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경계를 묻다, <닉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
서현정, 2016 다독다독 기자단
포스터를 보고 떠오른 생각은 ‘와, 아름답다’는 경탄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물음들. “이게 사진이라고? 그림 아니야? 도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4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수록 궁금증이 커졌다. 이건 어떻게 찍은 사진일까? 이걸 사진이라 해야 하나 회화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우리는 ‘사진’을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매개물이라고 생각해왔다. 진실의 편린 1들. 객관적인 사실을 증명해주며, 진실만을 말하는 것. 그러나 사진 자체가 만들어진 구성물이라면? 그 셔터를 누르는 0.1초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2박 3일을 준비했다면? 디지털로 CG를 구성하듯 새로운 이미지를 작업했다면? 수많은 사진들을 합성했다면? 과연 이것은 사진일까?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의 전시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는 작품을 감상하며 계속 물음을 던지게 된다. 패션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던 작가는 흑백사진부터 마지막 디지털 영상까지 이미지의 변천과 새로운 기술의 접목을 추구하며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패션에 대해,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작품들은 기존의 미적 통념을 깨뜨리며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01. SKINHEADS #스킨헤드
1982년 출간한 닉 나이트의 첫 작품이다. 청바지에 민머리, 타투. 그들의 개성을 추구하는 스킨헤드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적 시선의 모음이다. 폴로 카라티에 청바지. 반항적 시선. 통념으로 얼룩진 스킨헤드의 일상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Dougie1979-1980
#02. PORTRAITS #초상사진
닉 나이트는 유명인사들에 대한 인상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해 시리즈로 만들었다. 시리즈의 가장 최근의 것은 2009년 레이디 가가의 초상이었다. 역동적이면서 하늘하늘한 그녀의 움직임. 나를 관통하는 것처럼 내려보고 있는 눈. 닉 나이트가 가가에 대해 느낀 인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빛과 그림자, 선명함과 흐림만으로 작가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Lady Gaga, 2009
#03. DESIGNER MONOGRAPHS #디자이너모노그래프
이 섹션은 당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대상화하며 소비하던 패션 화보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 마틴 싯봉, 질 샌더와 함께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여성의 관능성과 성에 초점 맞추던 패션 화보에서 벗어나 패션 옷감 그 자체, 질감과 색이라는 패션 원재료에 모든 포커스를 둔다. 봐야 할 것은 몸이 아닌 옷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탑모델 나오미 킴벨이 모델이지만 그 누구도 킴벨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녀는 검은 실루엣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성 모델이 가진 보편성도 벗어던져 버린다. 짧은 머리에 담배를 피우고, 코르셋처럼 불편한 옷이 아닌 펑퍼짐한 옷, 펑퍼짐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다. 이 시리즈에선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요구했던 여성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Susie Smoking, Susie Bick for Yohji Yamamoto,1988
#04. PAINTING & POLITICS #페인팅&폴리틱스
▲Stephen Jones, 1985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정면적인 도전이자 사진에 본격적인 가공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시리즈다. 그래픽 장비가 도입되면서 머리에 핀셋이 박힌 이미지, 못이 관통하는 인간의 사지와 같은 이미지가 구현된다. 폭력성에 대한 물음이자 성찰이다. 역동성과 폭력, 잔인함이 동반되는 이미지들은 한편으로는 사진이기에, 비현실적임을 알기에 폭력이 덜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편적 미의 기준에서 멀다고 생각되는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들도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우리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05. STILL LIFE & KATE #정물화 & 케이트
회화와 사진의 경계가 무너진 곳이다. 사진을 찍고 3D 프린팅을 해서 작은 모형을 만들어낸
다. 그 모형은 더는 사진이 아닐까? 아름다움의 상징인 장미. 그리고 장미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했던 회화. 그 회화의 구도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쇄했다. 잉크가 마르지 않고 줄줄 흐른다. 아름다워야 할 장미에서 암울함과 절망감이 느껴진다. 이것은 사진일까?
▲Rose I, 2012
#06. FASHION FILM #패션필름
▲Fasion Film, Black, 2015
이미지들은 사진의 프레임을 넘어 영상의 프레임과 실제적 움직임으로 넘어왔다. 애니메이션, 3D 촬영, 비디오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이 실현되었고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과 함께 만든 영상에서는 섬뜩하지만 미의 기준을 찾는 패션의 실험적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
“I must trust myself, and I must believe in what I do. It may be an arrogant belief, but I can’t look to anyone else to show me the way. I think nobody should play their life by other people’s rules.”
“나는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믿어야만 한다. 그것은 오만한 믿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도 다른 이들이 만든 잣대에 자신의 삶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한다.”
- Nick Knight -
닉 나이트의 작품들은 그동안 아름다움에 대해 쌓아왔던 보편적 기준을 무너뜨리고 너의 시선은 어떤가 묻고 있다.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다른 시각으로도,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주의를 추구한다 생각했던 사진의 틀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구현해내지만, 그 사진이 갖는 질문에는 날카로운 현실에 대한 성찰이 묻어나 있다. 낯선 시도들 속에 결국 내가 가진 아름다움의 기준이 나오는 것이다. 그 과정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경복궁역 대림미술관의 닉 나이트 사진전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NICK KNIGHT: IMAGE)
기간 : 2016.10.06(목)~2017.03.26(일)
장소 : 대림미술관지도보기
요금 : 성인 5,000원 / 학생(초/중/고) 3,000원 / 미취학아동 2,000원
[사진출처]
대림미술관 홈페이지- 한 조각의 비늘이란 뜻으로, 사물(事物)의 아주 작은 일부분(一部分)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