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물가 상승 700% 원인은?
[요약]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 상승률은 700%에 달합니다. 이에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팔아 생필품을 사기도 하고, 상인들은 돈의 무게를 달아 상품을 팔기도 합니다.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범죄율 또한 증가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금을 전대, 배낭에 담아 운반합니다. 대중교통 또한 강도의 위험이 있다며 스쿠터를 타고 이동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현재 중남미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탄핵과 국민 소환 투표를 놓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는 12년 만에 우파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정국은 물론 경제 상황도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표 산유국으로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4월부터 유가는 점점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도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배럴당 108달러이던 석유가 올해 1월에는 30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약 75%가량 떨어진 것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이외의 그렇다 할 수출품이 없습니다.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의 96%, 국가 재정수입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잘못된 정책도 베네수엘라 경제 몰락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2013년 사망한 차베스 전 대통령은 민간산업을 국영화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외환통제 정책과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 통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공정 가격법도 시행해 청소 용품, 식품 등 50여 개 생필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통제했습니다. 이런 정책으로 기업의 민간분야 투자의욕이 떨어졌고, 실제로 2006년부터 2014년 사이 베네수엘라 민간 기업은 20%나 감소했습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오일 머니를 축적하거나 생산시설이나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빈민층을 위한 무상교육·의료와 저가 주택을 제공하는 등 2포퓰리즘을 펼쳤습니다. 뒤를 이은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이 같은 정책으로 빈곤율은 1998년 49%에서 2012년 최저치인 25%로 떨어졌지만, 재정적자는 GDP의 20%에 이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7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제금융기구들은 베네수엘라가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해 올해 3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합니다. 베네수엘라가 올해 갚아야 할 부채는 2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 중 3분의 1은 중앙정부, 나머지는 국영 석유회사 등이 진 빚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외환 보유액은 100억 달러도 되지 않으며, 석유 대책기금에 남은 돈은 3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계속 하락하는 볼리바르의 가치
베네수엘라의 화폐인 볼리바르의 가치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2003년 고정환율제 도입으로 1볼리바르는 1달러로 환율이 고정돼 있지만, 암시장에서 100볼리바르는 미화 2센트에 불과합니다. 상인들은 물품을 팔 때 화폐 단위가 아닌 지폐의 무게로 계산합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상자나 가방에 돈을 가득 넣어 와야 합니다. 그러나 상품을 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 사이에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상점에는 일찍부터 긴 줄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얻기 위해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팔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은 길이와 머릿결, 색깔 등 상태에 따라 한 줌에 10~20달러 정도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이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편, 범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낮에 마트나 식당 등을 털기도 하며 소매치기, 몸값을 노린 납치까지 벌입니다. 현지 싱크탱크인 베네수엘라 폭력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92명(피살자 기준)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1일 이 같은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현행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 사용을 14일까지만 허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만, 1만, 5천, 2천, 1천, 500볼리바르 6종을 15일부터 새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00볼리바르 유통이 금지된 후에도 신권이 일선 은행에서 지급되지 않았고, ATM에서는 여전히 100볼리바르 지폐가 나오자 마두로 대통령은 100볼리바르 유통 중단 조치를 내년 1월 2일까지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볼리비아의 화폐개혁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들은 “경제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은 단기적인 해법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기사]
국민일보, 식량난에 국영가게마다 긴 줄...빚더미 베네수엘라 ‘벼랑끝’, 2016.02.18.
연합뉴스, 최악의 경제난에 강력범죄 급증···‘무법천지’된 베네수엘라, 2016.04.11
연합뉴스, <요동치는 중남미>①‘벼랑 끝’베네수엘라···“주유하러 차 500대 긴 줄”, 2016.06.06.
뉴스1, 베네수엘라의 ‘헬 머니’···화폐 남발에 환율 ‘폭등세’, 206.11.25
뉴시스, 베네수엘라 물가 720%↑ 범죄위협↑, 2016.11.28.
OBS NEWS, 베네수엘라 여성들 머리카락 팔아 생필품 구입, 2016.12.07.
연합뉴스, 죽음 부른 ‘화폐대란’에···베네수엘라, 구권 유통중단 3주간 유예,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