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선생님 - 신문 논술대회 수상자 인터뷰
양정환,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지난달 21일,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가 있었습니다. 대회의 대상은 신문에 대한 관심으로 학교에서 언론 동아리를 만든 경희중학교 김재훈 선생님입니다. 김재훈 선생님에게 신문 읽기를 통해 생각하는 과정과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이유 등 깊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지난달 2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강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 언론진흥재단,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시상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가자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충실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서는 타인과 사회를 사랑하는 모습을 봤다”는 이대현 심사위원의 이야기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미디어와 뉴스를 통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상 수상자는 신문과 미디어에 깊은 열의를 가진 경희중학교 김재훈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신문에 대한 관심을 본인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학교에서 언론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교내 소식지나 기타 출간물을 제작하는 활동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신문논술대회를 계기로 자신의 학교는 물론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신문 읽기에 흥미를 가지길 원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김재훈 선생님이 생각하는 신문 읽기와 글쓰기, 생각하는 과정 등의 깊은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요?
A: 신문을 비롯한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정보를 접하게 될 때, 해당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관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입니다. 뒤집어 보기, 비틀어 보기, 거꾸로 보기 등을 통해 기사의 문제의식이 자기화 되고, 또 저만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때때로 우리 사회가 통념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식적인 전제들까지도 비틀어 생각해 보곤 합니다. 가령 ‘우리 사회의 경로사상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을 경우 ‘과연 나이의 많고 적음이 공경과 예우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해 보는 식입니다. 그러다 보면 기사의 내용이 보다 명료해지고 나아가 생각이 예기치 못했던 방향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읽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지요.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소양과 자질도 결국 이러한 주체적 읽기능력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시상식, 김재훈 선생님 / 사진출처 : 한국 조사기자 협회
#학생들과 함께하는 신문 읽기와 영향
Q: 학생들과 함께 신문 읽기를 하며,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사실 제가 이런 방식의 신문읽기를 하게 된 것은 자발적인 동기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도덕의 노예가 아니라 도덕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습니다.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는 규범과 당위들은 늘 학생들의 현실생활과는 괴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업에 뉴스와 신문기사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우리 사회의 소식들은 거의 대부분 도덕적 딜레마나 윤리적 가치판단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평소 신문을 읽다가 수업의 주제와 맥이 닿아 있는 내용이 나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업 중 이야기가 풍성하게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교수자인 제가 기사의 다양한 관점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했기에 앞서 다양한 읽기를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놀라운 것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제시하는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이 저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움과 창의성을 보여주더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자신에게 공적으로 주어지는 ‘말할 기회’를 학생들은 몹시 즐거워합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이러한 방식으로 ‘뉴스 읽기’에 대한 긍정 경험들을 반복하게 되면 언젠가 스스로 신문과 뉴스를 찾아 읽게 될 것이고, 이것들이 곧 민주시민으로서의 주체적 안목과 소양을 기르는 자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진정성 있는 글쓰기의 필요성
Q: 논술대회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글이든 말이든 언어 표현과 관련해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신념은 ‘억지로 꾸민 글(혹은 말)은 결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말할 거리에 대한 명료하고 풍성한 자기 확신이 진정성 있는 글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은 자연스럽게 써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형식상의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문장을 다듬고 글의 구조를 체계화하는 훈련 또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정리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연습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을 내면에 쌓아두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글쓰기 과제를 받고 나면 도무지 쓸 말이 없어서 암담했던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첫 문장을 쓴다 한들 그 글을 진행시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논술쓰기를 지도할 때도 내용 생성에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입니다. 이러한 기반 없이 기술적인 훈련만을 반복한 경우, 정답에 가까운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과 함께하는 언론 동아리 활동 모습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현재 학교에서 언론 동아리를 맡아 지도하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 흥미와 진로적성을 가진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들어진 동아리입니다. 주로 학교 소식지와 교지를 제작하는데 기사의 기획에서부터 취재, 편집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합니다. 수시로 편집회의가 열리고, 그 편집회의가 밤 11시를 넘긴 시각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사가 친구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되거나 완전히 뒤집히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저는 그때그때 도움을 줄 뿐 학생들의 활동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처음에 이 동아리를 맡아 ‘자치언론’을 꾸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걱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직 어린 학생들인데 주어진 과제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 중학생들 한명 한명이 어엿한 기자로서 성장하는 과정들은 이 지면에 말로 풀기에 부족할 만큼 멋진 것이었습니다. 느닷없이 왜 이런 소개를 하냐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어서입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주체적으로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은 누군가 밖에서 여러분에게 넣어주는 기술 같은 게 아닙니다. 그 가능성은 이미 여러분 안에 씨앗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생각을 하고 훌륭한 글을 쓰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학원을 기웃거리거나 서점에 있는 글쓰기 교재를 들춰보지 말고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으세요. 그리고 지금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일에 뜻을 모을 친구들이 흔하겠냐고요? 하지만 잘 찾아보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그런 친구들을 매일같이 만나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만난 김재훈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참 좋은 스승이자 동료였습니다.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처럼 신문 읽기와 글쓰기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하고 그 과정은 본인에게 가장 유익할 것입니다. 다독다독 독자들도 다가오는 새해부터는 스스로 하는 읽기, 쓰기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