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북토크 '리터러시의 미래를 말하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열쇳말 '리터러시'
'함께읽기' 북토크 '리터러시의 미래를 말하다'
지난 5월 2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는
개관 후 첫 시민 참여 행사로 ‘함께읽기’ 북토크가 열렸다.
자발적 ‘미디어 리터러시 공부’ 독서 모임 ‘함께읽기’가 주최한
‘리터러시의 미래를 말하다’ 북토크 현장을 소개한다.
글 주민정 (구산중 교사)
우리에게 필요한 리터러시는 대화 상대방에 대한 이해 능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리터러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쓰는 스킬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내가 어떻게 대응하고 응답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생동감 있고 현장감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 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이 필요했다. 미디어 활용 수업을 하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공부가 점점 더 필요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 내어 이 공부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을 온라인에서 모집했다. 한 개인이 무작정 SNS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고 과연 어떤 분들이 신청하실까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다.
그렇게 해서 올 2월부터 모인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공부를 목적으로 책 읽기를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외연을 확장하고, 교실 현장과 연결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기쁨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독서 모임
여러 독서 모임이 있지만 ‘함께읽기’는 다른 독서 모임과 다른 점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이 모임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함께 모였다. 교사뿐 아니라 미디어교육 강사, 학교 및 도서관 사서, 대학생, 예비교사, 기자, 학부모 등이 함께한 모임이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둘째, 각자 한 권의 책을 읽고 만나는 독후 모임과 달리 ‘함께읽기’는 매일매일 읽는 분량을 나누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책 읽는 호흡을 함께하며, 두꺼운 책도 혼자 읽을 때보다 깊이 있게 의미를 찾아 읽을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책 한 권을 완독할 수 있다.
셋째, ‘함께읽기’는 온라인으로 모여 토론을 진행하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만 있다면 전국 어디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동안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상 직접 대면으로 모여 토론의 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에 진행되는 온라인 토론은 무심코 지나쳤던 좋은 글귀도 발견하며 책을 한층 더 깊이 읽게 하고, 혼자서는 절대 생각해볼 수 없는 이야기들로 확장하며 책을 통해 서로 성장하는 기쁨을 서로에게 안겨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모임 참가자들은 연령층도, 생활하는 공간도 너무 달랐다. 우리의 공통점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뿐이었다. 사는 지역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달랐지만, 함께 꾸준히 책을 읽으며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진짜 연대’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함께읽기’가 함께 읽은 첫 책 《뉴스를 보는 눈》에 나오는 “한 사회는 구성원이 서로 공유하는 생각과 가치 체계 덕분에 유지됩니다”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그 어떤 모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유대감을 갖게 됐다.
과거의 리터러시 교육을 반성하다
이런 우리가 드디어 ‘리터러시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오프라인 북토크를 진행했다. 모임에서 먼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를 읽고 온라인 토론까지 마친 후, 5월 개관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북토크를 개최했다.
북토크 역시 한 사람의 기획과 노력만으로 준비되지 않았다. ‘함께읽기’ 모임의 첫 출발처럼 행사를 진행하실 분들을 온라인으로 모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 행사 진행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나누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직접 대면하며 행사를 준비한 것도 아닌데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가 잘 이루어졌고 준비하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온라인에서만 만난 우리였지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들처럼 첫 만남도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소모적이고 피곤했다면 우리의 만남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각자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세계를 활성화하는 시간이었다. ‘함께읽기’는 서로에게 성장의 촉발점이 되고 서로의 활동적 삶을 고무하는 만남이었던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만나고, 4개월간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책을 함께 읽어 왔던 우리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의미를 주었다. 무엇보다 두 작가가 이 책에서 한 목소리로 강조하며 말하는 ‘삶의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우리가 ‘함께읽기’를 하면서 직접 알게 됐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화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삶이 말에 스며드는 방식을 연구하는 엄기호 선생님과, 말이 삶을 빚어내는 모습을 탐색해온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선생님이 리터러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론 형식에 오롯이 담았다. 책을 읽으며 미디어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리터러시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고, 어떻게 접근해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리터러시를 개인의 역량으로만 생각하고 그 역량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치중해 미디어 리터러시 스킬을 강조하며 교육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학생 개개인의 리터러시 향상을 목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접근했던 나의 교육 방향과 방법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이 책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세대 간에 소통이 단절되고 그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는 오늘날, 어떻게 서로의 대화를 풀어나가고 리터러시를 통해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리터러시를 개인의 역량으로만 생각하면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무기가 되어 누군가에게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글귀를 통해 사회적 역량으로서의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리터러시
두 작가는 책에서 뿐만 아니라 북토크 현장에서도 리터러시가 또 하나의 경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접근해 모두의 삶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조건 글을 많이 읽히고 많이 쓰게 하여 리터러시 스킬만을 강조하는 리터러시 교육이어서는 안 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타인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리터러시를 길러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의 말씀대로 현재 우리는 개인 간의 리터러시 격차로 인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으로 읽고 해석하고 표현하며 내 방식대로 읽고 표현하지 않으면 리터러시가 떨어진다고 서로 비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터러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리터러시 격차가 서로가 서로에게 바벨탑이 됐고 이는 혐오를 낳았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는 리터러시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만 급급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터러시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능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리터러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쓰는 스킬과 역량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내가 어떻게 대응하고 응답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북토크를 마치며, 리터러시의 미래, 리터러시 교육이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함께읽기’ 모임처럼 ‘서로의 응답과 응답이 끊이지 않고 서로의 배움을 부추기고 발생하는 힘’을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