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우버택시, 공유인가 불법 영업인가

2015. 3. 27.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저처럼 택시를 가끔 이용하는 분들은 시큰둥하셨겠지만 택시 ‘애용객’들과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겐 꽤나 큰 관심거리였던 뉴스가 얼마 전에 보도되었습니다. 바로 3월 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중개하는 ‘우버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소식이었지요. 같은 달 17일에는 우버의 한국지사장 및 협력업체 관계자 등 36명이 불법 영업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는 뉴스도 들렸습니다. 한마디로 ‘우버’가 사업 면허 없이 렌터카와 자가용 승용차를 가지고 불법 택시 영업을 했다는 겁니다. 아직도 우버란 말이 조금 생소하거나 우버 차량을 타보지 못한 분들이 제법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버를 둘러싼 이슈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우버 논란’은 그저 이색적인 운송 서비스가 빚어낸 해프닝이 아니라 디지털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에 관한 시각 차이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우버 앱을 통한 운송 네트워크 서비스


2009년 3월에 설립된 우버(Uber)는 승객의 위치를 파악해 차량을 연결해주는 ‘우버 앱’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등에서 운송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버는 전화가 아닌 모바일 앱으로 차량을 중개하는 서비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53개국 250여개의 도시에서 ‘성업’ 중입니다(2015년 1월 현재).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우버의 기업 가치는 무려 45조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2014년 12월 현재). 우버 투자자 중엔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도 있으니 그 사업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우버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13년 8월경이었습니다. 우버가 ‘모바일 콜택시’ 기능을 하다 보니 그냥 ‘우버 택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우버 서비스는 3종류로 나뉩니다. 렌터카를 이용해 고급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블랙’을 필두로 해서 작년 8월엔 택시면허가 없는 일반 자가용 차량을 승객과 연결시켜주는 ‘우버 엑스’가, 두 달 뒤엔 영업용 택시와 연계된 ‘우버 택시’가 나왔습니다. 앞서 언급된 우버 서비스 중단과 불법 영업 관련자 입건 소식은 우버 블랙과 우버 엑스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출처_서울경제


공유 경제의 사업 모델


우버를 가리켜 흔히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에 바탕을 둔 사업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쓰임새를 못 찾아 방치된 물건이나 서비스, 지식 등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낮은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공유 경제의 핵심입니다. 승객은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연말에도 앱 하나면 손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우버에 등록된 자가용 소유자는 자기 차로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호텔비가 부담스러운 여행자들과 노는 방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을 맺어주는 ‘에어비엔비(Airbnb)’도 이 모델에 속하죠. 공유 경제라는 문패를 내건 우버 서비스나 에어비앤비는 기존 시장에서 소비되지 못했던 분산된 자원과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를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틈새 소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우버가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사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자가용 공유 서비스인 우버 엑스입니다. 우버 블랙은 요금이 모범택시보다 비싼 편이고 우버 택시는 택시면허를 가진 분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고 하네요. 우버 엑스는 차량이 필요한 사람과 이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효율적 네트워크 서비스이므로 우버는 자신을 일반적인 택시사업자가 아니라 운수업을 매개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로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정당한 허가 절차를 거쳐 상당한 권리금까지 지불해가며 면허를 취득한 택시사업자들에게 우버 엑스는 모바일 네트워크로 차량을 공유하는 단순한 카풀이 아닐 겁니다. 무허가 콜택시 영업처럼 보이겠죠. 


출처_경인일보


사랑(공유)인가 불륜(불법 영업)인가


검증되지 않은 운전자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으나(일례로 작년 11월 인도에서는 우버 기사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우버 엑스는 일반 택시요금과 비슷하거나 싸고 서비스와 위생 면에서도 호평을 받는 부분도 있어서 운수업계는 위기를 느낄 겁니다. 무엇보다 우버 엑스의 등장으로 수많은 자가용 운전자들이 잠재적인 경쟁자가 되는 셈이니 안그래도 어려운 택시업계가 우버를 환영할 리 없을 겁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택시조합의 강한 반대로 우버 영업이 금지되었다고 하니까요. 설령 우버의 사업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애써 받은 면허 없이 누군가 나와 동일한 영업 행위를 할 수 있다면 억울한 생각이 들 겁니다. 한쪽에서 ‘사랑’(공유)이라 부르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불륜’(불법 영업)이라 규정하고 있는 형국이죠. 물론 그 기준은 발전된 기술이 기존의 법, 제도, 문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그런데 우버가 표방하는 공유 경제는 정말 공유를 실현하는 것일까요? 혹시 이용자의 편리함과 서비스 제공자의 수익을 매개로 일반인까지 생산과정에 편입시키려는 자본의 탐욕을 공유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요?



출처_전자신문


미디어 비판이론가로 유명한 마크 포스터(Mark Poster, 1941~2012)는 <뉴미디어의 철학>(원제: The Mode of Information)에서 정보양식(mode of information)이 생산양식(mode of production)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버 논란에 포스터의 말을 적용하면, 정보와 디지털 모바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공유 경제가 지금까지의 산업적인 생산양식과 제도적 환경까지 단숨에 바꾸는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포스터가 25년 전에 한 말인데 아직 유효한 걸 보면 당분간은 생산양식과 공유 경제의 어색한 동거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양식이 우세하든 서민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보면 너무 염세적인 걸까요?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한 공유의 가치는 살리면서도 기존 사업자들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 다독다독


글: 김건우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

서강대학교 철학과와 서강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과 박사를 수료했으며 현재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