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0. 14:12ㆍ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여러분이 생각하는 ‘읽기’란 무엇인가요?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단순히 활자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읽기’라고 하는데요. 지난 9월 11일 진행되었던 다섯 번째 독(讀)한 습관 소설가 이철환 편에 이어 이번 여섯 번째 강연에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다른 강연 때와는 다르게 특이한 점이 눈에 띠는데요. 바로 파주 북소리축제와 함께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9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 독(讀)한 습관. 그 여섯 번째 주인공인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읽기’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읽는 이유’
우리는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읽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 컴퓨터, 광고 속 글자, 신문, 책 등 많은 텍스트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는데요. 그중에서도 특정한 책이나 신문 같은 활자본을 읽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우리는 왜 책이나 신문을 읽을까요?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인간이 무엇인가를 읽는 이유는 자기 마음속에 내재된 욕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읽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욕망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읽기’를 하는 이유에는 재미를 얻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이유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최진석 교수는 “재미를 배제한 읽기는 읽기 자체가 하나의 일이 된다.”며 “읽기를 통해 내 마음을 흔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는데요. 내 ‘마음’이 지켜지지 않은 읽기, 즉 ‘내’가 작동되지 않은 읽기는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고등학생들이 인문 고전을 기피하는 이유도 바로 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결국 읽기에 있어서 ‘재미’란 곧 자신의 욕망을 나타냅니다. 그는 읽기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읽기’란 자유를 찾는 일
동양철학자인 최진석 교수는 처음부터 동양철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원래는 서양철학 전공자로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비판철학의 창시자)의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는데요. 무심코 ‘장자’의 책을 꺼내 읽다가 재미를 느껴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봐야 할 것을 본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되니 편하게 읽혔다.”고 이야기 하며 읽기의 본질에 관해 말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읽기’란 곧 자유를 찾는 일, 즉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쓴 것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읽는 과정에서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지만, 결국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 ‘읽기’라고 하네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하는 일입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자기를 만나는 일이죠. 자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마음이 부산스럽고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산에 올라가도 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풀 한 포기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음이 자기 마음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산에 올라도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자기 마음자리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어떤 모습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 자기 마음자리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 저자의 소리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그 저자의 세계로 초대받아서 저자와 저자의 세계를 탐구하지만, 이건 궁극적으로 저자와 대화하는 일입니다. 읽기를 통해 저자와 대화하면서 결국은 자기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의 확장을 위한 읽기
우리가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이 쓴 것을 만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읽는 행위 속에는 쓰는 행위가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저자가 남긴 글을 읽지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그 활자에는 그 사람의 쓰는 행위가 남겨져 있는 것입니다. 읽기와 쓰기는 교차되어 있습니다. 읽기는 쓰기를 맞이하는 일이고, 읽기 다음에는 쓰기가 이뤄집니다.
쓰기와 읽기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쓰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쓰기는 곧 표현의 행위라고 하는데요. 말하기와 쓰기는 자기 존재의 확장 행위이며, 이는 읽고 듣는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즉, 쓰기를 통해 진정한 읽기의 의미인 ‘자기 존재의 확장’ 과정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쾌락을 위한 읽기
최진석 교수는 궁극적으로 읽기란 ‘쾌락’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읽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는 “책을 읽을 때는 이성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읽기를 통해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닌가.” 라고 이야기 하며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어지는 2부 강연에서는 최진석 교수와 현장에 있는 청중들의 Q&A 시간을 가졌는데요. 많은 분들이 읽기에 관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Q. 우리 관심이 너무 서구 인문학에만 치우쳐 진 것이 아닌가?
동양 인문학과 서양 인문학은 내용적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인문학이라는 내용 자체는 차이가 없습니다. 인문학이 태동했던 시기는 3번 있었는데요. 춘추전국시대, 그리스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입니다. 이 세 시기의 인문주의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인문주의의 전체입니다. 우리는 인문적 통찰을 기르기만 하면 됩니다. 철학을 한다는 태도를 가지면 됩니다. 철학하는 데 동양적 자료를 사용하는지 서양적 자료를 사용하는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 내용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내’가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들의 말을 내 몸 안에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를 유념해야 합니다.
Q.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인문학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건 대학이 아닌 기업인들입니다. 왜 기업인들이 인문학 열풍을 주도할까요? 오직 기업인들만 생과 사의 경계에 있습니다. 자기가 한 의사결정이 바로 승패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이 예민함이 유지됩니다. 이 예민함이 유지되면서 더듬이가 발달됐어요. 그것이 기업인들에게 상상력, 창의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통찰을 갖게 했고, 그래서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인문적 사고력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인문적 사고력은 인문학적 지식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짧은 글을 읽어도 이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좀 더 세계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더 견뎌야 합니다. 견디는 것은 수양하는 것이죠. 일단 자기가 어떤 분야든지 재밌는 내용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도 인문학적 세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서만 인문학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밌는 내용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읽기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 이 날 많은 분들께서 독(讀)한 습관에 찾아주셨는데요. 최진석 교수는 강연이 끝나기 바로 직전, “존경하는 철학자는 한 명도 없다. 다만 질투하는 철학자는 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며 인문학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읽기란 어떤 모습인가요? 최진석 교수와 함께한 1시간 30분의 시간은 읽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독(讀)한 습관 여덟 번째 강연은 10월 31일 건국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유영만 교수와 함께합니다.
▶ 독[讀]한 습관 소설가 유영만 편 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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