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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다양성의 가치’ 가르치자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3. 6. 15. 11:55

 

미디어의 소수자 재현: 노인과 장애인

written by.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와 미디어 콘텐츠 속에는 의외로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은 주로 노인,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향하고 있다.
비장애인, 남성 등 주류의 시선으로 이들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미디어 바로 알기> 다섯 번째 순서는 바로 미디어의 소수자 재현의 문제점을 들여다보았다.



우리가 매일 시청하는 미디어 속 노인과 장애인의 모습은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된 가공의 이미지이다. 다양한 현실의 모습이 아닌 하나의 전형적 이미지로 재현될 경우,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이 강화되어 공동체 사회의 다양성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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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드라마나 인터넷 뉴스에는 매일 사회적 소수자(social minority)들이 등장한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면 소수자가 된다. 나이듦은 젊은이와의 관계에서 노인을 주변인이자 약자로서 규정하는 기준자이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법·제도적 보호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노인의 모습이 사회적 통념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 그것은 사건이 된다. 즉 가족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다하는 노인이 아니라 톡톡 튀는 언사나 자유분방한 태도를 보일 경우, 노인 여성이 화장법과 스타일을 고민하며 유튜브 영상을 진행할 경우, 사람들은 전형적 모습과 다른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조소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는 뉴스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로 재현되며 이로 인해 시청자의 인식과 판단은 한 방향으로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상이 무의식의 흐름과 맞물릴 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체화되고 자연스러운 사회적 통념이자 판단의 기준자가 된다.

  그러면, 사회적 소수자는 누구인가? 미디어가 사회적 소수자를 어떻게 재현하는지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 글에서는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자인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의 다수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유를 살펴보고, 방송과 영상에서 사회적 소수자 재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사례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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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자와 소수자

  미디어의 사회적 소수자 재현 사례를 살펴보는 이유는 소수자의 이미지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매일 시청하는 미디어 속 노인과 장애인의 모습은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된 가공의 이미지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현실의 모습이 아닌 하나의 전형적 이미지로 재현될 경우, 미디어 속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이 강화되어 공동체 사회의 다양성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수자와 소수자는 어떻게 다른가? 양적으로 많고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일 양적 기준으로 본다면 교사 성비 추이에서 본 여교사나 고령화사회의 노인은 다수자일 수 있다. 이 경우 사회적 통념의 기준이나 차별 및 배제 상황을 고려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다수자와 소수자를 양적 기준이 아니라 한 사회의 “상태나 표준척도의 질적 기준”에 따른 차이로 접근한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550쪽). 즉 한 사회나 집단의 다수자와 소수자는 질적 기준인 성별, 연령, 인종, 신체, 성 정체성 등의 상태나 표준척도의 기준에 따른 차이를 통해 구분된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다수자는 소수자와의 관계에서 권력 우위에 있는 반면, 소수자는 끊임없이 차별 및 배제 혹은 통합의 대상으로 다수자와 비교된다.

  그러면, 다수자와 소수자는 누구인가? 다수자는 다수성(majority)에 기반한 사회적 조건과 표준적 위치, 역할의 우위성을 지닌 계층을 가리킨다(강진숙, 2023, 176-177쪽 참조). 예컨대 남성-어른-젊은이-백인-비장애인-선주민-이성애자-표준어 사용자-도시 거주자-인간 등은 다수자로서 한 사회나 집단의 지배적 표준척도이자 사회적 통념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한편 소수자는 소수성(minority)에 기반해 사회적 표준척도에서 배제되거나 주변인의 위치에 있는 계층을 의미한다. 앞의 다수자 사례와 비교할 때, 소수자는 여성-어린이/청소년-노인-유색인-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사투리 사용자-지방 거주자-동·식물 등을 가리킨다. 이 사례들은 다수자와 소수자의 관계에서 누가 표준척도와 사회적 통념의 상수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즉 다수자가 사회적 권력의 상징이라면 사회적 소수자는 사회적 약자이자 취약 계층인 것이다.

  그러면, 소수자는 약자에 불과한가? 소수자는 언제나 다수자의 규격에 맞춰야 하는 주변인인가? 이에 대해 들뢰즈와 가타리는 소수자의 복합적 성격을 강조하며 ‘소수자 되기’를 제시한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소수자는 집합적 차별의 대상이자 약자인 한편, 한 사회의 표준척도나 사회적 통념을 여러 방향으로 고려해 개선할 수 있는 다양체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 중요한 이유는 소수자를 보호 대상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사회 변화와 통념 개선의 주체로서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자인 “여성도 여성 되기가 필요”(Deleuze & Guattari, 1980/2001, 552쪽)한 것은 소수자의 위치가 한 방향의 고정관념으로 묶어둘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과 실험들을 통해 생성되기 때문이다. ‘여성 되기’는 어떤 여성 스타의 외모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 시스템이나 성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서 나타난다. 또한 ‘아이 되기’는 ‘이 인형이 얼마인데 망가뜨려!’라는 어른의 욕망 경제와 ‘화폐 훈육’에서 벗어나 아이의 눈높이와 또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실천이다. ‘노인 되기’ 역시 노인의 나이듦을 흉내내거나 개그 소재로 희화화하는 데서 벗어나 탈권위주의적이거나 다양한 노인들의 모습을 긍정하고 공존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행동이다.

 

미디어의 노인 재현

  미디어의 노인 재현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설진아, 강진숙, 2021, 229-230쪽). 우선, 노인의 사회적 위치를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으로 재현하는 방식이 있다. 즉 TV 뉴스나 드라마, 인터넷 콘텐츠에서 노인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전통적 이미지나 가난하고 고립된 독거노인, 약자 등으로 묘사하는 사례이다. 또한 키오스크 사용법을 모르거나 기술 공포증(technophobia)을 지닌 기술적 소외계층으로서 희화화하는 장면들도 이 사례에 해당한다.

  두 번째, 노인의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탈성화 되거나 무성(無性)의 존재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즉 미디어 속 노인 여성은 젊은 여성과 비교되는 탈성화된 존재이거나 이성보다는 가족과 고부간의 갈등에 천착하고 순응하는 천진한 아이 모습으로 재현된다. 이 사례는 노인 여성의 나이듦을 그 자체로 존중하기보다 다수자인 젊은이의 표준척도로 신체적 노화의 부정적 측면을 환기하는 사회적 통념의 발로이다.

  마지막으로, 노인의 성격을 완고한 권위주의나 가부장제의 가족 위계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노인 남성과 노인 여성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재력이나 권세를 지닌 완고한 이미지를 통해 나타난다.

  요컨대 미디어의 노인 재현 방식은 세 가지 측면, 즉 노인의 사회적 위치, 성 정체성, 그리고 노인의 성격 등에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 탈성화 및 무성의 존재, 권위주의나 보수주의자라는 이미지의 전형성을 띠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 [표1]과 같다.

 

 

​[표1] 미디어의 노인 재현 방식

범주
재현 이미지
특징
사회적 위치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가족을 위한 헌신, 희생
기술적 소외계층: ‘기술 공포증’
성 정체성
탈성화, 무성의 존재
남편 및 고부간 갈등 관계 부각
신체적 노화 강조
무성(無性)의 천진한 아이 이미지
성격
완고한 권위주의, 보수주의자
재력, 권세 지닌 완고한 이미지
가부장제의 가족 위계 강조

 

미디어의 장애인 재현

  미디어의 장애인 재현 방식은 크게 네 가지 특징을 지닌다(강진숙, 2023, 185-187쪽). 먼저 장애인을 시혜와 연민의 대상, 즉 ‘불쌍한 사람’으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TV나 영화, 인터넷 콘텐츠에서 장애인은 재정적, 신체적으로 동정의 대상이거나 비장애인의 정서적, 신체적 도움이 필요한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예컨대, 몇 년 전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는 지체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는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장애를 부정적이고 죄스러운 것으로 재현했다.

두 번째, 장애인을 슈퍼 장애인이나 천재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문제를 초능력으로 해결하고 극복하거나 장애를 천재성으로 치환하는 사례에서 나타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처럼 장애인은 장애를 뛰어넘고 비장애인과 소통하려는 능동적 주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한편 ‘슈퍼 장애인’의 전형적 이미지를 보여주며 장애를 천재성으로 치환하여 두뇌나 초능력으로 극복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현실 장애인과 간극이 발생한다.

  세 번째, 폭력적인 사람으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즉 장애인을 폭력적이고 미숙한 존재로 나타내는 사례로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조현병 당사자를 들 수 있다. 조현병 당사자가 잠시 약을 먹지 못했다고 공항 직원을 폭행하거나 이 장애인을 미숙한 존재로 표현한 장면 등은 실제 조현병 당사자와 다른 모습이다(장슬기, 2018.1.12.)

  마지막으로, 보통 사람으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즉 장애인을 특별하거나 시혜와 연민의 대상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묘사하며, 장애인 가족의 현실과 목소리를 표현하는 사례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영희는 착하거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화가라는 직업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자매간의 갈등 및 화해를 통해 장애인 가족의 현실과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표2]와 같다.

 

 

[표2] 미디어의 장애인 재현 방식

재현 이미지
특징
불쌍한 사람
시혜와 연민의 대상, 부정적 표현
슈퍼 장애인/천재
문제 해결의 초능력자, 천재성 강조
폭력적인 사람
폭력적, 미숙한 존재
보통 사람
성질 있고 화낼 줄 아는 ‘보통 사람’
장애인 가족의 현실과 목소리 표현

 

 

‘다수자’의 노력으로 소수자 차별 극복해야

  이상과 같이 미디어의 소수자 재현 방식을 노인과 장애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 두 소수자 사례 외에도 미디어 속 이주민, 여성, 어린이, 청소년, 성소수자, 지방 거주민, 사투리 사용자, 환자, 동물 등의 소수자 재현 사례는 오늘도 우리의 무의식 속에 스며들고 어느 시점에 내 생각인 양 표출된다. 소수자는 약자이지만 시혜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고, 획일화된 사회적 편견과 차별/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차이의 생성 주체들이다. 소수자 되기는 소수자뿐 아니라 다수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공동체의 다양성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상의 실천이다. 이것은 개인의 과제가 아니라 학교 현장이나 시민 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함께 참여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다.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미디어의 소수자 재현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실천, 그것이 바로 ‘소수자 되기’의 시작이다.

 

 

참고문헌

강진숙 (2023). “방송 콘텐츠 리터러시 1: 사회적 소수자 재현”. 원광대학교 시민교육사업단 엮음 (2023). 《예비교사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파주: 양서원, 174-197. 설진아, 강진숙 (2021). 《미디어교육》. 서울: KNOU PRESS. 장슬기 (2018.10.12.).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정신장애인 차별 논란”. <미디어오늘>, URL: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mod=news&act=articleView&idxno=144918 Deleuze G. & Guattari. P. (1980).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2. 김재인 역 (2001). 《천개의 고원: 자본주의와 분열증 2》. 서울 :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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