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교육

“미디어교육” 한목소리 내는 ‘정부-학교-언론사-시민’

다독다독 (多讀多讀) 2019. 9. 4. 17:53

 

프랑스 클레미의 ‘언론 주간’ 30주년 행사

 

프랑스의 대표적 전국 미디어교육 행사 ‘언론 주간’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국립미디어교육센터 클레미가 주최하는 '2019 언론 주간’의 다채로운 행사를 살펴본다. 

 

 하서린 (다큐멘탈리스트)

 

 


 

 

프랑스 ‘2019년 언론 주간’ 포스터. <사진 출처: 클레미 홈페이지>

 

프랑스 국립미디어교육센터 클레미(CLEMI)가 주최하는 제30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la Semaine de la Presse et des Media dans l’Ecole, 이하 언론 주간)’이 지난 318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한편 이번 언론 주간이 열린 같은 기간에 유럽위원회 역시 제1유러피언 미디어 리터러시 위크(European Media Literacy Week)’ 행사를 열어 디지털 시대 국제 뉴스의 현황과 쟁점 등을 살펴보았다. 4월에는 캐나다 퀘벡에서도 클레미와 파트너십을 맺고 첫 언론 주간을 개최하는 등 미디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 참가자

 

올해 언론 주간의 주제는 국경 없는 정보(L’information sans frontières)’1) 였다. ‘국경이라는 단어는 두 나라 사이의 경계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사물이 분간되는 한계를 뜻한다. 이처럼 이번 주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첫째는 정보의 세계화다.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을까?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든 정보는 중요할까?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두 번째는 거의 즉각적인 정보의 확산에 대한 위험과 경계다. 사람이 물리적 국경을 넘어가면 반드시 확인이 이루어지는데, 정보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확인 작업을 하는가? 한다면 주체는 누구인가? 모든 정보가 국경을 넘는가? 등이다.

이번 주제를 통해 클레미는 미디어 및 정보 교육과 관련된 쟁점 일체에 대답함과 동시에, 학생들로 하여금 지리, 경제, 사회, 정치, 기술, 문화적 공간에서의 정보의 한계, 영속성, 빈틈과 쇠퇴에 대해 의문을 던지도록 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시스템을 이해하고 비판적 판단 능력을 형성하며, 뉴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학생을 돕는 것이 언론 주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18,240(2018년 대비 740개 증가) 학교, 400만 명의 학생과 23만 명의 교사가 언론 주간 행사에 참여해 참가 규모 면에서 기록을 갱신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활용 및 관련 쟁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아틀리에, 게임, 영상 상영, 허위정보 추적,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고 전시, 견학, 대담 등 30여 차례의 대중 행사가 프랑스 곳곳에서 열렸다. 미디어 전문가와 학생들의 만남도 5,000건 이상 진행됐으며, 나아가 스위스, 벨기에, 리투아니아 등 해외에서도 세미나, 라운드 테이블이 기획됐다.

올해의 언론 주간을 위해 클레미는 국경 없는 정보?’, ‘정보의 세계화’, ‘개인정보에서 빅데이터까지’, ‘정보의 경계에서: 새로운 포맷4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교육 가이드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했다. 이 가이드는 각각의 주제와 연관된 미디어 현상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자료와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 예시 자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주제인 정보의 세계화섹션은 정보 자료인 정보의 세계화: 유토피아 이후, 현실’, 교육 자료인 망명한 기자 만나보기국제 언론이 바라본 시사 문제 연구’, 예시 자료인 국경 없는 허위정보: 오스트리아의 예로 이루어져 있다. ‘국제 언론이 바라본 시사 문제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언론에서 다룬 같은 주제의 세계적 이슈 보도를 두고 제목, 기사의 길이, 관점, 삽화, 정보 출처 등의 비교를 통해 기자는 어떻게 기사를 썼는지, 직접 사건 현장에 가보았는지, 믿을 수 있는 기사인지 등을 분석하도록 돕는다.

클레미는 또한 보충 교육 도구로 미디어교육을 위한 시리어스 게임인 탐사 교실’, 데이터 및 정보의 새로운 포맷에 관한 웹 시리즈인 데클릭 크리티크(Declic’ Critiques)’의 새로운 에피소드,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이 모바일 콘텐츠 이용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돕는 모든 화면의 가족(La Famille Tout-Ecran)’ 개정판을 출간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뉴스 읽기(Lire l'actualité)’라는 제목의 온라인 연수 과정 또한 개설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시스템을 이해하고 비판적 판단 능력을 형성하며, 
뉴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학생을 돕는 것’이 언론 주간의 목적이다.

 

 


 

 

유수의 언론사들도 적극 참여

 

올해 언론 주간에 함께 한 기관들은 1,812개로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라디오, 텔레비전은 체험 견학, 아틀리에, 마스터 클래스 등을 진행했으며, 100만 부 이상의 신문과 잡지가 학교에 무료 제공됐다.2) 기자, 편집, 일러스트레이터, 인포그래픽 전문가, 웹 마스터, TV/라디오 진행자, 앵커, 오디오 엔지니어 등도 각 학교를 찾아 행사에 참여했다.

주간지 쿠리에 엥테르나쇼날(Courrier International)그림으로 하는 수업이라는 아틀리에를 열어 국경 없는 정보라는 주제의 만평에 중학생들이 설명을 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교나와 쿠리에 엥테르나쇼날 기자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만평 설명은 해당 언론사 웹사이트에 게재되고 잡지에도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됐다. 클레미와 기자의 집(La Maison des journalistes)’이 공동 진행한 망명 기자와의 만남은 고국에서 추방된 해외 기자들과 고등학생의 만남인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는 모리타니, 예멘, 파키스탄, 이집트, 시리아, 짐바브웨, 기니 출신의 기자들과 만남의 장이 10회에 걸쳐 마련됐고, 이를 주제로 공영방송인 라디오 프랑스에서 특별 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오프라인 행사 외에도 AFP는 사진, 영상, 인포그래픽 자료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아랍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6개 언어로 제공했고, 유료 미디어 비평 매체인 아레 쉬르 이마주(Arrêt sur Image)’는 자사 사이트 전체를 무료로 공개했다. 프랑스 민영방송 TF1 그룹의 역사 채널과 우슈아이야 채널3) 은 영화, 다큐멘터리, 시사 잡지에 한해 1년간 무료 이용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밖에 르몽드는 두 달 무료 이용을, 뉴욕타임스는 자사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 비디오, 팟캐스트, 블로그에 대한 6주 무료 이용을 허용하는 등 20개 이상의 언론사 및 기관 파트너들이 정기 구독자만 접근 가능한 디지털 자료를 일정 기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언론 주간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가 주제별 교육 자료를 제공했다. 다타고라(Datagora)4) 는 학생들에게 통계 데이터의 다양한 생산자, 출처 상호 참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신뢰할 만한 출처라 하더라도 사용된 통계 방법에 따라 수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서비스인 체크뉴스(CheckNews)’는 언론 주간을 맞이해 특별히 중고생 코너를 마련했다. 1주일 동안 체크뉴스팀은 정치 뉴스뿐만 아니라 과학이나 문화 등 학생들의 질문에 텍스트 및 영상의 형태로 답을 제공했다. 20세 미만의 독자를 위한 시사만화 매거진 TOPO인터넷을 파괴할 수 있을까?”라는 기획 기사를 마련해 정보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클레미의 교육 자료를 활용한 이 기획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유통되는 방식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해주며, 만화로 된 정보의 해독에도 활용 가능하다.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서비스인 ‘체크뉴스’ 페이지. <사진 출처: 체크뉴스 홈페이지>

 

 

미디어교육 힘 실어주는 정부

 

미디어교육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디어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교원 양성 과정 및 연수 과정의 개혁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디어교육 관련 재정 지원을 2배로 늘렸다. 미디어교육에 도움을 주는 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디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문화부는 또한 지난 529, 150만 유로 규모의 미디어교육 국가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공개 입찰을 시행했다.

한국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도서관, 공공기관, 학교 등 다양한 단체 및 기관에서 관련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프라가 빈약하고 무엇보다 교육 당국의 관심이 충분히 않아 보인다. 지엽적, 산발적 시도에 그치지 않도록 관련 정부 부처를 비롯해 언론사와 유관 기관, 시민단체, 교육 관계자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밑그림이 그려지길 바란다.

 


1) 수 년 전부터 클레미는 2회 연속 같은 주제로 언론 주간을 진행해왔다.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에는 정보 습득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고 2015~6년 주제를 ‘정보 습득, 배워야 알지!(S’informer, ça s’apprend!)’로 정했다. 2017~8년의 주제는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였는데 당시 언론 주간의 대성공으로 정보 확산 과정, 출처 식별 및 신뢰성 검증에 있어서 교육 공동체의 관심을 확인했다.

 

2) 무상, 다원주의, 자원봉사가 언론 주간의 창립 원칙이다. 우체국과 언론사 파트너의 참여로 디지털 교육 자료가 다양해졌으며, 100만 부의 신문과 잡지가 각 학급에 무상으로 배포된다.

 

3) 우슈아이야 TV는 자연, 생물다양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채널이다.

 

4) ‘다타고라’는 프랑스 그랑제콜 중 하나인 파리정치대학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이다. 허위정보의 범람 및 주요 뉴스 매체에 대한 불신의 증가로 그 필요성이 대두된 공공 대담에 유용한 통계(예: 실업, 선거, 이민 등) 자료에 대한 접근을 대중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