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이별'
[요약] 최근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전이별’은 연인과 이별할 때 스토킹 당하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유출 협박 등 보복 범죄에 시달리지 않고 무탈하게 헤어지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인을 살해, 폭행 치사해 검거된 사람이 296명에 이르렀고 살인미수로 검거된 사람도 309명에 달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안전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증하는 데이트폭력
최근 언론에는 이별범죄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습니다. 스토킹부터, 개인정보 유출, 협박, 폭행 등 크고 작은 괴롭힘을 당하는 여성들이 꽤 많은데요. 지난 여름에는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직장을 찾아가 빙초산을 투척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애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살인, 폭행치사 하여 검거된 사람이 5년간 296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살인미수로 검거된 사람만 해도 309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애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검거된 사람도 5년간 3만 6,000명에 이릅니다. 즉, 하루 평균 20명이 애인으로부터 폭력에 노출된 것입니다.
사실 데이트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미 25년 전부터 피해자들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도되지 않은 범죄도 많고, 아예 경찰서에조차 신고하지 않은 사건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여성이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는지, 이별 통보 후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트폭력, 왜 증가할까?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가해자들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며, 아직도 여성을 자기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적인 사고를 갖는 데 비해 여성들은 순종보다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는데 그 커다란 간극이 부딪히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이나미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 역시 여권신장과 가부장적 잔재가 부딪치는 현시대의 한국적 특수성이 데이트폭력의 원인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녀는 "과거 남녀 간에 발생하는 일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여겼으나 점점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 가해자였던 남성을 두둔하며 피해자인 여성의 '처신'을 지적했다면 현재는 점점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생활했던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성 평등적 사고'가 아직 만연하지 않은 남성에게는 매우 못마땅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누렸던 권위주의적 행동을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추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내 것’이라고 여겼던 여성이 “우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먼저 당당히 이별을 고하며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폭력이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부장제의 잔재와 여권신장이 뒤섞인 현실이 이별범죄의 1기저에 깔렸다는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안전이별 매뉴얼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다음과 같은 특성이 나타나면 조심하라고 조언합니다.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고 타협을 모르는 사람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못 참는 사람
△내 차, 내 집, 내 가족 등 특별한 것에 대한 소유욕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
△충동적이고 자제력이 낮은 사람
△‘내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며 집착이 과도한 사람.
또한,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는 이별 통보를 피하고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스토킹을 당할 경우에는 거절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이별 통보 후 상대방의 태도가 흉악하게 돌변하면 일절 연락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협박이 계속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강하게 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이때 증거 확보는 필수로 협박 메시지를 지우지 말고 남겨둬야 합니다.
데이트 폭력을 당할 경우 은폐하지 말고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피해자들이 데이트 폭력을 견디면 가해자는 오히려 피해자를 우습게 보고 폭력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별은 곧 치유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트폭력 가해자와의 아름다운 이별은 결코 없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참고기사]
주간조선, 내 딸이 알아야 할 안전이별 5가지 수칙, 201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