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공간, ‘웹소설’이 뜬다!

2014. 8. 8. 09:0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Flickr by Trevor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 콘텐츠를 주도했던 핫키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인터넷 소설’입니다. ‘귀여니’라는 작가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설은 줄여서 ‘인소’라는 장르로 인터넷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된 시기에 발맞춰 빠르게 전파돼 갔습니다. 하루에 인기 작가가 한 명씩은 탄생했다고 할 정도였죠. 또한 인터넷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하면서 스타 작가가 속속 등장했지만, 현재는 그 자리를 ‘카툰’에 기반을 둔 ‘웹툰’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는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동안 장벽이 높았던 다양한 직업에도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공모전이나 문학상이 등단의 필수 과정이기도 했던 작가라는 직업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도 합니다. 콘텐츠 산업이 해가 갈수록 성장해 가는 지금,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 받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게임에 이어 국내의 ‘웹툰’이 세계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와 함께 인터넷 소설의 진화형인 ‘웹소설’도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웹소설은 초기 인터넷 소설 혹은 사이버 소설이라고 불리던 온라인 소설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인디 작가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보는 소설을 통틀어 웹소설이라고 하며, 최근에는 작가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아도 일반인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기고할 수 있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등장 초기부터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영상 혹은 만화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텍스트로 된 콘텐츠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거기다 이름 없는 작가의 소설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까 의문을 제기하곤 했습니다. 웹소설 초기에는 이런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특정 마니아층이 아닌 이상 웹소설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웹툰처럼 단시간에 빠르게 소비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특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습니다.


국내에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네이버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챌린지 리그’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기존에는 조회수와 추천수 등으로 인기를 결정했던 방식을 벗어나 완성도와 인지도를 인정 받은 작품을 내부 심사를 거쳐 ‘베스트 리그’ 승격 후 ‘오늘의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연재의 기회를 얻는 방식이죠. 이런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소설이 질적으로 보장 받지 못한다는 편견을 깰 수 있었는데요. 수많은 회원들의 지지와 늘어나는 콘텐츠로 웹소설 서비스를 국내에 가장 먼저 정착 시키게 됐습니다.(네이버 이전에도 다른 웹소설 서비스가 있었지만, 네이버가 보여준 성과에 비해서는 미비했습니다.)




웹소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주요 사이트를 살펴보자면 대표적으로 앞서 말씀 드린 ‘네이버 웹소설’이 있습니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회원들의 참여로 웹소설 시장에 다소 늦게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네이버 웹소설은 로맨스와 판타지, 퓨전, 미스터리 등의 장르로 구분돼 있는데요. 로맨스 장르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3년 ‘챌린지 리그’라는 네이버 웹소설만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매일 400개 이상의 새로운 소설이 연재하고 있는데요. 챌린지 리그를 통해 ‘베스트 리그’라는 최상위 리그에 오르는 작품은 전체 작품 중 1%일 정도로 인터넷 소설이지만 높은 작품성을 자랑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베스트 리그에 선정된 작가에게는 원고료도 지급 되면서 본격적인 작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출처_네이버 웹소설 홈페이지



네이버와 함께 국내 웹소설 사이트 쌍두마차 중 하나인 ‘북팔’은 올해 상반기 기준 월 평균 43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누적 방문자수는 260만, 누적 페이지뷰는 9,200만을 넘어서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웹소설의 인기를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고요. 북팔에서는 수준 높은 작가 모집을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또한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종이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어 웹소설 열풍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출발은 늦었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팬층의 지지를 얻으며 IT업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에서도 본격적인 웹소설 시대를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웹툰과 함께 웹소설을 함께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인데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차별성이 없어 대중에게 외면 받았지만, 계속 된 업데이트와 서비스 개선으로 조금씩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래도록 1위에 머물렀고, 국내 인기 작가의 신작 웹툰과 웹소설을 무료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PC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강세인 웹소설이 점차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산되는 상황이기에 모바일 플랫폼에 자신감을 보이는 카카오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을 무기로 스타 작가 배출과 출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웹소설의 방향을 이끌 여러 서비스 업체들의 귀추가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출처_북팔 홈페이지(상) / 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하)




인기 웹소설의 경우에는 이미 전자책을 통해 출간이 되었고 최근에는 종이책 시장으로도 옮겨지고 있습니다. 출퇴근길과 각종 자투리 시간을 책임져주는 이른바 스낵컬처형 콘텐츠들이 유행하면서 웹소설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지난 2월 온라인서점 인터파크에 따르면, 신인 김나영 작가의 <이매망량애정사>가 열흘 간의 예약판매 기간 동안 백 권 이상이 판매가 되었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아닌 첫 출간인 신인작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죠. 알고 보니 이 소설은 제1회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었던 건데요. 누적 조회수가 600만 이상을 기록했던 소설이었답니다.


또한 최근에는 역시 인기 웹소설이었던 ‘뱀파이어의 꽃’이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이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웹소설이 이미 영화화 판권 계약이 완료되면서 웹소설의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캐릭터 사업 등의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식)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_뱀파이어의 꽃 페이스북



이렇게 웹소설이 인기를 얻다 보니 웹소설 전문 작가 중 웬만한 회사원 못지 않은 수익을 올리기도 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작가도 등장했는데요. 이제 갓 대학생이 된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웹소설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수익까지 얻어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웹소설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웹소설로 스타 작가가 된 윤이수 작가는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소설 연재를 시작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윤이수 작가 역시 웬만한 직장의 연봉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최근에는 웹소설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웹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자 작가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억대 연봉의 작가가 배출 되는 구조도 만들어진 것입니다.


  

출처_한겨레




웹소설이 많아지면서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깊이가 있는 정통소설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장벽을 낮췄기에 다양한 콘텐츠가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기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많죠. 양쪽 의견 모두 틀릴 게 없습니다. 다만,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무거움과 책임감에는 변함이 없어야겠죠.


이 때문에 누구나 작가에 도전할 수 있겠지만,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웹소설 시장 진출에 대한 문턱이 낮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는 것이기에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웹소설이 단순히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품격 높은 웹소설이 많아져야 하는 게 웹소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웹소설이 우리 출판계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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