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마음으로의 여행

2014. 9. 1. 13:3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switch-box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영화 <달콤한 인생> 中


한국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옵니다. 다른 사람에게 듣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그렇게 살다보면 늘 바쁘고 힘듭니다. 잠깐의 여유 속에서 행복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지치고 힘들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삶 속에 편리함이 생기자 누구에게나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편리함으로 생긴 여유만큼이나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서 채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의 삶은 발전한 기술만큼 더 행복해졌을까요? 


수많은 설문조사와 통계, 연구 자료들은 OECD 회원국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국가 중에서 한국인의 행복도가 대단히 낮은 편임을 알려줍니다. 경제는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삶은 각박해진 것이죠. 이럴 때 우리에게 몇 권의 책은 질문을 던집니다. 함께 어떤 질문인지 만나보겠습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다


‘자연 속에서 20년 가까이를 살다.’


방송에서 이런 내용으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사람의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번쯤은 자연을 벗 삼아 사는 것을 상상해보곤 하죠.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이 귀농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면, 더욱 상상 속의 삶은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고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남긴 사람들이 있답니다. 


<조화로운 삶>은 저자 헬런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미국의 대공황을 겪은 후 버몬트의 작은 마을로 들어가 자연 속에서 20년 가까이를 살며 남긴 기록입니다. 이들은 삶에서 필요한 대부분을 자급자족했습니다. 자산을 늘리는데 골몰하지도 않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회로부터 벗어나서 살겠다는 신념을 실천했죠. 


이들은 흔히 ‘잘 사는 것’을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으로 대자연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조화롭게 함께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보여줍니다. 이 책과 더불어 헬런 니어링이 남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도 같은 맥락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문명화 사회가 실제로는 자연적인 삶보다 훨씬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사회일 수 있다는 경종을 세상에 울립니다.



 

문명화 된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조화로운 삶>,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출처_ yes24 (좌) / (우)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일생을 산다는 것은 ‘판타지’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편함이 많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은 이미 우리가 앞에서 얘기된 ‘폭주기관차에 몸을 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게 달리고 있는 열차에서 내린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자본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아무런 여유 자산이 없이 산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갑자기 경제적 위기나 어려움이 왔을 경우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끝없는 소비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에서 사람들의 만족도는 낮아지기 쉽습니다. 살면서 필요한 의식주가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옷, 비싼 음식, 큰 집 등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에 대한 반성을 담담한 삶을 사는 책 속의 주인공에게서 느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계속 읽히는 것이죠.



신용사회와 현대경제에 내재된 모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남긴 명작 <월든>1845년 호숫가의 숲 속에서 본인 스스로 집을 짓고 2년간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남긴 작품입니다. ‘문명화 사회’에 내재된 공허함과 문제점들을 잔잔한 문구 속에 강력하게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본모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가 입고 있는 외투나 바지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이 안다. 이는 사람이 아닌 옷만 걸쳐둔 허수아비에게 인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월든에서는 책의 삼분의 일이 경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것도 가장 먼저 배치해서 제1장에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경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한 예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는 끝없는 성장을 요구합니다. 돈이 돈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곧바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연결되니 걱정해야 한다는 방식의 방정식을 만듭니다. 사람보다 경제가 앞서는 순서가 어긋난 방식이죠.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것이 현실이라 얘기합니다.


경제라는 거대한 파도가 언제 자신을 휩쓸고 갈지 모르니 앞만 보고 더 빨리 달려야 하고, 넘어지면 파도에 휩쓸리는 아찔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대공황을 비롯해 IMF,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거대한 경제위기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많은 이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말이죠. 

 

 

경제가 우선이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얘기한 <월든>

출처_ 교보문고



 한국인의 행복


심리학자인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독자들을 날카롭게 찌르고 헤집는 문장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심리학적 그리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 추구를 얘기하는 이 책의 8장에서 저자는 한국인의 행복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변의 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행복에 대한 점수에는 낮은 점수가 매겨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죠.


이 부분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통해서 설명합니다. 개인의 뜻을 당당하게 표출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면 개인주의적 성향의 국가가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집단주의적 성향의 국가가 되죠. 동아시아 국가들은 보편적으로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이런 국가는 기본 이상의 경제 수준이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심리적 자유를 선사하는 어느 정도의 개인주의가 ‘접착제’ 역할을 하죠.


한국의 집단주의는 수능시험에서 좋은 대학을, 사회에서는 대기업과 공기업 또는 ‘사’자가 붙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사고와 가치의 척도를 낳았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죠. 복잡한 세상 속에 다양함이 아닌 단순한 잣대가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느낌이 중요하지 타인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삶을 불행하게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21세기 한국은 이제 물질적 풍요보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문제 제기를 통해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한국의 집단주의에서 생긴 문제점을 제기한 <행복의 기원>

출처_ yes24



‘자존’하는 인생, 행복을 위하여


외모나 자산규모 등에 신경을 쏟는 사람들보다 소탈하게 자신을 많이 꾸미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어 있습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교심리가 강한 사람들은 은근한 열등감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비교심리가 불과 반세기만에 작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빛의 이면에는 삶에 대한 낮은 만족도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뒤따르고 있습니다. 분명 어느 정도 살게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라캉의 명언을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체감할 수 있는 탓 아닐까요?


포스트의 가장 먼저 제시한 혜능선사의 말씀처럼 모름지기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바로 우리의 마음이 움직일 뿐입니다. 타인의 척도, 남들의 시선에 갇혀 살면 진정한 ‘나’의 인생을 살 수 없습니다.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진실한 나를 위해,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을 자각하고 추구하며 ‘자존’하는 것만이 진정한 부자,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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