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어요”

2023. 12. 21. 18:30수업 현장

서강대 SSK연구단 ‘미디어 리터러시 가족 캠프’ 후기 

written by. 정선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강사·서강대 대학원 박사 수료)

장진영, 엄지은 학부모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무분별한 디지털 콘텐츠 활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올바른 디지털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총 25개 대학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이 중 서강대 SSK연구단이 진행한 ‘미디어 리터러시 가족 캠프’를 소개한다.

캠프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파악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무엇보다 가족 간의 긴밀한 소통이 가정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우하하하! 호호호! 짝짝짝짝!

  환호 소리와 함께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곳은 ‘미디어 리터러시 가족 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서강대의 한 강의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가족들은 이틀간 진행된 캠프의 산출물인 ‘우리 가족 숏폼 동영상’ 발표회를 즐기고 있다. 자기 가족 차례가 돌아오면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괜스레 큰소리를 내기도 하고, 부끄럽다며 얼굴을 가리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캠프 일정은 빠듯했지만, 참여 가족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가족의 유쾌한 모습을 숏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미디어 생산자가 되다 

  이번 캠프는 지난 3월 서강대 조재희 교수가 이끄는 SSK연구단 레메디아(ReMedia; 미디어 정신건강 치유 연구단, 이하 ‘레메디아’)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추진하는 <2023년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시작됐다. 레메디아는 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부모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주목하고 부모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집중했다. 레메디아는 학습자의 교육 환경과 요구 등을 분석한 뒤, 아빠의 미디어교육 참여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12~13일과 19~20일 총 2회에 걸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가족 캠프(이하 ‘캠프’)가 열렸다.

  캠프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파악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무엇보다 가족 간의 긴밀한 소통이 가정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일련의 콘텐츠 제작 과정을 체험하면서 미디어를 생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에 관한 대화를 시도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숏폼 동영상에 관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창의적인 표현 방법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며,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었다. 만족도 조사에서 캠프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과 신뢰를 높이는 시간이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주말이라는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자녀와 가족을 위해 참여한 캠프는 어떠했는지, 참여자들의 후기를 통해 직접 알아보았다.

 

 

소모하실래요? 같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실래요?
장진영 (1차 캠프 참여 가족)

 

“엄마, 나도 유튜브 영상 만들어서 올리고 싶어요. 계정 만들어 주면 안 돼요?”

  포노사피엔스(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힘들어하는 세대)를 대표하는 초등학교 4학년 딸(2012년생)은 본인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나면 늘 나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언박싱, 밸런스 게임, 동네 맛집 소개 등 간단한 주제로 영상을 찍어, 핸드폰으로 편집과 업로드하는 간단한 절차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도무지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맘카페를 통해 서강대 레메디아에서 주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가족 캠프’ 소개 내용을 접하게 됐다. 해당 캠프는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여 직접 숏폼 동영상을 기획,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틀 동안 진행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아이와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강대를 직접 방문해볼 수 있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이에게 캠프에 관해 설명해주자 예상대로 참여에 동의하여 아이와 함께하는 이틀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아이가 선택한 촬영 주제 

  2023년 8월 12일 아침, 딸의 손을 잡고 서강대로 향했다. 아이들과 학부모의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강의실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여덟 가족이 있었다. 오전에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각각 그룹을 나눈 뒤 부모를 위한 ‘가정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숏폼으로 자녀와 소통하기’ 강의가,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미디어와 나’, ‘슬기로운 숏폼 문화생활’ 강의가 진행됐다.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미디어가 일상이 된 요즘 시대에 디지털 시민이 되기 위해 가정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강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는데 무엇이 그리 재미있었는지 강의실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오후 일정으로 가족별 숏폼 콘텐츠 주제 선정과 기획 회의가 시작됐다. 아이는 엄마의 예상과 달리 ‘인마이백(자신의 가방과 가방에 자주 넣어 다니는 물건을 소개하는 영상을 지칭하는 표현)’ 주제를 선택했다. 아이가 평소에 어떤 물건을 가방에 즐겨 넣고 다니는지 직접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주제를 선정하고 나니 아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됐다. 아이는 평상시 여자 아이돌의 인마이백 영상을 보았고 자기도 해보고 싶었다며 자신의 물건을 영상을 통해 소개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10분 분량의 영상 길이를 고려하여 서너 가지의 물건을 선정한 뒤 캠프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안녕하세요. 리아입니다. 오늘은 제 가방을 소개해 드릴 거예요.”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는 다음날의 촬영을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몇 번이나 연습을 했다. 또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의 인마이백 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그룹의 아이돌이고 어떤 물건들을 소개하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우리 딸이 이렇게 신나하다니 정말 해보고 싶었구나’ 하는 진실된 마음과 짠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다음날, 가족별로 촬영 실습이 진행됐다. 촬영을 위해 뿅망치, 스케치북 등 각종 소품을 준비해온 가족들의 모습으로 강의실 분위기는 전날과 사뭇 달랐다. 촬영 시작 전 아이와 사전 연습을 해보았다.

 

  엄마: “오늘은 리아가 자신의 가방을 소개해준다고요? 그럼 우리 리아의 인마이백 시작해 볼까요? 고고고~”

 

  나는 “고고고”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가위 모양을 만들어 아이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순간 아이는 찌릿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딸: “엄마, 이 포즈는 좀 그렇다.”

  엄마: “이런 건 원래 애드립으로 하는 거야.”

 

  아이와 티격태격 잠깐의 연습을 마치고 카메라와 반사판이 준비된 촬영 장소로 향했다. 두 대의 카메라를 앞에 두고 아이와 나란히 앉은 뒤 “큐” 소리와 함께 촬영이 시작됐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며 보냈던 지난 10년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꼼꼼하게 작성해 온 10장의 대본도 필요 없이 한 번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촬영 감독님의 ‘따봉’ 사인에 아이와 나는 서로 밝게 웃었다. 말이 꼬이거나 사소한 실수가 떠올라 재촬영이 필요한 건 아닌가 여쭈니, 편집으로 다듬으면 괜찮다는 감독님의 답변에 우리는 또 한 번 웃었다. 예상과 다르게 가장 힘들었던 과정은 편집이었다. 카메라로 촬영한 고용량의 영상을 방송사용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 편집했다. 먼저 영상과 음향을 합친 뒤 필요 없는 영상은 자르고, 강조 혹은 부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자막을 삽입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는 금세 지루함을 느껴 편집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적극적 디지털 시민 체험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 여정의 피날레인 ‘제작 동영상 발표회’가 시작됐다.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아빠에게 아이돌 댄스를 알려주는 영상, 아이가 준비한 초성 퀴즈를 부모가 맞히는 영상 등 작품마다 각 가족의 특색이 곳곳에 묻어났다. 각 동영상 발표를 마칠 때마다 관객 모두의 큰 박수가 이어졌고, 아이들은 수료증을 받으며 이틀간의 캠프 여정이 마무리됐다.

집이라는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미디어 기기로 서로 다른 세상과 소통하느라 가족 간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의 과한 노출로 아이들의 정신건강 및 시력 저하 같은 육체 건강도 우려된다는 미디어의 역기능을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틀간의 캠프 참여는 숏폼 제작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통해 아이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더불어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을 소모하는 소극적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미디어 생산에 참여하는 적극적 디지털 시민을 체험하면서 미디어의 순기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영상 편집은 진짜 지루했지만, 엄마랑 같이 촬영하고 너무너무 재밌었어. 고마워!”

 

  결국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의 문제는 나의 선택의 몫으로 돌아왔다. 소모하실래요? 같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실래요?

 

 

 
영상을 편집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진영 씨와 딸 리아 양. <사진: 장진영 씨 제공>

 

 

 

 

아이들과 함께 미디어 활용하기
엄지은 (2차 캠프 참여 가족)
 

 

 

  두 아이의 엄마로서, 교육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리터러시’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리터러시를 단순히 문해력이라고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 관련 교육을 찾아보던 중에 가족과 함께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

  아이들은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반에서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부모들은 게임과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남편을 닮아 게임을 잘 못하는 편이라, 다행히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튜브나 쇼츠에 관심이 많고 여러 주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동영상 프로그램 시청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가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이들과 함께 미디어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제재에 가까운), 생활에서 미디어 활용은 엄마 아빠부터 줄이고, 무조건 ‘책책책!!!’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믿고, 무턱대고 줄이는 게 아니라 같이 잘 활용해 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대화를 늘리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모 교육은 아이 아빠와 나에게 큰 안심을 주었다.

 

 

 

가족의 잠재력 발견한 시간 

  가족끼리 동영상 만들기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특별한 활동은 우리 가족을 더 가깝게 만들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리의 동영상 제작 여정은 모두가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시작됐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영상을 만들지에 대해 의견이 다소 충돌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오히려 더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주제를 선정할 수 있었다. 각자의 관심사와 역량을 고려하면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주제는 ‘우리 가족의 저녁 메뉴 밸런스 게임’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역할 분담이 중요했다. 누가 감독이 되고, 누가 카메라를 담당할지, 카메라 앞에 누가 나설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역할 분담 덕분에 원활하게 진행됐다. 각자가 담당한 역할에서 가족 구성원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특별했다. 나는 진행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촬영 단계에서는 웃음과 재미가 가득했다. 카메라 앞에서 게임과 진행을 하기는 처음이었지만 가족과 즐거운 대화와 웃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감독 역할을 맡은 아이들 아빠가 정말 감독처럼 “컷”이라고 외칠 때 우리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편집 단계가 제일 어려웠다. 큰아이 돌(잔치) 영상 이후 오랜만에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대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즐거움을 느꼈다. 비디오에 효과음과 멘트를 추가하여 영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에 의견이 달라 많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더 많이 협력하고, 알고 있는 지식-짧은 지식이나마-을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결국 우리의 숏폼 동영상이 완성됐을 때 모두가 큰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 가족이 해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 가족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고,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로 했으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성과를 나누는 능력을 키웠다.

 

 

 

협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황금 같은 휴일에 휴식이 아닌 공부를 하러 천근만근 발걸음을 뗀 우리 가족이 “협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언제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활동이었다.

  작은 아이한테 캠프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서강대에서 숏폼 만들기를 해서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도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면 다시 참여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 앉았을 때 긴장했는데 계속해보니까 괜찮았어요. 오랜만에 가족과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가족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됐어요. 편집은 어려웠지만 촬영은 아주 재미있었어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엄지은 씨 가족. <사진: 엄지은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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