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Ⅲ

2018. 12. 6. 08:30포럼

미디어 메시지는 만든 이의 가치와 관점이 반영되며, 그 의도에 따라 편향성을 띄기도, 맥락이 왜곡되기도 한다. 때문에,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며 편향성을 경계하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황치성(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위원, 언론학 박사)


미디어의 속성상 그 내용은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어떤 형태로든 텍스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를 만들 때, 무대 배경으로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농촌을 선택할 것인가?’ 또는 등장인물을 ‘부자로 설정할 것인가?’ 아니면 ‘가난한 사람으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가치나 관점이 반영된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미디어 텍스트를 접하고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는 반면, 어떤 사람은 같은 텍스트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디어 텍스트에 가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디어 텍스트의 이데올로기적 아젠다와 가치 아젠다를 탐색해 내는 것은 비판적 사고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핵심개념 4. 미디어 메시지는 내재된 가치와 관점을 가진다.

    핵심질문 4. 이 메시지에는 어떤 가치, 생활양식,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가? 또는 생략되어 있는가?  



네 번째 핵심개념인 가치 및 관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질문들을 제기해 볼 수 있다.



* 이 메시지의 전반적인 세계관은 무엇인가?

* 미디어 메시지는 어떤 유형의 독자, 시청자, 혹은 청취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 미디어 텍스트를 읽거나 시청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 혹은 질문은 무엇인가?

* 이 메시지에서 어떤 아이디어나 가치가 ‘판매’되고 있는가?

* 이 메시지에서 어떤 정치적 또는 경제적 아이디어가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는가?

* 어떤 아이디어나 관점이 빠져 있는가? 빠져 있는 것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 이 메시지는 사실인가? 의견인가?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에 내재 ‘편향성’

<핵심개념 4>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뉴스 미디어가 가질 수밖에 없는 편향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뉴스는 진실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언론사들이 뉴스의 생명인 객관성과 사실성을 철저하게 지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진실은 ‘제한된 진실’이라고 봐야 한다. 기자가 사건을 취재·보도하는 데는 기자 자신의 편향성과 언론사의 취사선택 과정 등 무수한 내·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뺄 것인지, 어떤 정보원을 사용하며,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기사가 지니는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뉴스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스가 항상 진실만을 말하지 않으며, 그 안에는 숨은 편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뉴스에 내재된 편향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각주:1]


1) 선택과 생략을 통한 편향성

편집자는 특정 뉴스를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편향성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뉴스 내용에서도 어떤 부분을 생략하고 어떤 부분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뉴스의 의미가 달라진다. 물론 우리 주변에 뉴스화되지 못한 사건이 허다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배제되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다른 여러 매체와의 비교 그리고 실제 주변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 중에서 뉴스화되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편집의 영향을 분석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같은 날에 보도된 같은 뉴스를 신문 기사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미디어 간 비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각주:2]



* 텍스트의 분량 면에서 신문 기사와 TV 뉴스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어떤 중요한 이야기가 배제되었는가? 혹은 더해졌는가?

* 특히 중요한 사항이 빠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기사의 포함과 생략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헤드라인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목적에서 그렇게 했는가?



2) 배열을 통한 편향성

사람들은 대부분 맨 먼저 등장하는 뉴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문 1면에 실리는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뉴스가 매번 머리기사를 장식한다면 사람들은 정치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기사를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기사가 다루는 내용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TV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3) 헤드라인을 통한 편향성

신문에서는 헤드라인이, TV에서는 뉴스 첫머리의 자막이나 앵커의 멘트가 편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헤드라인이나 뉴스 첫 부분은 사람들이 주의를 가장 많이 기울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 이로 인해 별것 아닌 사건이 부풀려지기도 하고, 사실과 동떨어진 경솔한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같은 사건에 대해 신문사마다 제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4) 화면, 카메라 각도 등을 통한 편향성

같은 사람을 찍는다고 해도 카메라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카메라 앵글에 따라 피사체의 이미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노사갈등에 관한 TV 뉴스를 분석한 글래스고우 대학 미디어그룹(Glassgow University Media Group)은 TV 뉴스가 언어적·시각적 기교를 통해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거나 왜곡함으로써 노사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형화된 현실상만 제공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각주:3] 예를 들면 갈등의 한 당사자인 사측 대표와의 인터뷰는 잘 정리된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행함으로써 ‘권위와 책임감 있는 이미지’를 부여한 반면, 노동자들은 길거리의 시위 현장에서 인터뷰함으로써 ‘무책임하고 무질서한 집단’으로 투영했다는 것이다.


5) 통계와 수치를 통한 편향성

사건을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뉴스에 숫자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도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대형 교통사고로 30여 명 사망’이라는 기사가 비교적 적은 수의 사망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촛불집회 같은 시위의 참가인원이 언론사마다 다르고 또, 주최 측과 경찰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통계와 수치를 통한 편향성이 작용한 예라 할 수 있다.


6) 정보원 통제를 통한 편향성

뉴스의 편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스가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건의 정보가 기자에게서 나왔는지 아니면 목격자, 경찰, 공무원, 정부 고위직으로부터 나왔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편향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나 홍보담당자가 미디어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의로 만든 사건이 아닌지 역시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그런 예가 중요한 뉴스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맥락 없는 미디어 메시지, 일단 의심해 봐야

<핵심개념 4>와 관련해서 또 하나 제기해 볼 수 있는 질문은 ‘맥락을 제공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맥락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를 말한다. 맥락은 전체적인 흐름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따라서 맥락이 제공되지 않은 동영상이나 이미지로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동영상이나 이미지의 경우 장면 배치를 다시 하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구도에서 재사용하는 등의 편집이 너무나 간단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짜 뉴스와 같은 허위 정보에서 맥락이 빠진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2017년 1월 14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충북 음성군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참배한 뒤 퇴주잔을 묘소에 뿌리지 않고 본인이 바로 마셔버리는 것처럼 편집된 13초짜리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은 ‘반기문 퇴주잔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누리꾼들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전통 관습도 모르냐”며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반 전 총장 측은 페이스북에 1분 40초짜리 전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음복 전 술잔을 두 번 돌리고 묘소에 뿌린 뒤 다시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실제로 마신 건 음복잔이었다. 결과적으로 어떤 현상의 일부만을 가지고 전체 맥락을 왜곡한 허위정보라고 할 수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계속되는 ‘퇴주잔’ 논란이 일자, 성묘 당시 원본 영상을 SNS 채널에 공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 출처: YTN 방송화면 캡처>


‘다양한 관점’ 수용한 미디어 메시지 제작

<핵심개념 4>와 관련하여 생산자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핵심질문은 ‘내가 만든 미디어 콘텐츠는 나 자신의 가치, 생활양식, 관점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제시하고 있는가?’이다. 메시지를 제작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작자 자신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다. 제이는 목표로 하는 수용자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점이나 가치관은 상대적이다. 내가 만드는 메시지에는 나의 삶의 경험과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능력을 발휘해서 다른 목소리와 관점들도 반영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무언가 빠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메시지를 제작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세부 질문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 내가 미디어 메시지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메시지에 잘 반영했는가? 

나는 어떤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어떤 정보를 배제하고 있는가? 그것은 왜인가?

* 나는 입장이나 관점이 다른 사람들, 사회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가? 

* 나는 이해 상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는가?

* 나의 메시지에 담겨 있는 전반적인 세계관은 무엇인가?



‘관점’과 관련하여 생산자 입장에서 지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먼저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 뉴스 기사를 선택하게 하고 관련된 기사나 칼럼을 읽도록 한다. 그리고 읽은 기사나 칼럼에서 취하고 있는 관점과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말해보게 한다.

또, 지역사회에서 현재의 중요한 이슈 그리고 학생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학생 자신의 관점에서 주장이나 입장을 펼치게 하고, 이를 기초로 실제 기사를 써 보게 한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이 자신의 관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언어나 설득기법을 사용했는지 말해 보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난 후에는 학급 전체 토론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1. Johnson. M. (2016). Bias in News Source. Media Smarts. http://mediasmarts.ca/sites/mediasmarts/files/pdfs/lesson-plan/Lesson_Bias_News_Sources.pdf에서 이용 가능 [본문으로]
  2. Silverblatt, Art, Ferry, Jane, Finan, Barbara. (1998). Approaches to media Literacy:a handbook. M. E. Sharpe. Inc. 송일준 역(2004). 『미디어리터러시 접근법』. 차송. [본문으로]
  3. Glassgow University Media Group. (1976). Bad News.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