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족'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다

2016. 8. 26. 08:5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직장인 최석철(43) 차장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회사 근처 헬스장을 찾는다. 적정 금액을 미리 입금해 놓고 전국 어디서든 헬스·요가·권투 등 각종 운동 프로그램은 물론 마사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TXL패스로 출근길에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운동을 마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도착, 퇴근 시간까지 바쁘게 일한 후 SNS로 활동하는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그는 지하철역으로 갔다. 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서비스인 쏘카를 활용해 가까운 지하철역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를 미리 예약해 둔 최 차장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자동차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 시간에 8000~9000원 정도면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어 굳이 일주일에 한 두번 타는 자동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는 예전보다 다양하고 푸짐해진 도시락 반찬이 내심 만족스럽다. 모임이 끝난 후 빌려 쓴 자동차는 집 근처 지하철역에 세워두면 그만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내일 아침을 위해 소량 포장된 간편식을 구입했다. 그가 사는 곳은 20평 원룸으로 혼자 살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가 잘 정비되어 있다.


최씨는 혼자 산다. 이른바 솔로족이다. 30대 후반까지 가족을 비롯해 친구와 회사 동료들은 결혼을 빙자한 핀잔과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지만, 최근에는 되레 그의 자유로운’(?) 생활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편안해졌다.



#솔로 경제학의 명암


[ 1인 가구 수 증가율 ]

▲ 출처: 2015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청 (단위:천가구)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증가율이 가파르다. 미국의 경우 1960년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3%를 차지했던 1인 가구가 2000년에는 26%로 두배로 늘어났다. 미국에서 1인 가구가 2배로 늘어나는 데 40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19909%(102만 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10년 만에 16%로 약 2(222만 가구)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18776) 27.2%(5,11)로 다시 2배 이상 증가하는 데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인 가구라고 같은 1인 가구가 아니다


1인 가구란 혼자 사는 사람. , 독립된 공간에서 의식주의 일생상활을 혼자 영위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1인 가구를 연령층에 따라 4그룹으로 구분하면 첫째, 취업준비생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20~30대의 산업예비군 그룹. 둘째, 전문직 종사자로 수입이 안정된 30~40대 골든 솔로 그룹. 셋째, 이혼·별거 등으로 혼자 지내는 40~50대의 독신자 그룹. 넷째, 핵가족화·고령화로 독거노인이 된 60대 이상의 실버세대 그룹 등[각주:1]이다. 골든 솔로 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그룹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쉬운 계층으로 사회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1인 가구도 상당히 이질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증가하는데 따른 정책이 달라질 수 밖에[각주:2] 없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한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199515,350만명이었던 전 세계 1인 가구는 20062260만명으로 증가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서유럽(28.9%), 북미(26.7%)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27.5%)이 가장 높다. 특히 도시 중심으로 1인 가구의 증가율이 높은데, 대표적인 도시로 파리가 꼽힌다. 파리는 약 50%1인 가구로 나타났다.[각주:3] 도시 인구의 절반이 혼자 사는 셈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경제적인 요인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교육수준이 향상되며 아울러 여성고용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두 번째는 문화적 요인으로 서구화와 개인주의의 확대 그리고 초혼 연령의 상승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세 번째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붕괴와 수명연장으로 인한 고령화의 심화 그리고 남녀 평균 수명의 차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 출처: 2012.8.2. 안신현, ‘부상하는 1인 가구의 4대 소비 트렌드’,
SERI
경영노트, 195, 삼성경제연구소. p.2



1인 가구의 증가는 경제와 산업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틈새 시장발굴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은 이들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솔로 이코노미'라는 용어는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 싱글경제학(The singles' economy)세션에서 솔로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형성된 후 2012년 뉴욕대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 교수의 저서 고잉 솔로(Going Solo)의 출간 이후 언론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용어로 자리[각주:4] 잡았다.

 


#변화하는 소비의 주체 1인 가구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다를까. 특징을 요약하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주거공간이 제한되어 소형제품을 선호한다.

효율과 안전을 추구한다.

자기관리와 계발에 적극 투자한다.


, 가구와 가전이 작아지고, 방범서비스, 주거관리 등 안전관련 분야에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하며, 미용과 치장 등의 외모 가꾸기 상품도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최근 한국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산업이 급성장한 분야는 식품 산업이다. 2004919000억원에 그쳤던 식품산업이 10년 동안 약 72조원이 늘어난 1639000억원을 기록, 78.2%성장했다. 특히 냉동조리식품, 레토르트식품 등 간편식 관련 품목이 10년 동안 약 3배 늘어난 35000억원 규모로 집계[각주:5]됐다.


소형가전 매출 증가도 눈에 띈다. 올 상반기 1인용 전기매트, 온수매트 등의 온라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55% 증가했으며, 대우위니아의 소형냉장고 ‘프라우드S’20165월부터 820일까지 누적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290% 증가했다[각주:6]고 밝혔다. 판매 증가의 원인을 1인 가구의 증가로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1인 가구의 주거 트렌드에 맞춘 프리미엄급 임대주택, 소형 오피스텔 등의 매매가 늘어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주택 구입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30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자가 소유로 인한 번거로움을 덜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택, 자동차 등 고가이면서 관리가 필요한 상품이 대상이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원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카셰어링, 의류 및 스포츠용품 등의 렌탈서비스 등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개발 시급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 내수 진작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생활양식의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증가하고 내수경기가 살아난다는 분석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이유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1인 가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가장 큰 품목은 주거비다. 이유는 다인 가구의 경우 거실·부엌·화장실 등을 공유하지만 1인 가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다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가 주거비에 62%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불안정한 1인 가구의 경우 주거비 등 고정지출이 높으면 소비가 제약될 수 밖에 없다. 다인 가구는 대량구매로 인한 소비의 비용절감이 가능하지만 1인 가구는 이러한 혜택마저도 누리기 어렵다. 실제 왕성한 소비를 하는 1인 가구는 골든 솔로 그룹 정도에 불과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혼자 사는 것은 건강관리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술과 담배를 더 많이 소비한다.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소비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각주:7] 다인 가구에 비해 술과 담배 지출비용이 더 높은 1인 가구는 질병발생 가능성에 더 노출되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중년층 1인 가구 중 우울증 의심비율이 다인 가구(8.8%) 보다 약 3배 높은 27.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절과 고립 등으로 인한 자살계획·시도 등 자살 생각률 역시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났다.[각주:8] 중년 1인 가구의 경우 다인 가구(3.0%)에 비해 4배가 높은 13%의 자살생각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노년 1인 가구 역시 다인 가구(4.2%)보다 2배 이상 높은 10.9%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는 주로 20~30대 골든 솔로 그룹을 겨냥한 프리미엄급 시장을 주제로 한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1인 가구도 같은 1인 가구가 아니라 소득의 차이에 따라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골든 솔로 그룹을 제외하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산업예비군 그룹이나, 이혼별거로 혼자 지내는 중년의 독신자 그룹 혹은 독거노인이 된 60대 이상의 실버세대 그룹 모두 경제적 혹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집단이 되기 쉽다. 이들을 위한 저렴하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이른바 가성비 높은 상품 개발과 아울러 생활·주거 등의 분야에 정부의 복지정책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1인 가구는 한국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1. 2008, 변미리, ‘서울의 1인 가구 현황과 도시 정책 수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본문으로]
  2. 2011 이희연 외, ‘1인 가구의 인구·경제·사회적 특성에 따른 성장패턴과 공간분포’ 대한지리학회. Vol.46, No. 4. pp.480~500 [본문으로]
  3. 2008, 변미리, ‘서울의 1인 가구 현황과 도시 정책 수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p.4 재인용 [본문으로]
  4. 2012.9.7.,‘솔로 이코노미에 대한 이해’, KB daily 지식비타민 12-115호. [본문으로]
  5. 2016.8.14., 배문숙, ‘1인, 맞벌이 가구 증가, 간편식 시장 10년새 3배 껑충... 2014년 3조 4000억원’, 헤럴드경제. [본문으로]
  6. 2016.8.22., 김현진, ‘대유위니아 소형냉장고 프라우드S, 여름철 판매량 전년대비 290%증가’, 서울경제 [본문으로]
  7. 2014.1.8., 고가영,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 LG비스니스 인사이트. [본문으로]
  8. 2016.4, 강나은 외,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과제’, 정책분석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