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춰 변신한 프랑스 언론 주간
코로나면 어때? 온라인에서 펼쳐진 미디어교육
프랑스 '가정에서의 언론 주간'
코로나19는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언론 주간’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 국민 이동 제한 및 휴교령으로 인해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예년과 달리
‘가정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가정에서 학부모와 함께 하는 디지털 버전으로 변신한 것이다.
올해 31주년을 맞은 프랑스 언론 주간을 소개한다.
글 하서린 (다큐멘터리스트)
세르쥬 바르베 클레미 센터장은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야말로
정보 판별이라는 쟁점에 힘 쏟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하며,
클레미 사이트를 방문하고 SNS에서 해시태그
‘#가정언론주간2020(SPMM2020)’을 팔로우할 것을 제안했다.
제31회 ‘언론 주간’이 지난 3월 2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이동 제한 및 휴교령에 따라, 주최 기관인 클레미(CLEMI, 프랑스 국립미디어교육센터)가 ‘가정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이하 언론 주간)’으로 각색하여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세르쥬 바르베(Serge Barbet) 클레미 센터장은 3월 23일 SNS에 공개된 영상에서 “특히 과학 및 건강 분야를 포함한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야말로 정보 판별이라는 쟁점에 힘 쏟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하며, 클레미 사이트를 방문하고 SNS에서 해시태그 ‘#가정언론주간2020(SPMM2020)’을 팔로우할 것을 제안했다.
학생에서 학부모까지, 온 가족의 언론 주간
‘미디어·정보 교육’이 정규 학사 일정에 포함되는데 반해, 클레미가 주최하는 언론 주간은 ‘선택적’ 교육 활동이다. 그렇지만 올해도 1만 8,660개의 학교, 23만 명의 교사, 400만 명의 학생들이 언론 주간에 참여했다. 1,800개의 파트너 기관, 미디어 및 언론사의 지원을 받은 무료 자료도 130개 이상 온라인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 학생과 가족들은 100% 디지털 버전 ‘언론 주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 국민 이동 제한령 및 휴교령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진 이번 언론 주간을 통해 미디어교육의 범위를 학부모로 확대시키려는 클레미의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세르쥬 바르베 센터장은 “가족을 대상으로 가정에서의 디지털 사용을 위한 조언과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도구를 SNS에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개정판을 선보인 부모를 위한 가이드 ‘라 파미으 투 테크랑(La Famille Tout-Ecran)’의 교육용 키트와 (클레미가) 국립가족수당금고(CNAF)와 공동 제작한 것과 같은 제목의 웹드라마도 선보였다. 3세, 8세, 16세의 자녀가 있는 ‘투 테크랑’ 가족을 통해 SNS, 영상 과다 노출, 허위정보, 숨겨진 광고, 정보 출처 찾기 등 각 가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다룬 에피소드와 함께 그에 맞는 실질적 조언을 제안한다.
더불어 ‘가족과 함께하는 언론과 미디어 주간’이라는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를 개설해 관련 주제의 자료와 조언을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학부모 공간도 마련했다.
클레미 팀이 교사와 언론인, 트레이너의 참여를 통해 제작한 2020년 교육 가이드의 주제는 지난해에 이어 ‘국경 없는 정보’이다. 이번 주제는 디지털 시대에 정보 이용 실태와 쟁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즉,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누가 그 정보를 생산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또한 정보가 확산, 유통, 공유되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
이번 주제를 통해 클레미는 미디어·정보 교육과 관련된 쟁점 일체에 대답함과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 지리, 경제, 사회, 정치, 기술, 문화적 공간에서의 정보의 한계, 영속성, 빈틈 혹은 쇠퇴에 대해 의문을 던지도록 한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시스템을 이해하고 비판적 판단 능력을 형성하며, 뉴스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학생들을 돕는 것’이 언론 주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정보’라는 올해의 주제 및 미디어·정보 교육의 국제적 쟁점에 발맞춰, 일부 자료는 영어 버전으로도 제공됐다.
‘학생 스스로’ 체험 돕는 디지털 자료
올해의 언론 주간 테마를 위해 클레미는 ‘학교에서 다루는 ‘국경 없는 정보’라는 주제’, ‘표현의 자유의 경계에서’, ‘정보의 세계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경계; 과학 정보의 경우’ 4개의 기획 주제로 구성된 교육 가이드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가이드는 각각의 주제와 연관된 미디어 현상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자료’와,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 ‘예시 자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경계; 과학 정보의 경우’ 섹션은 정보 자료인 ‘산업 로비는 어떻게 과학 정보를 조작하는가?’와 교육 자료인 ‘미디어에서 다루는 과학 정보: 뉴트리노스(중성미립자)의 예’, ‘과학 토론에서 어떻게 불확실성을 제어할까’, 그리고 예시 자료인 ‘건강과 영양: 세계적으로 돈이 되는 정보 조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클레미는 ‘가정에서,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는 미디어·정보 교육 활동을 구상하여 교사가 주제와 수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디지털 형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활동 관련 ‘교사 파일’과 ‘학생 파일’은 클레미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각 자료 모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 소모량이 적은 포맷인 pdf와 doc 형식으로 만들었다. 주제는 개인 정보, 허위 과학 정보, 관점의 개념, 추천 알고리즘, 정보 구조/편집 라인, 정보와 그 출처, 기자라는 직업 등 정보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른다.
이번 행사에 제공된 자료는 130개로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1,800여 곳의 파트너사, 그중에서도 300여 개의 종합 및 지역 언론사를 연합하는 뉴스정보제공자연합(l‘Alliance pour la presse d’information générale)내의 미디어·정보 교육 담당 조직인 미디어교육연합(APEM)이 움직여준 덕분이다.
50개 이상의 언론사가 자사의 유료 자료에 대해 학교를 통해 메일로 전달받은 아이디로 접속하면 일정 기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AFP>는 6월 30일까지 원거리 접속으로 자사 자료 일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사진, 영상, 정보 판별 도구에 입문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프랑스24>의 옵세르바터 팀이 만든 ‘앵포 우 앵폭스 2020(뉴스일까 가짜뉴스일까 2020)’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 이미지 해석 방법을 알려주는 9분짜리 영상이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이미지 혹은 영상을 예시로 들며, 이미지/영상이 사용된 모든 사이트를 알려주는 tineye.com 이용법 등 구체적 설명을 통해 이미지/영상의 편집 유무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외에도, 프랑스 공영라디오 <라디오프랑스>가 팟캐스트, 웹 시리즈, 방송 및 앱을 통해 언론 주간 동안 학교와 교사들에게 자료를 제공했고, 아동 전문 출판사 바이야르 전네스는 격리 기간 동안 박물관 가상 관람, 과학 실험, 미술 활동, 팟캐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는 교육용 앱 바이얌(Bayam)을 선보였다.
해외 고등학교들도 동참
각 지역별 교육감과 연계하여 주관해 온 언론 주간 체험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클레르몽 페랑 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 “저널리즘 규칙을 준수하며 격리 생활 중의 자신의 삶에 대한 르포타주”를 만들도록 했고, 선정된 르포타주는 지역신문인 <라 몽타뉴(La Montagne)> 혹은 오베르뉴 지역 라디오에 소개됐다.
해외 프랑스교육국도 이번 행사에 동참했다. 지부티, 호찌민, 리마, 리스본, 시드니 등의 해외 프랑스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미디어 상황 및 프랑스 관련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게 하고, 직접 국제 리포터가 되어 정보를 생산하고 더욱 현명하게 해독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참고자료
1)언론 주간은 30회를 이어오면서 ‘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la Semaine de la Presse et des Media dans l’Ecole)’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