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알다 - 신문 논술대회 수상자 인터뷰
양정환,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많은 학생이 신문 읽기에 대해 가지는 의문은 “왜 읽어야 하나요?”입니다. 정말 신문은 '왜' 읽어야 할까요? 신문 논술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박서아 씨와 이푸르메 군을 만나 두 사람이 느낀 신문이 주는 도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교육 강국 핀란드는 젊은 세대의 약 51%가 종이신문을 구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995년 53.5%에 달했던 신문 구독률이 2014년 20.7%까지 줄었고 학생들의 구독률 또한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많은 학생이 신문 읽기에 대해 가지는 의문은 “왜 읽어야 하는가?” 입니다. 언제부턴가 ‘지루한’, ‘읽기 어려운’ 이라는 수식어가 신문 앞에 자연스럽게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과연 신문 읽기는 지루하고 어려우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요? 신문 논술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박서아 씨와 이푸르메 군을 만나 두 사람이 느낀 신문 읽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일반부 최우수상 수상자, 박서아
“학교에서 배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 일반부 최우수상 박서아 씨 / 사진출처 : 한국 조사기자 협회
박서아(21)씨는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지만, 대학 초 언론 보도를 읽고 주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중 교수님의 도움으로 신문 읽기와 토론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동기들과 매주 수요일마다 프랑스 종합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요약하고 토론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특정 사안이나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모임을 통해 신문을 읽는 것에는 정말 많은 이점이 있지만, 그 중에도 가장 좋은 점은 신문 읽는 시간을 정해 놓게 된다는 것 같아요. 르몽드지는 국제 외교, 정치 이슈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읽고 가지 않으면 모임이 정말 지루해요. 그래서 저는 매일 하나의 이슈를 읽는 것을 모든 활동의 제일 앞 순서에 두고 있어요.”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번 논술대회에서도 신문 읽기와 토론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술대회를 위해 시작한 활동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해 온 것이 습관이 되면서 대회 당일에도 평소와 같이 자연스럽게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했고, 요약했습니다.
“르몽드지에 언급된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요약하는 활동을 하다 보니 대회에서 주어진 제시문들을 빠르게 요약하고 저의 생각과 글쓴이의 생각을 구별할 수 있었어요. 르몽드지 요약은 제가 가장 번거롭게 생각하는 일임과 동시에 저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신문을 꾸준히 읽는 것만큼이나 글쓰기 훈련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매번 신문을 읽은 후에는 요약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무리하게 내용을 요약하지 않고 핵심이 되는 몇 줄을 오리거나 사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쉬운 수준에서 정리하며 신문에 대한 흥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박서아씨의 고등학생 시절 스크랩
“저는 신문을 읽고 400자 원고지에 내용을 스스로 요약해 보는 방법으로 신문을 정리하고 있어요.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신문을 읽다 보면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신문에 자주 드러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주체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는데 신문에 마음껏 낙서하며 읽은 후, 신문을 덮고 정해진 글자 수에 맞추어 정리를 하다 보면, 사실과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의견, 소수의 의견, 그리고 나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답니다.”
하지만 박서아 씨에게 미디어 리터러시의 능력은 신문과 뉴스 그리고 토론을 통해서만 길러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한 그녀의 또 다른 노력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하는 저의 방법은 ‘밖에서 노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그렇듯 저 또한 대부분 시간을 휴대폰에 할애하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미디어라는 상자 안에 갇히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무엇이 미디어 리터러시인지, 내가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읽고 쓰는지, 어떤 것을 구별해야 하는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아요. ‘노는 것’은 저를 자연스럽게 미디어 상자에서 해방하고 자신감과 창의성,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죠. 저는 미디어 밖의 활동을 통해서 그러한 능력을 키우고 있어요. 즉, 휴대폰을 매개로 한 미디어 자체에서 의식적으로 탈출하는 것이죠.”
#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자, 이푸르메
“신문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 고등부 최우수상 이푸르메 군 / 사진출처 : 한국 조사기자 협회
고등학생인 이푸르메(17) 군에게 따로 신문 읽는 시간을 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른 학생들처럼 내신 관리와 수능 준비를 해야 했기에 정해진 시간에 신문을 보기보다는 학교생활 중에 틈틈이 생기는 ‘알짜시간’ 들을 활용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특히 종이 신문에 한정되지 않고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신문 읽기를 했습니다.
“주로 점심시간 때 밥을 먹고 나면 시간이 약 20~30분 정도 남는데, 그때 도서관에서 신문을 봅니다. 학교에서도 따로 독서시간으로 학생들이 책과 신문을 읽을 수 있는 특별시간을 빼주곤 하는데, 그때 신문을 들고 와서 친구들과 같이 읽고는 합니다.”
“행사, 시험 등으로 따로 시간을 빼 신문 읽기가 어려울 때에는 등하교 시간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아예 종이신문을 읽지 못하는 날이면 각 언론사에서 제공해주는 전자신문을 이용합니다.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기사를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 이푸르메 군이 정리한 다양한 종류의 노트
“바쁜 하루 중에서도 신문을 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라는 물음에 고민하던 푸르메 군은 자신이 듣고 겪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했던 스크랩과 사설 노트, 미래 노트 등을 만든 개인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덧붙였습니다.
"더 성장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었습니다. 신문을 읽게 된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충분한 이해를 위해 변화과정을 담은 지면을 보면서 생각을 따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신문을 읽고 나면 필요한 부분을 스크랩해서 따로 사설 노트를 만든 뒤, 신문에 실린 기사가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가치관과 상충하는 내용일 경우, 따로 제가 해당 기사에 반박하는 내용의 논설문(또는 사설)을 작성해서 같이 노트에 붙여놓기도 합니다. 신문기사의 내용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내용을 첨삭해가면서 보충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사회이슈를 보도한 신문기사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매듭지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뒤, 함께 정리하여 '미래 노트'라는 것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글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미래를 준비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용을 공감하거나 비판해가면서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보여줬던 일반적인 스크랩 이외에 새롭게 만든 다양한 종류의 노트는 사고의 다각화를 도왔습니다. 이러한 연습을 토대로 글쓰기를 할 때 개인적인 생각을 써내려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특히 신문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주장을 하지 않도록 타당한 근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 신문과 이푸르메 군
"먼저 화두를 제시한 뒤, 독자들이 제 주장을 암시할 수 있을 만한 근거들을 열거한 후, '이러이러한 근거들이 있으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다른 의견들보다 더 이치에 합당한 것’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립니다. 글을 쓸 때 주장도 중요하지만, 근거가 가장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장과 경험만 있는 글은 반박과 논쟁의 대상이 되기에 십상입니다. 쓰기에 앞서, 목적에 맞는 수많은 근거를 취합한 이후, 그 근거들을 하나씩 분석하여 열거하고, 글의 마지막에 제 주장을 실으며 종지부를 찍는 스타일의 글을 자주 씁니다."
신문을 읽고 무조건적인 수용자가 아닌 리터러시 능력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습은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면접은 물론 여러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신문을 읽는 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 다독다독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여 전해봅니다.
사설을 요약하고, 주제를 찾으며 신문 스크랩을 했다면 아마 저는 단 사흘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사진만 오려 붙여도, 헤드라인만 모아도 신문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충분한 공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독다독 독자들도 어렵게 다가가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문과 뉴스에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박서아 씨 -
개개인의 의견표출이 전례 없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에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글을 많이 접해보고, 생각을 다져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돼야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남의 생각을 엿봐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말 중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를 따져보고, 더욱 합당한 것을 찾아보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신문은 그 과정에 가장 도움이 되는 동반자일 것입니다. - 이푸르메 군 -
신문을 통해 자신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났던 두 사람의 모든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빠도 조금씩’, ‘어려워 보여도 쉽게’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이 두 개의 핵심만큼은 독자 여러분이 앞으로의 리터러시 학습 과정에서 가슴속에 꼭 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