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헐버트를 만나다
김우주,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고종황제의 특사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미국인 헐버트는 한글을 업신여기던 당시의 분위기에 통탄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논문을 저술하고 한글로 된 교과서를 발행하는 등 한글을 알리는 데 힘썼습니다.
지난 10월 8일~9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 한마당 축제’가 개최됐습니다. 이날 축제에서는 ‘훈민정음 목판인쇄 체험’, ‘한글 블록 만들기’, ‘골든벨’ 등의 체험행사뿐만 아니라 ‘한글, 헐버트를 만나다’라는 특별 강연도 진행됐습니다. 이 강연은 1886년 조선으로 와 1949년까지 지속적인 한글 사랑을 보여주었던 호머 헐버트(Hulbert)의 일생을 통해 한글을 경시하던 당시 국내 분위기부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글에 얽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한 학자로서의 헐버트
▲호머 베잘렐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년 1월 26일 ~ 1949년 8월 5일)
고종황제의 특사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헐버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학교였던 육영공원의 교사로 내한하면서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당시 조선은 1446년에 훈민정음이 반포되었고 1894년에는 ‘국문칙령’을 통해 국문을 사용하는 것을 법령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헐버트는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아니하고 오히려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사민필지 中)’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이에 대해 통탄했고, 한글의 우수성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논문을 저술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A Comparative Grammar of the Korean Language and the Dravidian Language of India」(Seoul, Methodist Publishing House, 1905.) 라는 논문에서는 한국어와 인도의 드리비드어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어와 드리비드어가 음운 및 어간, 명사의 성과 활용체계 등의 부분에서 많은 유사성을 가졌기 때문에 그 기원이 같다는 ‘남방기원설(일본·대만·말레이 등의 언어들과 더불어 인도의 드리비드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조차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시기에 한국어와 한글의 우수성을 논리적으로 분석한 헐버트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많은 언어역사연구의 기반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한글 사랑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근대적 교육에 힘쓴 교육자로서의 헐버트
헐버트는 육영공원의 교사로서 한국에 근대적 교육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썼습니다. 한글로 된 교과서를 발행했고 영어수업을 정규과목으로 지정하여 외국어 교육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영어교육은 고종황제의 관심을 받아 궁 안에서 고종황제가 직접 시험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학생이 답하는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서재필 선생과 함께 ‘독립신문’을 창간하는 것에도 참여하여 독립신문이 영문으로 작성되어 외국에도 한국의 사정을 알릴 수 있도록 공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글의 사용에 있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우리글에 있어 띄어쓰기와 점찍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EBSCulture(EBS 교양), 역사채널e - The history channel e_호머 헐버트의 진실 2015.4.2.
#한글을 사랑한 헐버트의 인생에 관한 강의 취재를 마치며
▲헐버트박사 기념 사업회 김동진 회장님
이번 강연은 우리나라를 사랑한 헐버트의 일생을 통해 다시금 현대인들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는데요. 특히나 한국과 한글을 사랑한 헐버트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한 김동진 헐버트박사 기념 사업회 회장님의 강연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생생한 당시의 기록들까지도 살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안중근 의사께서 ‘한국을 위해 진력한 은인 헐버트는 한국인으로서는 하루도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한국에 대해 많은 공적을 쌓았던 헐버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다시금 그의 공적을 기릴 기회가 마련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렵게 지킨 한글을 한글답게 보전하고 또 그것을 공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분께서도 저의 기사를 통해 한글과 헐버트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