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엇갈린 반응
[요약]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향년 90세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폴헨시오 바티스타 독재 정권으로부터 쿠바를 해방한 혁명가이자 동시에 공산주의 독재를 펼쳐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한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그의 삶에 대한 평가만큼 죽음에 대한 입장도 상반됩니다. 각국 정상들은 애도와 추모 내용부터 조문단 구성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그는 누구인가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면서 총리에 취임하고 1976년 1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올라 약 반세기 동안 쿠바를 통치한 지도자입니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2008년 의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의장직을 이어받아 이후에도 쿠바 정치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1926년 쿠바 동부 오리엔테주 비란의 스페인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1945년 아바나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학생운동과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쿠데타로 친미 군사독재정권이 세워진 1952년, ‘7월 26일 운동’이라는 조직을 결성해 반독재 투쟁에 나섭니다. 변호사였던 그는 1953년 바티스타 독재정권 타도를 시도했다가 붙잡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년 뒤 석방돼 멕시코로 건너간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젊은 의사, 체 게바라를 만나게 됩니다. 두 혁명가는 1956년 11월 쿠바에 돌아와 혁명을 준비하고 3년 뒤인 1959년 1월 마침내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습니다.
#혁명가 vs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그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후 나타난 모습도 대조적입니다. 쿠바에서는 식당들이 문을 닫고, 각종 문화 공연과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고 카스트로가 공부한 아바나대학 앞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는 등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정치적 억압을 피해 망명한 사람들은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쿠바계 주민이 대거 거주하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리틀 아바나’에서는 사람들이 미국·쿠바 국기를 함께 들고나와 흔들거나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를 벌였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를 혁명가로 추앙하는 사람들은 그가 독재정권 타파, 농지 개혁 및 기업 국유화, 무상교육·무상의료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다며 지지합니다. 반면 그를 독재자로 규명하는 측은 독재정권을 전복시킨 그 자신이 장기 집권자가 됐고, 표현과 집회·결사, 언론의 자유가 제한됐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타계 소식… 세계 각국 정상들의 반응?
피델 카스트로의 화장된 유해는 9일간의 추모 기간을 마치고 지난 4일 자신의 고향인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안장돼 19세기 쿠바 독립영웅이자 그가 평생 존경했던 2호세 마르티 옆에 묻혔습니다. 장례식에는 참석한 외부 인사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등 주로 쿠바와 연대했던 중남미 국가 수장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카스트로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가 엇갈리는 점 등을 감안해 3조전(弔電)을 보내는 것에 그쳤습니다. 또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장례식 불참을 밝혔고 고위급이 아닌 중간급 조문단을 파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우방 국가인 러시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전에서 “그는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러시아의 친우였다”며 “그는 항상 러시아인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조문 사절을 파견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조전에서 “역사의 위대인 인물, 쿠바인들의 위대한 지도자, 중국인들의 친밀한 동지를 잃었다”고 애도하며 조문단을 파견했습니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그의 삶.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들이 쿠바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후대의 평가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기사]
이데일리, “야만적인 독재다”Vs. “위대한 혁명가”, 2016.11.27.
경향신문, 시진핑·푸틴 “동지 읽었다”..트뤼도 “슬픔 함께”, 201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