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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알면 세계 경제가 보인다

다독다독 (多讀多讀) 2016. 11. 3. 17:00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요약] 지난 921(현지시각), 세계의 이목이 재닛 옐런 미국 [각주:1]연방준비제도(FRB 이하 연준) 의장에 쏠렸다. 미국의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각주:2](FOMC)회의를 마친 후 0.25%~0.5%인 미국의 기준 금리의 동결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FOMC회의 참가자들이 올해 연방기금금리의 한 차례 인상이 적절하다고 실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8일 미 하원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경제)상황이 지금과 같이 이어지고 새로운 위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연준의)동료들 중 다수는 올해 그런(인상) 방향으로 한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옐런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관한 발언은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연 1.25%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올 6월 인하 결정을 내린 후 4개월 째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에 세계 경제가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은 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하려면 지난 2008[각주:3]서브프라임모기지로 촉발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 아프간 이라크 전쟁 등으로 경기가 악화하자 미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주택융자 금리를 인하하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투기를 조장했다. 이것이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주택융자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이 쉬워져 너도나도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투기열풍이 불었다. 금융계에서는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자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해도 본전은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상품을 대량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저금리정책을 종료하자, 금리가 인상됐고,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개인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됐고, 결국 대형 금융사와 증권회사의 파산이 잇따랐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오면서 연쇄적인 경제위기가 닥쳤다. 당시 미 연준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여 시장에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을 펼쳤다. 당시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했다. 양적완화정책을 할 때 필요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이유는 민간인과 은행이 아닌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기준 금리이기 때문이다.


침체하였던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자 경기과열을 막고 점진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 조정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미 연준은 2015120.25~0.5%로 금리를 25bp(100basis points) 인상했다. 올 하반기 미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이유는 미국의 2016년 상반기 경기 회복세가 완만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달러의 변화에 세계의 귀추가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달러는 기축통화다. 기축통화(Key currency)는 금과 더불어 나라 간 수출대금 등을 결제할 때 기본으로 거래할 수 있는 돈, 즉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준이 되는 돈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국제간 유통을 할 수 있게 되자 금융은 상품이 되었다. 은행 등 금융권의 제도를 통해 전 세계의 돈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옮겨 다닐 수 있게 됐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자금은 물론 국내 자본도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급격한 달러유출이 있을 수 있다.

 

 

#정부 금리 인하”VS 한국은행 금리 동결그 속내는

 

정부의 기준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앞서 살펴본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기 위해서이다. 둘째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실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한국의 통화가치와 주식·채권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의 금융시장에 투자한 글로벌 투자자금이 원화의 가치가 인상됨에 따라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 급격하게 돈을 빼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투자처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금리가 0.24%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3개월 후에 약 3조 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의 실물경제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져 생산과 수출에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부문을 제외한 주식과 채권투자 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을 완화할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맞섰지만, 가계부채를 더는 늘려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금리를 동결한 또 다른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준금리를 낮추면 내수 진작은 가능해지는 것일까. 문제는 가계부채에 있다. 2004[각주:4]가처분소득 대비 66% 정도의 비율을 유지했던 가계부채는 20166월 기준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145%에 이르러 사상 최대치를 경신, 1인당 평균 빚이 7206만 원에 이를 정도다. 매월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정기적인 소득자도 가처분 소득의 25%를 원리금상환에 써야 하니 결국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게 된다는 것. 실제로 통계청 조사를 따르면 올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동기대비 0.7%포인트 하락한 70.9%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에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별로 상환해야 할 원리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을 갚느라 쓸 돈이 줄어들어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금리는 돈의 가치다. 금리를 내려 통화량을 늘리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은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은행은 돈을 빌려주기 쉬워지고, 가계수익은 늘어나고 이에 소비가 덩달아 증가하고, 기업은 신제품개발 등 투자의욕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가지 않고, 회수 가능한 투자처에 돈이 쏠리게 돼, 실제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시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준 금리가 떨어져 통화량이 늘어나면 은행은 빌려줄 돈이 많아진다. 하지만 정작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각종 담보 등을 요구해 대출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대기업이나 돈이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돈을 빌려주려 한다문제는 대출을 쉽게 받은 대기업이나 부유층은 내수 경기가 침체되어있으니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자사주매입, 부동산 투자 등에 눈을 돌려 주식과 부동산 시장만 활성화하는 효과만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신호는 2012, 2014년 잇따라 부동산규제를 완화해 대출 가능 금액을 대폭 높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때 정부는 침체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부동산 경기는 살아났고, 지난 2년간 부동산 경기가 국내 경제를 떠받쳤다는 지적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대출을 더 쉽게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에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송파 등 강남 일부 지역의 재건축 분양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요약해 보자.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전 세계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돈, 특히 달러는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전 세계를 떠다니면서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흘러간다. 노동의 대가로 소득을 얻고, 소득에 따라 소비를 하는 과거와 달리 돈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국제적 거래 기준이 되는 달러 가치의 변동에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는 현실을 이해해야만 금융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현대 경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 FRS(Federal Reserve System·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중앙은행제도로 1913년 12월 설립됐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달러화를 발행하고,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를 규제한다. 특히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쓰이는 만큼 미국 및 세계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본문으로]
  2.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중앙은행제도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와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1년에 8번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통화공급량, 금리 조정 여부 등을 결정한다. [본문으로]
  3.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본문으로]
  4. 개인소득 중 소비 또는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