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인 윤동주와 떠나는 문학 산책
신혜진,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독립을 위해서 ‘칼과 총’을 잡았던 의열단과 또 다른 방식으로 ‘펜’을 잡고, 민족을 잊지 않는 ‘시’를 썼던 한 식민지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밀정>을 보셨나요? 일제강점기의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는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처럼 독립을 위해서 ‘칼과 총’을 잡았던 의열단과 또 다른 방식으로 ‘펜’을 잡고, 민족을 잊지 않는 ‘시’를 썼던 한 식민지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동 섣달에도 꽃과 같은 얼음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조선 청년 시인
-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 』 정지용 서문
이 조선 청년은 바로 ‘윤동주 시인’입니다. 이 시인의 흔적은 서울 종로 일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시인의 흔적을 따라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하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코스 : 윤동주 하숙집터 (서촌) → 시인의 언덕 → 윤동주 문학관
▶ 소요시간 : 약 1시간 20분 (도보, 감상 시간 포함)
▶ 서촌 윤동주 하숙집터 -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9번지
문학 산책의 시작은 ‘서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하철 이용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2번 출구에서 서촌 방향으로 약 17분 걷다 보면 윤동주 하숙집터를 볼 수 있습니다.)
1917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 출생인 윤동주는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같은 문과에 입학한 후배 정병욱과 친구처럼 지내게 됩니다. (정병욱은 훗날 윤동주 시인의 시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은 1941년 친구 같은 후배 정병욱과 함께 윤동주가 하숙을 시작한 소설가 ‘김송’의 집입니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등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대표적인 시들이 이 곳에서 쓰였다고 합니다. 담장위로 펼쳐진 우산들에는 <별 헤는 밤> 시의 일부가 적혀져 있었는데요. 우산에 쓰여 있는 그의 시를 읽으며, 당시 이 집에서 시를 쓰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집의 원형은 남아 있지 않지만 서촌 길목에서 그의 자취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자주 거닐었던 인왕산을 따라서(윤동주 하숙집터 → 시인의 언덕,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하숙집터에서 옥인 제일교회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 입구가 나옵니다. 인왕산은 윤동주가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정병욱과 함께 자주 거닐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자연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괜스레 윤동주 시인의 기운을 받아 한층 밝아진 눈으로 자연을 바라 볼 수 있게 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이곳을 따라서 잠깐의 등산과 산책을 겸비해 약 25분 정도 걷다 보면 윤동주 문학관이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수성동 계곡 입구 / 인왕산 산책로 / 이정표
▶ 시인의 언덕
윤동주 문학관에 도착하기 전에 시인의 언덕을 먼저 들릴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언덕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적힌 비문이 세워져 있었는데요. 언덕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서시를 읽어보는 여유는 이곳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팁입니다. 언덕 옆에 위치한 다리를 지탱하는 나무마다 그의 시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다리를 지탱하는 그의 시가 지닌 힘. 청년 시인 윤동주의 시가 지닌 힘을 느끼며, 그의 기운을 얻고 갈 수 있었던 장소였습니다.
▶ 마지막 종착지 윤동주 문학관
▲문학관 전경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오면, 윤동주 문학관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전시실인 ‘시인채’는 시인의 삶의 역사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진자료와 친필원고를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고향인 중국 명동에서부터 중학교, 대학교 시절을 거쳐 연희전문학교 졸업 이후 시집을 내고자 하였으나 좌절되었던 시절,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창씨개명 그리고 그의 고뇌의 시간, 일본 유학을 간 후 자신의 무기력함을 자책하던 시절, 후쿠오카 감옥에서의 생활, 시인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그의 인생을 정리해놓았습니다. 우리가 현재 윤동주 시인의 시를 알고, 음미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문우 ‘정지용’에게 남긴 자필 원고가 보존되었고 친지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그가 죽고 3년이 지난 후(1948),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를 정음사에서 출간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시기마다 시인의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시’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우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우물은 시인의 생가에 있던 우물을 토대로 복원된 우물로 이 우물에 대한 기억이 그의 대표작 <자화상>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2전시실과 2전시실 열린 우물에서 바라본 하늘
2 전시실은 ‘열린 우물’이라는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하여 ‘열린 우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3전시실 닫힌 우물
3전시실은 ‘닫힌 우물’로 시인과 관련한 10분 정도의 영상을 보며 침묵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닫힌 우물에 앉아서 영상을 보며,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따른 산책을 마무리하며 어느덧 영혼이 맑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윤동주 문학관의 독특한 점 한 가지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는 점입니다. 문득 ‘가압장’과 ‘윤동주 문학관’의 연관에 대해서 궁금해졌는데요. 특별히 가압장을 문학관으로 개조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윤동주 문학과 입구의 글귀와 리플릿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서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세상사에 지쳐 타협하면서 비겁해지는 우리 영혼에 윤동주의 시는 아름다운 자극을 줍니다.
그리하여 윤동주 문학관은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 새롭게 만드는 ‘영혼의 가압장’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서시>의 일부분입니다. 리플릿의 글을 참고로 윤동주 문학관을 살펴보며 위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답은 제 자신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훗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때 시인이 말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 비겁한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제 자신에게 자극을 줌으로써 다시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따라서 서촌에서부터 인왕산을 거쳐 청운동까지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문학 산책이었습니다.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시거나,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면 독서의 계절 가을 날씨와 함께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따라서 문학 산책 어떠신가요?
* 참고 사항 : 윤동주 문학관의 관람 시간은 10:00~18:00이며, 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