넷의 보급 및 계발 관련 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미디어교육의 정보 리터러시의 함양을 위한 시행규칙을 규정·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 8번째로 개정된 문부과학성의 「신학습지도요령」에서는 NIE(Newspaper in Education) 활동을 통해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각주:5] 특히 고등학교 국어 교과의 경우,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심화하기’를 주요한 교육 활동으로 명시하여, 신문과 저서, TV 등의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선별·분석 능력을 ‘국어 표현’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문부과학성은 2010년에 「교육정보화에 관한 입문(教育の情報化に関する手引)」을 새로 발표하여 학교 교육의 정보화를 위한 실천 방안을 공론화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정보 이용에 관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시행과 다양한 교과목 수업에 ICT를 활용하여 교육할 것을 강조하는 데 있다.



싱가포르: 건전한 사이버 문화 만들기

싱가포르의 미디어교육은 어떠할까? 싱가포르도 일본의 사례처럼 독립적인 미디어교육법을 제정하지 않고, 기존의 여러 법체계를 적용하여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규제와 규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의 적용과 미디어교육 사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위원회와 교육부, 그리고 정보통신미디어 개발청 등의 미디어교육 기관과 정부 부처의 활동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2012년에 설립된 미디어 리터러시 위원회(Media Literacy Council, MLC)는 미디어 리터러시 및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공교육 강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MLC는 정보통신미디어 개발청(IMDA)이 주도하여 민간 및 지역사회, 그리고 정부의 협력 하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지원한다. 그 내용은 주로 건전한 사이버 문화 구축을 위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개발하는 데 있다. 예컨대, 인터넷 및 미디어에 관한 연구와 동향, 개발에 대한 자문, 미디어 리터러시와 건전한 사이버 문화 구축을 위한 인식 제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있다. 2013년부터는 ‘안전한 인터넷 사용의 날(Safer Internet Day)’을 규정하여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과 관련 기기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기 위한 각종 행사 및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미디어 리터러시 위원회(Media Literacy Council)는 건전한 사이버 문화 구축을 위한 공교육 강화를 목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Media Literacy Council 페이스북> 


2017년 4월부터는 지역 사회에서 디지털 리터 러시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Internet × Youths Better Internet(CFP)’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그 목적은 교육부 산하의 각급 학교와 고등교육기관, 자치단체, 복지봉사단체, 청소년단체 등의 공공단체와 민간 및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한 주요 이슈를 확대하는 데 있다. CFP 프로젝트를 위한 주요 이슈는 Google, Garena, MyRepublic, Facebook, Mediacorp 등과 연계하여 공동기금, 멘토링, 교육을 통해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사회적 확산을 꾀하는 여러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한편, MLC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을 위한 지침서인 「Media-Wise: a SMART guide for YOUths」(2015)를 발행하여 ‘안전하고 스마트하며 친절한’ 디지털 네티즌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용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주의해야 할 법에 관한 지식과 영향력을 설명한 부분이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표 1>과 같다. 



사이버 공간 속 어린이 보호 방안 모색

두 번째로, 사이버 웰니스 운영 위원회(The Inter-Ministry Cyber Wellness Steering Committee, ICSC)의 활동이다. ICSC는 교육부, 미디어진흥청, 산업진흥청 등이 참여한 통합기구로서 민간, 정부, 학계의 협조 아래 사이버 공간의 어린이 보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서 지향하는 사이버 웰니스란, 인터넷 이용자의 긍정적인 웰빙(well-being)을 가리키며, 이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윤리적, 법적 문제뿐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인터넷 이용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한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의 긍정적 이용을 위한 비영리사업이나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등을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의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 MOE)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교육 활동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형태의 정보와 미디어에 접근(access), 분석(analyse), 평가(evaluate), 창작(create)하는 능력’이다.[각주:6] 교육부는 미디어 개발청(Media Development Authority)과 협력 하에 ICSC의 지원을 받아 「사이버 웰니스 학생 대사 프로그램(The Cyber Wellness Student Ambassador Programme, CWSAP)」[각주:7]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및 사이버 웰니스를 주제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컨퍼런스다. 예컨대, 2015년에는 두 차례 개최되었는데, 3월 25일에는 약 1,000명의 학생과 300명의 교사, 250명의 학부모가 참가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 등이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6월 3일에는 170명의 예비 대학생들이 참여하여 네티켓과 인터넷 규범, 소통에 대해 강연, 패널토론, 학생 참여 토론 등이 진행되었다. 또한, 2016년에는 사이버 웰니스 장소를 개설해 사이버 패트롤 직원들과 학생 대사가 매월 업데이트하는 관련 정보를 학생들이 직접 읽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에서 학생 대사들은 사이버 웰니스 이슈 중에서도 사이버 불링이나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와 인식에 관해 또래 교육을 실시하였다.

일본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별도의 미디어교육법이 부재하지만, 문부과학성과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구와 사업자 등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문해 능력과 정보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문자의 해독 및 쓰기 능력을 토대로 ICT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역량의 기본 요소를 설정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중심의 활동

싱가포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시 일본의 사례처럼 독립적인 법체계가 부재하지만,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법제 적용과 교육, 프로젝트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어린이 보호 정책과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사이버 환경개선을 위한 사이버 웰니스 정책을 핵심 사업으로 주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사이버 웰니스 대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와 또래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1. http://www.soumu.go.jp/main_sosiki/joho_tsusin/top/hoso/kyouzai. html [본문으로]
  2. 교육개혁국민회의(2000). 「교육개혁국민회의 보고: 교육을 바꾸는 17개의 제안」 (http://www.kantei.go.jp/jp/kyouiku/houkoku/1222report.html) [본문으로]
  3. 문부과학성은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에 근거한 시책에 필요 사항을 정하기 위해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에 관한 기본계획(子どもの読書活動の推進に 関する基本的な計画)」을 두 차례 발표했다. 1차(2002.8)(http://www.mext.go.jp/a_menu/sports/dokusyo/hourei/ cont_001/003.pdf), 2차(2008.3)(http://warp.ndl.go.jp/info:ndljp/pid/286794/ www.mext.go.jp/b_menu/houdou/20/03/08031005/001.htm). ) [본문으로]
  4. 「청소년인터넷환경정비법」 http://law.e-gov.go.jp/htmldata/H20/ H20HO079.html [본문으로]
  5. NIE-教育に新聞を(NIE-교육에 신문을) 홈페이지 중, 「신 학습지도요령과 NIE」 ‘http://nie.jp/study/’ [본문으로]
  6. https://www.moe.gov.sg/docs/default-source/document/ education/syllabuses/english-language-and-literature/files/ english-primary-secondary-express-normal-academic.pdf [본문으로]
  7. https://www.imda.gov.sg/infocomm-and-media-news/buzz- central/2015/7/engaging-students-in-cyber-wellnes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