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전국 교육박람회 EDUCA 2020 참가기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알찬 교육 자료 풍성
핀란드 전국교육박람회 EDUCA 2020 참가기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EDUCA는 핀란드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최가 되어 매년 열리는 핀란드 전국교육박람회이다.
교사들의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열리는 일종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으로
미디어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한 자료와 강연도 알차다.
올해 1월 헬싱키에서 개최된 EDUCA 2020 현장을 소개한다.
글 최원석(핀란드 라플란드대 미디어교육 석사과정)
올해 EDUCA는 25주년을 맞이해, 교원노조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위원회 등에서도 국제 세미나를 진행했다.
교원노조 담당자는 이번 행사를 위해 관련 기관 담당자가 모인
기획단(working group)이 1년 동안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2021년 1월 29~30일 메스케스쿠스 헬싱키에서 열릴 예정인 EDUCA 2021에서
더 많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논의와 정보를 기대해 본다.
핀란드 교사들에게 ‘핀란드 교육’의 강점을 물으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자주 꼽는다. 이들은 체계적인 교원 양성 과정을 통해 교수-학습(teaching and learning)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현장 배치 이후의 전문성 개발 정도는 개별 교사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교원은 공식적으로 연간 3일의 교원연수를 받아야 하지만, 이는 지자체 및 학교에 따라 매우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Niemi, 2015). 전적으로 이뤄지는 연수가 아닌 학교 기반 전문성 개발 활동도 많아, 교사마다 자기계발 조건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핀란드전국교직원노동조합(OAJ, 이하 교원노조)이 해마다 주최하는 핀란드 전국교육박람회(EDUCA)는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 국내에서 열리는 교육 관련 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지난 1월 24∼25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내용에 주목해 EDUCA를 참관했다.
KAVI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EDUCA라는 행사 이름을 자세히 풀이하면 ‘핀란드 교육 및 교수·학습자료 박람회(Education and Teaching Materials Fair)’다. 교원노조가 해마다 주요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국가교육위원회(OPH) 및 관련 정부 부처가 긴밀하게 협력한다. 개최 장소인 메스케스쿠스 헬싱키(Messukeskus Helsinki)는 박람회 전문 기업이기도 해서, 교육과 관련 있는 다양한 단체와 기업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덕분인지 교원노조 주최 행사인데도 그 내용과 주제,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활기차 보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공교육 중심의 교사 연수 및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이지만, 인권·환경·성평등·미디어 관련 단체 또한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 단체 또한 교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육 자료와 정보를 준비해온 듯했다. 전반적으로 가장 붐볐던 곳은 교과서 출판사, 학습 기자재 제조사였다.
이 가운데 나는 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부스를 찾아다녔다. 우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핀란드국립시청각기구(KAVI)다. KAVI에서는 교사는 물론 가정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로리 팔사(Lauri Palsa) 연구원은 가정이나 소규모 모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자료를 소개했다. 2∼7세 미취학 아동이 처음 미디어를 접할 때 보호자가 고려해야 할 점, 일상적인 환경에서 가족 및 지인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요령 등이 핸드북에 알차게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개정한 ‘핀란드 미디어교육 정책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KAVI는 2월에 진행된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주관 기관이기도 해서, 포스터 및 관련 자료도 살펴볼 수 있었다(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내용은 KAVI가 기고한 별도 칼럼에서 소개한다).
바로 옆 부스에는 저작권교육협회(테키얀오이케우스, tekijanoikeus)가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저작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어서, 흥미롭게 활동 소개를 들었다. 이 협회는 90년대까지는 안티바이러스 운동의 하나로 ‘백신 소프트웨어 제공’에 초점을 맞추던 비영리 정부 기관이었다. 미디어 및 IT 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은 저작권 교육을 함께하고 있다. 그 배경을 들어보니, 게임·영화·음악을 불법 다운로드하는 청소년이 자연스레 컴퓨터 바이러스에도 노출된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핀란드의 경우 러시아 쪽에서 유포한 바이러스가 많아 이 문제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만화나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학교에 제공하고 홈페이지에도 공유하고 있었다.
공영방송, 신문협회의 실용적 미디어교육
핀란드 전국에서 ‘영화 주간’을 운영하는 단체 쿨투리발베(Kulttuurivalve)도 인상적이었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각 교과목과 연계해 ‘영화’를 도구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수업 지도안을 제공한다. 프랑스 시네마테크(The Cinémathèque Française)를 많이 참고했다며,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도 안내했다. 이 단체 사무실은 북부 도시 오울루(Oulu)에 있지만, 활동은 전국적이다. 청소년이 옛날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극장 상영회를 열고, 학교 차원에서 크고 작은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추천 영화 목록과 교육 자료를 제작한다고 소개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부스는 해마다 같은 구역 안에 모여 있다가, 올해는 조금 흩어져 있다고 했다. 저널리즘과 관련한 언론사 및 언론단체 미디어 리터러시 부스는 조금 더 넓은 곳에 공간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와 신문협회(Sanomalehtien liito)에 들러 자료를 살펴봤다. 허위정보와 관련한 문제는 핀란드에서도 중요한 쟁점이라, 일간지와 방송사 할 것 없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윌레>의 경우 ‘가짜뉴스 방 탈출 코너’를 기획해 방문자들이 안에 들어가 가짜뉴스를 판별한 뒤 점수를 겨룰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부스와 달리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신문협회에서 소개한 미디어 리터러시 자료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소개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미디어에 영향을 주는 10가지 방법’은 독자이자 시청자인 시민들이 어떻게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다. 독자 코너에 참여하거나 제보하기, 기자와 편집자 등 미디어 구성원에게 정보를 알리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나는 이 밖에 교원노조와 OPH, 교육위원회 산하 독서교육팀(Lukuliike)과 교사북클럽, 세타(SETA, LGBTQ 인권단체) 등에도 들렀다. 핀란드 논픽션작가협회 부스에서 만난 담당자는 논픽션 소설에 담긴 사실(팩트)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결된다고 설명해 기억에 남았다. 논픽션작가협회원 가운데 교사가 많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추천 도서 목록 및 리터러시 증진 자료를 많이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핵심역량 ‘멀티 리터러시’
‘멀티 리터러시(multi-literacy)’ 관련 토론회에 몰린 인파는 놀라웠다. 준비되어 있던 좌석이 모자라 일어선 채 경청하는 사람들이 몇 줄씩 장소를 에워쌌다. 핀란드는 2016년 8월부터 시행하는 기본교육과정(OPS 2016)에 ‘멀티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핵심역량에 포함했다. 교과목은 없어도 그 내용이 국가 커리큘럼에 명시되어 있다 보니, 교사와 방문객 관심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근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중요성은 핀란드뿐만 아니라 EU 차원에서도 점진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다.
토론회에는 헬싱키대학교와 탐페레대학교, KAVI와 OPH에서 각각 국어교육, 독서교육, 어린이와 청소년 미디어교육, 게임, 커리큘럼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아쉽게도 토론회 자체는 30분가량이라 짧게 느껴졌고, 청중 질문을 받는 시간도 없었다. 나는 토론이 끝난 뒤 OPH 측 패널과 탐페레대 교수를 만나 멀티 리터러시 관련 현안을 잠시 들어볼 수 있었다. 핵심은 멀티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깊이가 교육자마다 달라 그 내용과 범위를 정의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교과목이 없는 만큼 교사들이 각자 이해한 관점과 방식으로 수업을 만들어 나가는 편이라, 아직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올해 EDUCA는 25주년을 맞이해, 교원노조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위원회 등에서도 국제 세미나를 진행했다. 교원노조 담당자는 이번 행사를 위해 관련 기관 담당자가 모인 기획단(working group)이 1년 동안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2020년 주제는 ‘학생들의 웰빙(Well-being of Students)’이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부스에서도 교육의 필요성을 ‘권리’와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었다. 2021년 1월 29~30일 메스케스쿠스 헬싱키에서 열릴 예정인 EDUCA 2021에서 더 많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논의와 정보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1)핀란드 전국교원노조 https://www.oaj.fi
2)EDUCA 관련 정보: https://educa.messukeskus.com/?lang=en
3)미디어 리터러시 주간(media skills week: mediataitoviikko)’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고, 또한 전문 교육자들,
보호자, 그리고 성인들의 주요 미디어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더 안전한 인터넷의 날(Safer Internet Day)’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 기념하기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는 공공기관과 NGO, 기업 등 사회 각계 50여 개 기관이 참여하고,
해마다 30여 종이 넘는 교육 자료와 캠페인이 공동으로 진행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조.
https://mediataitokoulu.fi/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1237&Itemid=477&lang=fi
4)사라 살로마. “핀란드의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미디어 리터러시 발전 비결은 ‘협업’과 ‘팀워크’”.
<미디어리터러시> 2020년 봄호 pp 96~100. 한국언론진흥재단
5)핀란드 저작권교육협회 https://tekijanoikeus.fi/
6)핀란드 ‘영화 주간(엘로쿠바 비코)’ https://www.elokuvaviikko.fi/
7)(핀란드어 자료) https://www.elokuvaviikko.fi/alakoulun-elokuvaviikko/tehdaan/tyopajat/elokuvatyopaja/
8)핀란드 신문협회 https://www.sanomalehdet.fi/
9)<윌레 교육(yle oppiminen)>에서 제안한 7가지 뉴스 신뢰도 판별 질문:
핵심 질문은 7개지만 각 항목마다 세부적인 질문이 더 포함되어 있다.
1.뉴스 출처는 어디인가? 2.뉴스 주제는 어떤 관점으로 다뤄졌나? 편향적이진 않은가? 3.뉴스 보도 날짜는?
4.뉴스의 근거는 무엇인가? 5.뉴스에 쓰인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6)제목과 기사 내용은 일치하는가?
7)본인의 시각은 무엇인가? 고정관념은 없나?
원문:https://yle.fi/aihe/artikkeli/2020/02/11/tunnista-luotettava-uutinen-kysy-nama-7-kysymysta
10)핀란드 교육 현장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혹은 ‘미디어교육’이란 용어가 많이 쓰인다. 다만 국가기본교육과정 안에
포함된 용어는 모국어를 포함한 기존의 문해력(리터러시)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멀티 리터러시(multi-literacy)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