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7. 12:27ㆍ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배움이 되는 공간, 도서관이면 어떨까요?”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보는 공간이다’, ‘공부하는 곳이다.’ ‘조용해서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열람실로 나뉘어 책을 보관하는 형태의 도서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 안에서는 대화하기 너무 어렵죠. 함께 온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모든 도서관이 이렇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마저도 자연스럽게 공간 속에 녹아드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바로 ‘느티나무 도서관’인데요. 오늘은 다독다독에서 작아도 곳곳에서 사람과 책을 느낄 수 있는 도서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도서관 직원에게 듣는 느티나무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은 규모가 작은 도서관이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도 도서관의 규모는 작았지만, 건물에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무엇인가 재미가 있을 것 같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기 충분했죠. 도서관에 들어가서 둘러보기 전에 담당자와 만나서 느티나무 도서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도서관은 언제부터 설립되었고 어떤 발전을 했나요?
처음 도서관이 생긴 것은 2000년이었어요.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풍덕천동에 상가 지하에서 40평 규모로 시작했었답니다. 처음에는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설립자이신 지금의 관장님과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2003년에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설립하고 2007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사를 왔답니다. 현재 5만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고 최대 6만권까지 소장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요.
도서관은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나요?
저희 도서관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지역에 세워진 공공도서관은 해당 지역에 사는 거주자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여기서는 전국 어디에 살아도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회원등록카드만 작성하면 회원으로 등록이 되고요. 회원들에 한해서 도서도 대출해 드리고 있답니다.
사람들에게 보통 도서관하면, 조용해서 숨소리도 세게 내기 어려운 공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 보니 약간 자유롭게 대화도 하는 모습이네요.
느티나무 도서관은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이에요. 큰 목소리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눠도 돼요.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공간적으로도 막혀 있는 곳이 없어서 인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이야기 공간도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모임이 있나요?
느티나무 낭+독 ‘책, 마주치다’를 운영하고 있어요. 직원 8명이 서로 다른 주제를 펼쳐놓고 이용자와 함께 낭독하는 모임인데요. 독서회에 나가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듣고 싶은 주제의 책을 함께 낭독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책, 마/주/치/다 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데 줄여서 책.마.치라고 부르죠. 각 주제별로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부담 없이 와서 책을 함께 읽어보고 돌아가는 시간을 즐기실 수 있어요. 참여를 원하시는 책마치에 대해서는 미리 도서관으로 전화를 주시면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고 있답니다.
출처_ 느티나무 도서관
지하 북카페에서 점자통합 그림책을 만나자!
인터뷰를 하고 나니 도서관 곳곳을 얼른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답니다. 그래서 구석구석 놓치지 않으려고 발을 옮겼답니다. 그러면서 느티나무 도서관만의 놀라운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우선 도서관 곳곳에는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호흡하는 모습은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죠. 그리고 주변의 아기자기한 소품이 책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사람 향기가 느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지하1층과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직원들이 근무하는 3층을 빼고 1층과 2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천장을 높게 트고 계단으로 1층과 2층을 만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풍경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지하는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되는 데, 이곳에는 야외 테이블까지 함께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캡슐커피를 구입해서 셀프로 내려먹는 ‘셀프카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얻는 수익으로 도서관의 전기료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물씬 느낄 수 있었죠. 방문했던 날에는 근처 낙생고등학교에서 70여 명이 견학을 와서 학생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하에는 특별한 장소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한 곳은 시각장애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그림책에 점자를 프린트 해 붙였답니다. ‘점자통합그림책’이라고 하는데요. 자원활동가의 도움으로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림책에는 점자를 붙여서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찾아와 읽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곳은 느티나무갤러리라는 코너였는데요. 이곳에는 그동안 도서관을 위해서 저금통에 돈을 모아 후원해준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마련된 장소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서관 활동을 통해서 찍은 사진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후원 저금통 뚜껑에는 후원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서 사진을 둘러 붙이고 있는데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도서관을 아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도서관에 이름을 남기는 추억을 쌓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겠죠?
두 개의 공간이 하나로 만난 1, 2층
앞에도 알려드린 대로 도서관의 1, 2층은 책의 주제는 다르지만,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넓은 1층을 따라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장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나라 책’이란 코너가 조금 특별하죠.
영어, 중국어로 된 외국어 책은 일반적인 도서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나라의 언어로 된 책을 쉽게 만나기 어려운데요. 베트남, 네팔, 태국 등의 언어로 된 책들을 모아서 하나의 코너를 마련해 두었답니다. 10년 전부터 도서를 구입해서 배치했는데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로 만들어진 코너이지만, 다양한 문화를 직접 확인하고 알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1층에서 2층을 가기 위해서는 벽을 따라 설치된 계단을 이용하면 되는데요. 이곳에서 또 하나 유심히 살펴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다락방이란 공간인데요. 1층과 2층의 계단 사이로 만들어진 공간에 앉거나 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입니다. 이곳은 계단을 오르다가 쉽게 지나칠 수 있답니다. 1층에서 2층을 오르다가 다락방을 발견한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그 장소만의 이색적인 매력에 빠져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기자기한 볼거리
그 외에도 ‘느티나무도서관 책 수레’와 ‘책 읽는 그네’, 그리고 화, 수, 금요일 늦은 4시에 사랑방에서 진행되는 ‘함께 읽은 그림책’이란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책 수레’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빠서 도서관에 올 수 없는 느티나무도서관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책수레를 끌고 나가 대출반납을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청소년 자원활동가와 직원이 함께 참여해서 운영된답니다.
‘책 읽는 그네’는 긴 벤치로 만들어진 그네로 엄마와 함께 아이가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면서 그네에 앉았다가 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는데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일어서서 타거나 너무 세게 밀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랍니다. 꼭 앉아서 천천히 이용하세요.
느티나무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이지만, 볼거리가 다양해서 언제라도 찾아가서 책을 읽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추억을 쌓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말에 가족들 손을 잡고 찾아가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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