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성 기사 제목, 과연 올바른 건가?

2011. 11. 1. 09:4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7월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 뉴스 이용 비율은 83.1%로 신문 이용 비율(58.1%)을 앞섰으며, 특히 20대, 30대의 온라인 뉴스 이용 비율은 90%가 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0년 12월 기준으로 온라인 뉴스 이용 비율이 46%로 신문구독률(40%)을 앞섰다. 이처럼 온라인 뉴스의 인기는 국내외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뉴스 소비 환경은 외국과 다르다.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도 국내 온라인 뉴스는 객관성과 엄밀성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단적인 예가 기사 접속 건수를 늘리기 위한 일명 ‘낚시성’ 기사 제목들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기사 제목들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뉴스와 콘텐츠를 끌어모아 제시하는 포털 사이트 뿐만 아니라 신문사 사이트, 방송사 사이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이 같은 낚시성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에 기자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기사 제목이 독자를 현혹시킨다면 해당 취재기자나 편집기자, 해당 언론사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당장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에는 국내 온라인 뉴스 생산을 둘러싼 구조적 요인들이 깊숙이 깔려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요인으로 뉴스 사이트를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언론으로 보지 않고 오프라인 매체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수단이라는 인식이 언론인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기자들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1989년 영국의 컴퓨터 전문가인 팀 버너스리가 처음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제안한 이후 웹 문서의 접속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모자이크’가 1993년에 등장했다. 

이어 1994년에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1995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출시되면서 웹에 대한 관심과 활용 범위가 커졌다. 국내외 언론사들이 뉴스 홈페이지를 앞다투어 선보였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1995년 3월과 10월에 각각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동아일보는 1996년 6월에, 연합뉴스는 1998년 11월에 뉴스 사이트를 제작해 온라인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익지상주의가 선정성 불러

미국에서도 USA투데이가 1995년 4월에 뉴스 사이트를 선보였으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1996년 1월과 6월에 각각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사들은 뉴스 사이트가 독자적인 매체로서 갖는 잠재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일방향의 뉴스 전달에서 탈피해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매체라는 점을 충분히 알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뉴스 사이트를 자사 브랜드 홍보와 광고 유치의 장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 수익을 내는 게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하며 이에 따라 기사를 수익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수익지상주의가 온라인 뉴스 생산을 관통하고 있다.

수익지상주의가 온라인 뉴스 시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구독률과 시청률이라는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 신문 기사와 방송 뉴스 생산에서도 수익지상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낚시성 기사 제목은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심하다. 한 온라인 기자는 매일매일이 전쟁터라고 털어놓는다. 

기자가 쓴 온라인 기사 접속 건수에 대한 등수를 매겨 편집국에서 발표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경쟁사가 보도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타사의 보도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도 가중된다. 

물론 뉴스 생산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온라인 뉴스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수익지상주의는 뉴스가 여타 상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통신기기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다. 

반면 뉴스는 감각적 기능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게 근본적 존재 이유다. 이 때문에 기자에게 취재 권한과 감시 기능이 부여된 것이다. 뉴스가 접속 건수와 광고를 위한 수단이라면 언론의 존재 이유는 무색해질 것이다. 

더구나 뉴스 사이트의 소유주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온라인 뉴스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독립형 뉴스 사이트도 있지만, 상당한 접속 건수를 보이는 뉴스 사이트는 신문과 방송 매체들이 소유하고 있다.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에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자제하고 뉴스 홈페이지에서 이를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세 번째 요인은 온라인 뉴스의 선정성에 대한 자율 규제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낚시성 기사 제목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규제로 언론사별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 규제에 불과하다. 

한국인터넷 광고심의기구가 지난 2007년 설립돼 뉴스 사이트에 게재되는 인터넷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지만 법적 제재 권한은 없으며 기사는 다루지 않는다. 

자극적인 온라인 기사 제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

네 번째 요인은 국내 뉴스 사이트들이 효과적인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기사에 대한 접속 건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사 선호도와 기사 이용 실태 등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온라인 뉴스의 강점을 살리는 다양한 사업이 시도돼야 하지만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온라인 뉴스의 강점은 실시간 보도, 기자와 뉴스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그래픽 등 멀티미디어 활용 등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뉴스 사이트는 이런 기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체험하는 온라인 뉴스는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의 반복에 그치고 있다.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온라인 뉴스 공간은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자극적 기사 제목들이 유통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현상이 특정 뉴스 사이트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 뉴스 이용자 변화 간파해야

해결책은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요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뉴스 사이트는 신문이나 방송과 차별화되는 매체로 양질의 기사와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 매체에 종속돼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와 동일한 ‘셔블웨어’(Shovelware)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것은 뉴스 사이트가 홍보물이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셔블웨어는 오프라인 뉴스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게재한 온라인 뉴스를 말한다. 언론사들이 주의할 점은 2011년 온라인 뉴스 이용자들이 1990년 중반 뉴스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의 이용자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기사에 대한 반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현장에서 목격하는 내용을 사진이나 오디오, 비디오 파일로 제작해 언론사에 제공하는 뉴스 생산자의 면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03년 마이스페이스, 2004년 페이스북, 2005년 유튜브, 2006년 트위터 등 1990년대에 볼 수 없던 ‘소셜 미디어’라는 신종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이용자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뉴스 사이트들도 이 소셜 미디어의 잠재력을 인식해 기사를 소셜 미디어로 연결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취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대목은 이들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파편화되고 개인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자와 뉴스 이용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으며, 이용자가 뉴스를 만들어 내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런 부분을 온라인 뉴스 생산에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선정적 제목 의존, 수익 창출 어려워

수익지상주의는 뉴스를 광고 수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극단적인 상업저널리즘’으로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다. 광고 의존도가 신문은 80~90%, 뉴스 사이트는 100%에 근접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과 지역 단체 등 조명받지 못한 지역소식을 뉴스에 담아 이들의 후원을 이끌어 내는 방안도 있다. 뉴스를 지역 주민의 고민과 희망, 삶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다른 뉴스 사이트와의 속보 경쟁이나 특종 경쟁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같은 지역의 경쟁 뉴스 사이트가 올린 기사를 따라가 보도하면 될 것이다. 

과연 뉴스 이용자 중에 어떤 기자가 특종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율 규제와 법적 규제는 현재보다 강화돼야 한다. 언론사들이 자정 노력을 해야 하는데 뉴스 사이트 수가 1,000개를 넘는 상황에서 엄격한 자율 규제는 순진한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용자들의 접속 건수가 높은 사이트일수록 낚시성 기사 제목을 자제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제목을 뽑고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율 규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낚시성 제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사업모델 구축에는 이용자와 언론사, 정부, 관련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 2009년에 한 정책 보고서는 정부가 온라인 신문을 유료로 구독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 기사의 유료화가 핵심적인 사항이다. 뉴욕타임스는 시행착오 끝에 지난 3월 28일 온라인 뉴스를 전면 유료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 등장으로 비슷한 기사가 넘치면서 기사의 희소성이 사라졌다. 

이 상황에서 국내 온라인 뉴스는 낚시성 기사 제목과 기사에 선정적 광고를 연계하고 있어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가 어렵다. 온라인 뉴스로 수익을 내려면 선정적인 기사 제목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서 의미 있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 뉴스로 인한 매출은 전체 신문사 매출의 7%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뉴스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자극적인 온라인 뉴스 생산은 모바일 시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와 이용자의 좁아진 거리만큼 온라인 뉴스의 품격을 높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 10월호>중 임종섭(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의 '온라인 뉴스 낚시성 제목 규제해야'를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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