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마음을 잇다 - 어라운드 달콤전시회
황다은,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익명 소통 SNS 어플 어라운드는 ‘오늘,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이라는 이색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이용자들의 따뜻한 기록과 사진, 상대방의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하는 블라인드 카페가 있습니다. 타인의 SNS로 인한 회의감으로 지쳐가는 이 때, 진심을 담아 착하게 소통하는 이용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문득 달콤한 게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기운이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속상할 때…… 그래서 누군가의 힘을 북돋아 줄 때 우리는 달콤한 선물이나 다정한 말을 건넵니다. 나 자신을 위한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날, ‘달콤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한 조각 달콤함이 필요한 순간
소셜 다이어리 어플 ‘어라운드’에서 주최한 이색 전시회 ‘오늘,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은 세 가지 테마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끝나버린 '오늘, 내 마음을 읽는 시간' 전시회의 모습을 소개해 드립니다.
제1전시관 “마음을 읽다”
어라운드 어플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기록들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라운더(어라운드 어플 사용자)’들이 일기처럼 적어 공유한 조각 글을 실시간 슬라이드 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들어주세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다 보면
내 마음이 먼저 말을 걸어올 테니까요.”
#외로움 해소법, SNS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겠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 SNS를 전보다 더 자주 이용한다면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 겁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유독 외로울 때,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적 있으신가요? 행복한 일, 울적한 일,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SNS를 씁니다. 새벽에 끄적거린 작은 기록들을 나누면, 위로의 댓글이나 공감 하나에 금세 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내가 올린 이야기들을 지인들이 보게 된다는 점,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된다는 점. 그렇기에 분명 100% 솔직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익명 소통 SNS ‘어라운드’
인터넷 실명제가 찬반토론의 단골 소재일 만큼, 웹사이트 곳곳에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는 일명 ‘키보드 워리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합니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은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라운드에는 익명 SNS임에도 욕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두가 내 편인 포근한 분위기 속에, 마음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라운더들은 이 공감의 마당에서 선입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제2전시관 “마음을 보다”
“비눗방울 제조 방법은 간단합니다.
따뜻한 온기 한 스푼,
사랑 한 스푼,
희망 한 스푼,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삭막한 거리가 잠시나마 따뜻해지는 데에는.”
‘내마음 사진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2전시관은 사진을 통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는 따뜻한 사진들과 해시태그(#)를 보면서 저절로 얼굴 가득 따스한 미소가 번집니다. 사진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사진을 보면서 글을 떠올린다면 좋은 감상이 될 것입니다. 글도 예쁘지만 이와 잘 어울리는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가 공존하니까 메시지가 더욱 충분하게 와 닿습니다.
제3전시관 “마음을 말하다”
제1, 2전시관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를 풀어낼 차례입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배치된 1인용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차분히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기고, 조용히 공책에 무언가를 적어보기도 합니다.
한쪽에는 관람객들이 쓰고 간 ‘그림일기’들이 벽면을 가득 덮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색연필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나 썼던 칸 공책에 일기를 썼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이 옆자리 관람객들도 모두 싱글벙글한 표정이었습니다. 전시회에 오기 전까지 오늘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써내려갔습니다. 기분 좋았던 순간은 한 번 더 상기하고, 투덜댔던 일은 좋게 생각하고 시원하게 털어 넘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쓱싹쓱싹 짧은 일기 한 편을 쓰면서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운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내마음 충전소
친구나 연인끼리 온 관람객이 대다수였지만, 의외로 혼자 방문한 관람객들도 많았습니다. 전시회의 마지막 코스에는 혼자 왔기에 더욱 즐거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블라인드 카페 ‘내마음 충전소’ 안에 두 명의 참가자가 들어가서, 서로의 모습이 가려진 채 대화를 나눕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험이었습니다.
블라인드 카페 안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상대방은 직장인 여성분이었습니다. 얼굴을 보고 있지 않은데도 무척 어색했는데, 다행히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어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성격이나 호불호 등 나만의 특징을 소재로 삼아 첫인사를 나눈 뒤 상대방이 고민을 꺼내고 저는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가볍고 일상적인 고민거리를 나눌 거라는 예상을 정확히 빗나가, 자궁 경부에 종양이 여럿 발견되어서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심각하고 무거운 종류의 고민거리라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괜찮을 거다, 사랑하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 않느냐, 수술도 잘 될 거다.” 하며 최대한의 위로와 용기를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외에도 대화하는 동안 조언도 듣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다가 생생한 목소리로 타인의 삶을 마주해본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 마음속 깊이 담아둔 이야기를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하듯이 턱턱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게 블라인드 대화만이 가진 특별함이었습니다. 사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 풍부하게 말과 리액션이 나올 텐데 그러지 못해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아쉬움이 블라인드 카페 체험의 묘미였습니다.
SNS가 예쁘고 좋은 것만 선정해서, 부분적인 모습만 보여준다는 탓에 이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때에, 어라운드와 같이 진심을 담아 착하게 소통하는 대나무숲의 존재는 반갑습니다. 짝사랑의 설렘, 직장 생활의 고단함, 오늘 바깥 풍경, 이별의 아픔… 어떤 이야기든 좋습니다. 마음을 잇는 한 구절 읽으면서, 혹은 직접 쓰면서 찬바람 맞은 마음의 온도가 조금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