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디지털 시민성’으로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2. 7. 18. 18:01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디지털 시민성’으로

디지털 생태계와 인권의 문제

미디어는 진화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는 더욱 진보한다.

동시에 혐오 표현, 사이버 괴롭힘 등 사회적, 윤리적, 인권의 문제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시민성’ 개념과

디지털 세상 속 인권 이슈를 살펴보았다.

홍남희(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모든 시민이 온라인에서 안전할 권리, 시민으로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로서

디지털 시민성은 미디어 활용 능력을 넘어 미디어를 매개로 한 삶에서

시민 상호 간의 윤리와 존중,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담론으로 확장된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스마트 기기와 항시 연결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아니 잠든 순간의 심장 박동수와 수면 시간 등의 생체 정보까지 실시간 수집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동할 때도 집에 있을 때도 늘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 사회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매개한 일상을 살고 있으며, ‘현실’과 ‘가상’, ‘공’과 ‘사’와 같은 이분화된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와 우리 삶은 이제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으며 미디어를 통한 경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혐오 표현, 악성 댓글, 가짜뉴스 등의 문제는 온라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누구나 표현하고 발화할 수 있는 민주적 참여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의적 정보의 유통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술적, 문화적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엇이고, 이것은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할까. 이 글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기술적,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혐오 표현, 악성 댓글, 가짜뉴스 등의 생산 맥락을 밝히고,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시민성’의 개념을 살펴본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악의적 표현의 문제

인터넷 이후 악성 댓글, 혐오 표현, 가짜뉴스(허위정보) 등의 문제는 새로운 유토피아의 가능성으로 여겨져 왔던 온라인 공간을 위협하는 요소다. 인터넷 초기에는 “산업 사회의 정부”에 의한 간섭에서 자유롭고, “철강과 살집” 시대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사이버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이 탐색됐고(존 페리 발로우)1), 일부 이용자에 의한 악의적 표현이나 행동은 인터넷에 애정을 가진 커뮤니티에 의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정되거나 해결될 수 있었다. 또한 개인의 표현이 야기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인터넷의 산업적 가능성과 자유로운 매체로서의 특성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전송자(conduit)’로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초기 형성된 인터넷 정신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의 표현을 매개하는 중립적 전달자이자 매개자로서 개인 간 표현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요구에 소극적으로 답을 해도 용인했다.

그러나 웹 2.0과 스마트폰 미디어 환경이 구축되며 개인 간 표현의 문제가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미디어 환경이 펼쳐졌다. 개인의 프로필 구성과 그에 기반한 인적 네트워크, 이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특징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에서부터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 경제 서비스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게시 또는 이용자 간의 연결을 매개하여 상업적, 사교적, 사회적 활동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많은 개인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 유통할 수 있게 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개인 상호 간의 다양한 소통 방식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공개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인터넷 초기부터 악성 댓글이나 혐오 표현, 허위정보, 사이버 성폭력 등의 문제는 있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불거지는 이유는 수많은 개인들이 생산한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미디어 환경과 수많은 정보 속에서 더 많은 대중의 눈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정보의 생산, 그리고 그것이 독려되는 ‘주목 경제’의 기술적, 경제적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다시금 소환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떠오른 규범적 담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인쇄술이 처음 대중화됐을 때 교회가 그러했듯, 뉴미디어는 대중에게 지식을 확산, 전파하여 소수 지식인의 독점적 권한을 깨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권력층에게는 ‘위험’한 것이다.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불길하거나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지식의 민주화와 독점 권력의 해체라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도구이면서, 산업적, 사회문화적 가능성이 기대되는, 새롭게 알고 익혀야 하는 신종 테크놀로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대중이 위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엘리트주의적 서사를 가짐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 변화를 따라가고 더 나아가 시대 변화를 이끄는 주체적인 인간상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떤 미디어 리터러시를 논의하고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의 의미 변화

안정임·서윤경·김성미(2017)2)는 1960-70년대 영화, TV 시대에는 영상물의 폭력성 및 선정성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독해를 기반으로 하는 리터러시 교육에서 비디오카메라 등장으로 ‘퍼블릭 액세스권’ 등의 측면에서 시청자 참여 및 자기표현에 중점을 둔 리터러시 교육이 등장했다고 밝힌다.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시민 참여가 확장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정치적 중요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언론 지상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담론은 1990년대 비디오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등장했다. 영상 중심의 문화는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정보 형식으로 청소년의 성 의식을 포함해 사고 체계를 변화시키고 사회의 도덕성을 파괴한다고 보았다. 한편으로 영상 이미지 또한 새로운 시각 ‘언어’이며 이를 비판적으로 해독하기 위한 능력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강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인터넷 대중화와 더불어 ICT 활용 능력, 정보 선별 능력, 개인 간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의 격차 해소, 시민 윤리의 측면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0년대 스마트폰 등장과 더불어 콘텐츠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프로슈머’로서의 역량과 윤리가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에 포괄됐다. 또한 1990년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대상이 비디오 문화에 영향을 받아 모방 행동을 하는 청소년이었다면, 인터넷 대중화와 스마트폰 확산 등의 미디어 환경 변화로 현재는 영·유아에서부터 노인까지 새로운 매체 환경을 접하는 모든 시민에게로 그 대상이 확대됐다. 특히나 2018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가짜’와 ‘허위’, ‘조작’ 정보의 선별을 위한 개개인의 역량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부상했다(홍남희, 2021).3)

소니야 리빙스톤(Livingstone, 2004) 미디어 리터러시가 “다양한 맥락에 걸쳐 메시지에 접근하고 그것을 분석하며 평가하고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면서, 접근(access), 분석(analyze), 평가(evaluate), 창조(create)를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요소로 꼽는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민이 사회에 참여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권리로서, 미디어 이용자를 수동적인 것에서 적극적인 것으로, 수용자에서 참여자로,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자리매김 시킨다(Livingstone, 2004, pp.18-20).4)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미디어 리터러시가 미디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역량으로 결국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도구이자 시민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논의는 최근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의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 필요

유럽연합 등 국제 사회는 ‘디지털 시민성’의 개념을 통해 디지털 환경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반영하고, 디지털 시민으로서 안전하게 삶을 꾸려가야 할 필요성을 제안한다. 유럽연합에 의하면 디지털 시민성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창작, 작업, 공유, 사교 활동, 탐색, 놀이, 소통, 학습에) 자신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 (지역, 전국, 글로벌) 공동체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간문화적) 모든 수준에서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가치, 스킬, 태도, 지식에) 참여하는 것, (공식적, 비공식적 환경에서) 평생 학습의 이중적 과정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5)


유럽의회(2016)는 디지털 시민성이 민주주의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습득해야 하는 역량이며 저절로 획득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시민성은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다시 말해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민성 교육(Digital Citizenship Education, DCE)의 논의 방향이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디지털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역량을 교육을 통해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민주적 권리와 책임감을 지키고 인권과 민주주의, 사이버 공간의 규칙을 수호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 이해를 키우도록 한다.

한편 디지털 시민성의 논의는 디지털 공간에서 시민 상호 간의 공격과 적대, 배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온라인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피해자가 온라인 활동을 줄이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시민으로 참여할 권리를 빼앗기는 사례다. 또한 혐오 표현, 악성 댓글, 허위정보의 문제는 사회의 소수자나 약자를 향한 배제를 정당화하는 정보의 형태로 유통된다. 내용 규제 중심의 미디어 규제 제도에서 신조어나 밈(meme) 형태의 혐오 표현이나 허위정보는 규제의 망에 포착되지 못한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 모든 시민이 온라인에서 안전할 권리, 시민으로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로서 디지털 시민성은 미디어 활용 능력을 넘어 미디어를 매개로 한 삶에서 시민 상호 간의 윤리와 존중,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담론으로 확장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조건이자 환경으로서 기술 환경과 미디어에 대한 이해다. 점차 개인이 콘텐츠와 상품 광고의 생산자이자 전달자가 되는 한편, 매체 환경을 둘러싼 기술적, 경제적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알 수 없는 방향성은 내 메시지가 지금 여기뿐 아니라 ‘나중에 어디선가’ 다른 맥락에서도 유통될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으며, 광고 수익과 후원, 구독자 및 조회 수 증가 등을 위해 혐오를 자원 삼아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중심의 매체 환경에서 자기 콘텐츠의 수익화를 위해 사회적 갈등 이슈를 콘텐츠 삼는 사례는 일부의 이슈 유튜버에 한정되지 않는다. 유튜브가 제시하는 행위 유도성을 따라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기 위해 전통 매체들도 해시태그, 섬네일, 자막 등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수익화와 주목을 위해 배치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기술적 조건은 길고양이를 괴롭히고, 반려 동물이나 희귀 동물에게 적합하지 않은 미션을 시키고, 아동이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고, 특정인의 라이브 방송에 자기 시청자를 무더기로 보내 위협을 주는 등의 다양한 행위로 나타난다.

그러나 관심이 돈이 되고 명성이 되는 기술적 조건은 그 기술 자체에 내재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기술 디자인이 ‘안전한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6) 이는 기술적 조건이 이용자의 특정한 행위를 부추기고 온라인 안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며, 이러한 ‘디자인’의 개선이 기술 기업의 책무라는 의미기도 하다. 주로 발생하는 온라인 피해의 유형과 사례를 범주화하고 이에 기반해 기술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일이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기술 기업의 중요한 책임이 된다.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자각

재미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콘텐츠를 생산해 관심을 끌고, 이것을 비난하면서도 동조하는 전통 언론, 수익과 관심을 주는 시청자, 이러한 콘텐츠를 눈에 잘 띄게 배치하는 기술 알고리즘 등 오늘의 디지털 생태계는 다양한 행위자에 의해 구성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각각 행위자들의 선택과 실천, 행위가 현재의 디지털 생태계를 바꿀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민성은 진화하는 매체 환경에 대한 교육과 이해에 더해 디지털 기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임을 인식하게 하는, 타자에 대한 공감 교육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환경에서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콘텐츠를 읽거나 윤리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동료 시민으로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쓰이는 방식이 기술 자체에 내재한 속성이거나 불변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기술 환경의 문제를 살피고 이를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 또한 디지털 시민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의 논의는 미디어에 관련한 ‘리터러시’를 넘어 어떻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은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윤리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며, 다른 사람의 참여를 막는 다양한 장벽을 함께 고쳐 가고 없애 가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시민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것, 교육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새로운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1) Barlow, J. P. (2019). A 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 Duke Law & Technology Review, 18(1), 5-7.

2) 안정임·서윤경·김성미 (2017).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동향 분석. <한국방송학보>, 31권 5호, 5-49.

3) 홍남희 (2021). 미디어 리터러시 담론과 아동, 청소년: 미디어 이용 취약층에서 일탈의 프로슈머까지. <한국언론정보학보>, 107, 149-180.

4) Livingstone, Sonia (2004) What is media literacy? Intermedia, 32 (3). pp. 18-20.

5) https://www.coe.int/en/web/digital-citizenship-education

6) https://www.esafety.gov.au/industry/safety-by-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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