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기사,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2. 5. 16. 18:22

경제 기사,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

정확한 개념파악이 중요한 경제 기사 읽기

경제 기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경제 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 구조만 보면, 정치 기사 등 보다는 훨씬 쉽다.

각종 복선이나 숨겨진 의미를 억지로 분석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정확한 개념 파악이라는 허들만 넘으면 경제 기사만큼 쉬운 분야도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확한 경제 기사를 쓰고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첫째, 경제 용어를 일상용어처럼 해석하지 말자.

둘째, 모르는 경제 개념을 내가 아는 일에 비유해서 이해하지 말자.

셋째, 다른 언론이 썼다고 따라 쓰지 말자.

 

 


 

 

경제 기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경제 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 구조만 보면, 정치 기사 등 보다는 훨씬 쉽다. 각종 복선이나 숨겨진 의미를 억지로 분석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정확한 개념 파악이라는 허들만 넘으면 경제 기사만큼 쉬운 분야도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확한 경제 기사를 쓰고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경제 용어를 일상용어처럼 해석하지 말자.

경제 용어들은 정확한 개념을 지닌 고유명사다. 일상용어와 동일한 단어로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가 아는 일상용어처럼 쓰면 안 된다.

 

경제용어의 가장 기본인 국내총생산액(GDP)로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3.8%”라는 기사 제목이 있다. GDP를 우리말로 ‘국내총생산’이라고 하니 삼성전자의 생산액인 매출액에 대한 비중을 구하면 될 듯도 하다. 그러나 GDP의 의미는 모든 개인과 기업이 생산한 총생산량을 단순히 합산한 개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 국가의 ‘최종’ 생산물의 합이다. 최종 생산물이란 말은 중간재 가치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반도체가 중간재로 쓰이면 이는 최종생산물에 누락이 된다. 그래서 중간재까지 고려하고자 한다면, 각 생산단계별 부가가치의 합이 GDP가 된다.

GDP = 모든 최종 생산물의 가치의 합 = 각 생산단계별 부가가치의 합

 

결국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GDP에 차지하는 비중을 구하고자 한다면, 매출액이 아니라 부가가치에 대한 비중을 구해야 한다. 삼성전자 매출액이 280조원이지만 삼성전자의 부가가치는 약 110조원이다. 280조원이 아니라 110조원을 우리나라 GDP로 나누면,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13.8%가 아니라 5.7%다.

 

이런 비슷한 일은 매우 많다. 정부 재정용어의 가장 기본인 ‘예산’이란 단어도 보자. 일상생활에서 예산이라는 단어는 그냥 정부 지출액을 뜻한다. 그러나 재정학 교과서상의 ‘예산’이라는 단어는 기금 지출을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의 합이다. 결국, 정부 복지 예산은 200조원이라고 말하면, 정부 복지 지출액 중에서 기금을 통해 지출하는 돈은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지출의 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 중에서 정부 지출액에서 굳이 기금 지출액을 제외한 복지지출 규모만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일반회계든 기금이든 구분할 필요 없이 정부 복지지출액 규모 전체를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예산이라는 단어에 기금까지 포함해도 일반 독자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 공식 문서에 있는 ‘예산’이란 단어를 잘 못 해석할 때 발생한다. 정부 공식 문서에 사회복지 지출액이 아니라 사회복지 예산액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는 기금 지출액이 제외되었을 확률도 높다. 예산이란 단어가 정부 공식문서에서 나오면, 여기에 기금 계획액이 포함된 숫자인지 아닌 숫자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정부 총지출이라는 단어도 주의해야 한다. 총지출은 정부의 모든 지출을 총합한 지출이 아니다. 이런 경제용어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총지출의 정확한 정의가 있으니 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지출은 ‘총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정부 ‘총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일반정부지출’ 이라는 국제 비교에 쓰이는 개념에서는 복지지출에 포함된다.

 

경제 기사를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물론 전문가가 아닌 기자가 모든 경제 용어를 완벽히 다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경제용어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내가 경제용어를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 경제개념을 일상용어처럼 해석하고 잘못 쓰는 기사를 줄일 수 있는 출발점이다.

둘째, 모르는 경제 개념을 내가 아는 일에 비유해서 이해하지 말자.

중앙정부 재정 운영의 원칙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나는 중앙정부 재정 운영의 원리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가정살림 원리는 잘 안다. 가정살림 원리는 뻔하다. 내가 수입이 늘면 소고기도 좀 사 먹어도 된다.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여서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한다. 수입이 줄어도 가능하면 빚은 안 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국가재정 운영은 가정 살림과 정반대다. 국가는 내수가 안 좋아서 세수입이 줄면 오히려 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내수가 좋아 세수입이 늘 때는 차라리 지출을 좀 줄여도 된다. 그런데 ‘세수가 줄었는데, 지출을 늘리는 정부’와 같은 기사 제목이 자주 보인다. 내수가 안 좋아서 세수가 줄었을 때는 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로 정부 재정 운영의 원칙이다. 세수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려 한다면 당연히 국가부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언론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지나친 국가부채 증대를 지적하는 언론도 필요하다. 다만, 세수가 줄 때는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하는 국가 재정의 원칙은 이해한 이후에 지나친 지출 확대를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수가 줄었는데 지출을 늘렸기 때문에 문제라고 기사를 쓰면, 가정살림 원칙과 국가살림 원칙을 혼동한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빚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국채는 적을 수록 좋다는 인식은 나라 살림이랑 가정 살림을 혼동해서 생긴 오류다. 국채는 우리나라 채권 시장 거래량의 70%를 차지한다. 민간시장에 채권을 공급해서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돌아갈 수 있게끔 한다. 신용을 창출해서 민간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국채라는 종이를 주고 민간자금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다. 국채로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민간에 재투자된다. 신용이 창출된다는 얘기다. 민간은 국채라는 자산을 얻고 국가는 국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다시 민간에 다양한 형태로 공급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채 이자 비용을 지출한다. 그러나 창출된 신용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즉, 민간에 재투자되는 국가 명목경제성장률이 국채 이자율보다 높으면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은행에서 3% 금리를 통해 빌린 돈을 4% 예금에 넣을 수 있다면 무조건 많이 빌릴수록 이득이다. 풀 대출을 땡겨서 전액을 4% 예금에 넣어야 한다. 4% 예금이 과연 안전한 예금인지를 의심하는 것은 좋다. 그러니 부채를 통해 하려고 하는 사업이 과연 부채이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경북대 나원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명목경제성장률(g) >국채이자율( r) 인 연도가 주요 선진국 대비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국채 공급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서 사회적 최적 효율 달성에 가장 크게 실패했다는 의미다.

 

지방정부 재정 운용원칙은 중앙정부와 또 다르다. 지방정부 재정 원칙은 균형재정이다. 수입이 1조면 1조를 쓰고 2조면 2조를 써야 한다. 중앙정부처럼 적자재정을 펼쳐도 안 되지만 가정 살림처럼 저축 하는 것도 원칙에 맞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재정자립도가 떨어졌다’는 기사는 잘못된 기사다. 어차피 균형재정에 따라 전체 세출 규모는 세입 규모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면, 다른 지출을 줄였거나 남는 돈이 있었다는 얘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라 돈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특히, 1인당 국가채무라는 기묘한 개념은 이제는 쓰지 말아야 한다. 국가채무가 1천조원이라고 하면 사실 느낌이 안 온다. 그래서 언론은 대한민국 국민 수로 나누어 1인당 국가채무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는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했다면 그 채권자는 누구일까? 대한민국 정부 국채를 구매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외채로 100% 조달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수로 나눈 1인당 채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인 대한민국 국민 수로 나누어서 1인당 국채가 2000만원이라는 것은 무슨 기적의 논리일까?

 

이는 비유를 하자면, 내가 내 와이프에게 돈을 100만원 빌렸는데 우리 가족 1인당 채무가 50만원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과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국채는 모두 후손이 갚아야 할 빚이다.’라는 표현도 이제는 하지 말자. 우리나라 국채가 100% 외채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 80%가 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20% 가까운 국채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순채권 국가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국 자산이 외국인이 보유한 우리나라 자산보다 더 많으니 외국인 보유 부분은 ‘퉁쳐도’ 될 듯하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내 와이프에게 100만원을 빌렸는데 과연 내 자식이 그 빚을 갚아야 할까? 내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라면, 그 부담은 내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와이프에게 빌린 돈이라면 내 자손이 갚을 필요가 없다. 내 자식은 내 애이기도 하지만 채권자인 내 와이프 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채 보유 권리는 상속이나 매매를 통해 우리의 후손에게 전달된다. 우리 후손은 채권자의 후손이기도 하다.

 

사실 100% 외채라고 해도 우리 후손이 갚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국채의 약 40%는 돈이 모자라서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을 구매하고자 발행하는 ‘금융성 채무’다. 쉽게 말해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한 돈을 써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달러 같은 자산을 구매한다는 의미다. 대변에 국채 10조원이 생기면, 차변에는 대응되는 달러 자산이 발생한다. 결국 이러한 빚을 갚는 것은 우리의 후손이 아니다. 대응되는 자산 그 자체에 상환능력이 존재하게 된다. 내가 은행에서 빌린 10억원을 써서 없애면, 내 자손이 그 빚을 떠안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10억원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구매했다면 내 자손이 10억원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를 팔아서 갚으면 된다. 요즘처럼 환율이 상승하면, 국채이자보다 환율상승 이득이 더 크다. 후손들에게 오히려 이익을 줄수도 있다. 하물며 와이프에게 빌린돈으로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이를 내 자식이 갚아야 할 빚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해는 하지 말자. 국가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부채 규모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는 있다. 지나친 국가부채를 지적하는 언론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1인당 국가부채’ 또는, 국가부채는 ‘우리 후손이 모두 갚아야 하는 빚’이라는 식으로 잘못 표현하지 말자는 얘기다.

셋째, 다른 언론이 썼다고 따라 쓰지 말자

매년 예산안이 반복될 때마다 많은 언론은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2022년 예산안은 물론,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2017년 매년 반복되는 표현이다. 2017년도에 슈퍼 예산안이라는 표현을 쓰니 그 이후에는 ‘초슈퍼예산’ 등으로 더 센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슈퍼예산이라는 근거는 사상 최대규모, 또는 사상 최초로 500조원, 600조원을 초과했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매년 커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매년 최대규모를 갱신하는 것은 정상이다. 경제가 수축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가지출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니 매년 사상 최초로 xx조원이 된다는 것은 마치 올해는 사상 최초로 2022년이 되었다는 기사 제목 만큼이나 어색한 일이다.

 

슈퍼예산이라는 말은 정상범위(normal)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만일 사상 최댓값을 기록하지 않은 예산 규모라면, 그것이 정상범위를 벗어난 규모가 된다. 그래서 정부 지출 규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정수치는 사상 최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증감률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2022년 예산안의 증감률은 2021년은 물론 2020년, 2019년보다도 적다. 증감률이 3년 연속 감소하는 상황을 정상범위를 벗어난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다. 특히, 당시 경상성장률(5.4%)보다도 적게 증가한(3.7%) 상승하여 긴축 재정을 펼쳤던 2017년도나 31.2조원의 역대급 흑자를 기록할 정도의 긴축 재정을 펼쳤던 2018년도에도 언론들은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다.

 

결산이 나온 지금은 2017년도, 2018년도는 긴축재정이라고 평가가 사실상 끝났다. 그러니 긴축재정을 확장재정이라고 표현했다면 오보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정상적인 긴축이나 확장범위조차 벗어난 ‘슈퍼예산’이라는 ‘슈퍼 오보’를 제목에 실었다. 개인적으로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른 언론들이 다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긴축예산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언론이 다 틀렸다고 나도 틀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예산이라고까지 하기 싫으면 확장예산안, 또는 확장적 예산안 정도로 조금 덜 틀리는 방법도 있다. 최소한 슈퍼예산이라는 근거라도 만들어보자. 사상 최댓값이라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년 GDP를 발표하면서 사상 최대라며 ‘슈퍼 GDP’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정규직이라면 매년 오르는 연봉을 보고 “슈퍼 연봉’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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