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폼 텍스트, 뭣이 중헌디?
[요약] 현재의 젊은 세대는 뉴스에 대한 관심은 적지만, 실제 디지털 뉴스 시장의 환경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멀티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뉴스와 비디오 이용이 잦은 밀레니얼 세대의 저널리즘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도널드 레이놀스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최근 발행한 보고서 <스토리 스크롤하기: 밀레니얼 세대와 롱폼 저널리즘>을 통해 소개합니다.
#스노폴, 디지털 롱펌 저널리즘의 출발
본 연구 보고서는 특히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롱폼 저널리즘’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2012년 12월 뉴욕 타임스는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의 눈사태를 다룬 멀티미디어 형태의-비디오, 인포그래픽, 멀티 디자인 요소들을 결합한-총 1만7,000자의 기사, ‘스노폴(Snow Fall)’을 발행했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멀티미디어 내러티브’ ‘디지털 롱폼’ 같은 형태의 새로운 저널리즘의 이정표가 됐다. 2,000자 이상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법, 이를테면 사진, 비디오, 인포그래픽, 웹 애플리케이션 등을 포함하는 형태의 기사를 의미하는 멀티미디어 롱폼 저널리즘은 현재 전통적 언론기관뿐만 아니라 신생 미디어 기관, 비영리 미디어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롱폼 저널리즘은 아직 그 정의에서부터 학자들마다 보는 시각에 다소 차이가 있다. 새로운 형태의 문학적 저널리즘으로 보는 시각, 혹은 심층 저널리즘, 탐사 저널리즘 등으로 보는 시각이 혼재하는 실정이며, 그 저널리즘 가치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문 형태의 기사가 과연 독자에게 얼마나 소구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연구(Mitchell, Stocking & Matsa, 2016)에 따르면 독자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해 기사를 읽을 때, 단문의 기사보다 장문의 기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나 모바일 중심 미디어 환경에서 롱폼 저널리즘의 성공 가능성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본 연구는 멀티미디어가 결합된 장문 형태 기사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 으로 향후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롱폼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대학생 53명을 대상으로 네 가지 형태의 양적, 질적 연구 방법–아이트래킹(Eye Tracking), 반구조화 개별 인터뷰, 포커스 그룹 인터뷰, 페이퍼 프로토타이핑(Paper Prototyping)-을 이용해 연구를 실행했다. 특히 아이트래킹 기법을 이용해 어떤 특정한 요소 (디자인, 비디오, 텍스트)가 이용자의 주의를 끄는지를 실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참석자 15명에게 아이트래킹을 위한 안경을 착용케 한 뒤 제시된 네 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선택해 아이패드상에서 보도록 요청했다. 실험에 사용된 롱폼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는 2013 ~ 2014년에 미국과 유럽의 뉴스 미디어 기관에서 발행한 콘텐츠로 내용의 질과 다양성을 고려해 기사 글자 수와 멀티미디어 요소 결합 여부를 따져 선정됐다. 연구자들은 시선 추적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Tobii Glasses Analysis Software)을 이용해 참석자들의 시선 고정 횟수와 위치를 분석 했다.
결과 1. 밀레니얼 세대, 알기 위해 읽다
•이해를 돕기 위해 쓰고 그려라
아이트래킹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비디오나 다른 멀티미디어 요소 대비 스토리 텍스트에 시선을 가장 많이 고정했다. 참석자들은 스토리가 전달하는 팩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스토리의 텍스트는 이러한 팩트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데 가장 쉬우면서도 정확한 도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헤드라인 및 인용문과 같은 좀 더 큰 사이즈의 텍스트가 작은 사이즈의 텍스트 대비 가독성이 높고 이용자에게 좀 더 소구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는 이미지와 그래픽이 ‘효과적으로 결합된’, 간단명료한 텍스트를 선호했다. 연구자들은 인포그래픽, 사진, 비디오,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맥락적이며 시각적으로 스토리에 결합함으로써 텍스트에 정보적, 정서적, 경험적 요소들을 가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러티브 흐름을 유지하라
참석자들은 비주얼 요소들이 긴 문구의 텍스트 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스토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비주얼 요소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발견됐다. 참석자들은 ‘기본 내용 파악을 먼저’ 하고, 자신이 읽어 내려가고 있는 ‘위치를 잃지 않고 싶은’ 이유에서 스토리 중간 중간의 몇몇 상호작용적인 기능과 비디오,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하이퍼링크 등을 일단 무시하고 텍스트를 계속 읽어 내려가는 행태를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으로 기사 읽는 즐거움을 높여라
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 참석자들은 장문 형태의 스토리를 읽어 나갈 때 모바일 디바이스와 노트북 간의 경험적 차이를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상에서의 읽기가 노트북보다 좀 더 힘들고 덜 즐기게 된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견해는 페이퍼프로토타이핑 조사 과정에서도 나타났는데, 참석자들은 장문형 스토리에 흥미가 있지만 텍스트로 가득 채워진 스토리는 디자인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며 대신 짧고 산뜻한 부제목, 상호작용 게임, 비디오를 이용해 스토리를 디자인하기를 원했다.
결과 2. 애플리케이션, ‘에지’를 더하다
최근 미디어 기관들은 좀 더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를 뉴스에 접목해 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How Y’all, Youse and You Guys Talk’가 그 일례로, 독자가 선택한 언어로 출신 지역을 맞히는 퀴즈를 접목한 것인데 뉴욕타임스 독자가 가장 많이 방문한 콘텐츠로 기록되고 있다. 상호작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간, 전문적 지식,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미디어 기관들이 이러한 기술 개발에 한정된 예산을 투입하기에 마땅한 근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물음에 애플리케이션이 독자의 기대와 요구에 맞아떨어질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맥락을 유지하라
인터뷰 참석자들은 뉴스 스토리 내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버튼이나 링크를 통해 다른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형태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기 위해 제공된 링크는 광고로 오인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선(先) 텍스트 리딩, 후(後) 인터랙션’ 의 이용 행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향후 언론기관이 웹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이러한 이용 행태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상호작용성을 높여라
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점은 상호작용성이 모바일 롱폼 저널리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텍스트 집어넣기, 클리킹(Clicking), 태핑(Tapping), 스와이핑(Swiping), 스크롤링(Scrolloing) 등의 행위를 통해 상호작용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적 특성은 모바일 디바이스상에서 더욱 확장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페이퍼프로토타이핑 연구 결과를 근거로 휴대폰이 노트북 이상으로 상호작용성의 개념을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한다. 이를테면 한 참석자 그룹은 스토리 내 비디오에 대한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휴대폰의 로테이션(Rotation)과 모션(Motion) 기능을 활용 하기도 했다. 스토리 내 전자 게임 또한 독자의 상호작용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게임의 차원을 넘어 정보 획득이라는 차원에서 게임 참여 경험이 주는 상호작용성을 높이 평가했다.
결과 3. 주제가 중요하다
뉴스 콘텐츠의 주관적 관련성은 콘텐츠 구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 대부분은 롱폼 저널리즘 형태의 기사가 자신과 관련성(삶, 흥미, 지리적)이 있을 경우 스토리를 읽거나 공유할 의사가 더 높다고 응답했다. 즉, 조사에 이용된 롱폼 저널리즘 프로젝트 중 참석자 자신과 관련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토리의 지리적 관련성은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스토리에 대한 흥미가 높지 않더라도 스토리에서 구현되는 혁신적이며 상호작용적인 디자인 때문에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는 점이다.
주관적 관련성을 넘어 독자가 스토리에서 어떤 ‘결정 권한(A Sense of Power to Make Decisions)’을 부여받는 경우 정보 공유의 가치가 발생한다고 연구자들은 해석한다. 다시 말해, 독자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스토리라 하더라도 스토리 내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참여 기능(상호작용성이 가미된)이 독자에게는 사회적 ‘기여’의 차원으로 인식되고, 이 경우 독자는 이를 기꺼이 공유해서 그 기여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뷰 참석자들 사이에서 발견된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의 니즈와 관련이 있다. 참석자들은 어려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스토리에 상당한 호감을 보이는 한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솔루션에 대한 정보를 얻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가 갖고 있는 참여 욕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결과 4. 비디오 많이 보지만 만족감은 사진·인포그래픽이 더 커
아이트래킹 조사 결과 참석자들은 텍스트와 비디오에 시선을 가장 많이 고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후기 인터뷰에서는 특히 사진과 인포그래픽에 대한 인상이 가장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석자들은 시청한 비디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는데 7분 길이의 비디오는 너무 길다는 이유였다. 참석자들은 3분 이내의 비디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의 경우 특히 정서적이거나 정보적인 사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러한 사진들은 스토리를 읽어 내려가는 데 독자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참석자들은 인포그래픽이 주는 다양성과 단순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인포그래픽은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스토리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빠른 정보 전달력이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소구되고 있었다.
결과 5. 미래는 (훨씬 더) 비주얼이다
페이퍼프로토타이핑 기법 조사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롱폼 저널리즘을 구현하면서 텍스트의 양을 줄이고, 비디오, 인포그래픽, 상호작용적인 기능을 더 많이 사용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모바일 롱폼 저널리즘은 훨씬 더 비주얼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스토리 내 비주얼 요소들은 독자와 스토리와의 관련성을 높이고 있었다. 즉, 영상이나 이미지가 전달하는 사실적 묘사는 독자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는 현장감을 높여줌으로써 스토리에 더욱 집중하고 관여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능성
본고에서 소개한 이번 연구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에서 뉴스 소비를 이해하는 데 다양한 경험적 연구 방법을 시도해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소비 방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가령 어떤 편견을 가지고 이들의 소비 방식을 지레짐작하고 있지는 않은가? 본 연구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몇몇 연구 결과는 향후 디지털 롱펌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