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디지털 시민으로 거듭나는 방법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2. 10. 11. 17:46

 

 

 

디지털 시민으로 거듭나는 방법

‘미디어 소비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아카데미’ 수강 후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미디어 소비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생활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현명하게 소비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교육의 주요 내용을 수업 자료 및 참가자 경험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한지유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시민 기획위원)

 

 

무엇보다도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한 역량임을 이해하게 됐다.

또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천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도서관 주최로 열린 ‘미디어 소비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아카데미’ 홍보 자료와 교육 일정.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최근 뉴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생비자(prosumer)’라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에 일조했다. 기존의 일방적 매체 환경에서는 시민이 소비자의 역할을, 기자가 생산자의 역할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제는 쌍방향 매체와 이를 넘어서 상호 소통하는 매체가 급격히 늘어나며 시민들이 정보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생비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용어다. 그러나 소비자가 생비자가 되는 과정은 매우 빠르게 이뤄졌고, 그에 비해 미디어 환경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는 느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매체를 제대로 쓰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강조됐다.

 

이번 아카데미의 목표는 변화된 매체 환경 및 디지털 흔적 등 매체 환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영상 △낚시성 정보 △광고 △미디어 공유와 배포를 중심으로 한 세부 사례에 미디어 리터러시 적용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6차시에 걸친 미디어교육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적용해 나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미디어교육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왜 ‘미디어 리터러시’인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하는 능력(NAMLE, 2018)’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시대 전후의 모든 매체와 의사소통 수단에 접근해서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더 나아가 정보를 만들어 실제로 사회 행동에 나서는 역량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글에 중점을 둔 기존의 리터러시(문해력)를 넘어서 ‘디지털 사회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확장된 문해력’이라고 볼 수 있다.

 

김아미 연구원(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이 강의한 1차시 주제는 ‘왜 미디어 리터러시인가?’였는데, 미디어 리터러시가 지금의 환경에서 강조되는 이유를 살펴보고,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신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세대(generation)’에 입각해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미래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는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원주민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태어나 아날로그의 억양 없이 디지털을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새로운 세대’를 말하며, Z세대와 알파 세대가 속한다. 반대로, 디지털 이주민은 ‘원주민과 다르게 아날로그적 취향이 배어 있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완전한 적응은 힘든 1980년대 이전 출생한 기성세대’를 말한다.1)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은 각각의 세대 특징을 가지고 새로운 매체 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독해를 해 나가야 한다. 특히 최근의 △중독/과의존 현상 △허위정보 △반향실 효과 및 집단 극화 △온라인 혐오 △알고리즘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제대로 접근하고 분석, 평가, 창조, 행동할 필요가 있다.

 

 

[표1]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하위 역량 5가지

접근
다양한 정보, 도구, 콘텐츠를 찾고 쓸 수 있다.
분석·평가
미디어와 정보의 진위, 의미, 유용성 등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창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행동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하위 역량은 △접근 △분석 △평가 △창조 △행동 등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접근은 다양한 정보 자원에 접근해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분석 및 평가는 미디어가 제시한 정보의 진실성, 유용성, 의도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독해 능력이 강조된 미디어 리터러시는 접근과 분석, 평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매체 변화에 맞게끔 미디어를 창조하거나 가짜뉴스 등에 대응한 사회적 행동까지 나아간 역량이 제시되기도 한다.

 

 

디지털 흔적과 개인 정보 보호

미디어를 이용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와 함께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바로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남는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과 개인 정보 보호 문제다. 2차시 주제는 한윤선 미디어 강사의 ‘디지털 흔적과 개인 정보 보호’였다.

 

디지털 흔적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면서 사람들이 남겨 놓는 다양한 기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구매 이력 △전자우편 △SNS 이용 내역 △웹 사이트 방문 기록 △검색어 기록 등이 있다. 디지털 흔적과 개인 정보 문제는 ‘잊힐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로 이어진다. 잊힐 권리는 ‘원하지 않는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을 때, 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요약될 수 있는데, 아직은 합의된 정의가 없고 다양한 개념 정의가 공존해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잊힐 권리가 선행되면 원치 않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와 사생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알 권리 측면에서 본다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한정된 정보만이 남아 정보가 왜곡될 여지도 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디어 리터러시는 접근과 분석, 평가 외에도 창조, 행동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환경을 통해 이뤄지는 접근, 창조, 행동과 같은 실천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가 디지털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생활 속 뉴스와 정보 비판적 활용하기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실제 뉴스와 정보 사례를 기반으로, △딥페이크 영상 △낚시성 정보 △광고 △미디어 공유와 배포 등을 주제로 강의가 이뤄졌다. 3차시와 6차시는 구미숙 미디어 강사가, 4차시와 5차시는 허성희 한국미디어코칭협동조합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3차시는 범죄로 문제시되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에 대해 배웠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원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를 중첩시키거나 결합해 원본과 구별하기 어려운 가공의 이미지와 소리를 지닌 영상이나 그 제작 과정’을 말한다. 기계학습 기법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가 결합한 합성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딥페이크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지인능욕’처럼 일반인을 상대로 동의 없는 음란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되거나,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 등의 사례처럼 정치 영역에서도 부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영상은 ‘영상의 진위나 신뢰도가 이미지 자체의 속성에 의해 판단되지 않고, 전달하는 채널의 인기나 호감도에 의해 결정돼 검증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 확산의 주범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4차, 5차시에서는 낚시성 정보와 광고를 다루었다. 낚시성 정보는 경제적, 정치적 차원의 이익 또는 개인적 차원의 유희 때문에 발생한다. 기사 제목을 활용한 낚시성 기사나 가짜뉴스 등이 낚시성 정보에 해당한다. 최근에 코로나19 대응 방법을 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거나 정치적 진영 논리로 인해 제작된 가짜뉴스의 맹신 등이 문제시됐다. 또한, 광고의 경우도 광고 종류 및 광고 전략 중 웃음 유발, 언어 표현 강조, 신뢰성 확보 등에 대해서 학습하고, 과대광고, 허위 광고의 문제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광고주, 광고 목적, 목적 적합성을 중심으로 비판적 독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6차시 주제는 ‘미디어 공유와 배포’였다. 미디어의 주된 특징을 논의하면서 미디어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성물이므로 제작자의 의도와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탕에 둔 신중한 공유와 저작권법을 준수해 배포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도서관 주최로 열린 ‘미디어 소비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아카데미’ 홍보 자료와 교육 일정.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을 다짐하며

6차시에 걸친 아카데미를 수강한 후에 자연스럽게 미디어 리터러시가 등장하게 된 복잡한 매체 환경의 변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 실천 과정에서 필요한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많은 이론과 사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를 돕는 좋은 강의였다.

 

무엇보다도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한 역량임을 이해하게 됐다. 또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천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1차시 ‘왜 미디어 리터러시인가?’를 강의한 김아미 연구원은 “시민으로서 공동체 지향적 행동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디지털 시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는 이제 시민의 참여가 자유로운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생비자인 시민이 과연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고, 어떻게 비판적 독해를 해나갈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더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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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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