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한 허위정보 대응 역량 기르기
게임을 통한 허위정보 대응 역량 기르기
팩트체크 시뮬레이션 게임 ‘팩트, 플리즈’
허위정보, 가짜뉴스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는
허위정보 대응 능력을 키워주는 다양한 게임이 개발됐다.
게임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교육용 팩트체크 게임이 개발돼 게임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팩트체크 시뮬레이션 게임 ‘팩트, 플리즈’를 소개한다.
양소은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선행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은 허위정보 분별 능력을 높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한 경우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 경우보다 허위정보 분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지적’ 측면에서 교육용 게임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DGBL 연구들과 일치한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 웹페이지에 게시된 ‘팩트, 플리즈(Facts, please)’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팩트체크 교육 게임이다. 이 게임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SNU팩트체크센터에서 수행한 ‘청소년 팩트체크 스쿨’의 사전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1) 필자(당시 SNU팩트체크센터 연구원)가 기획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김해수 학생(현 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과정)이 개발을 맡았으며, 김수정 박사(현 교육과정평가원)가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구성했다. 교육용 목적에서 출발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간의 고민을 담은 국내 첫 허위정보 대응 팩트체크 게임이라는 데에 의미를 두고 소개한다.
‘팩트, 플리즈’ 개발 배경
정치적 가짜뉴스의 문제로 시작해 코로나라는 인포데믹의 시기를 지나면서 허위정보는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허위정보에 대응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단으로 언론인에 의한 전문적 팩트체크가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반 시민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강조되고 이를 위한 팩트체크 교육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즉, 뉴스 생산자와 뉴스 이용자 양측에서 허위정보에 대처해야 한다.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팩트체크 교육이 시급함에도 전문적 교육이 빠르게 보급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팩트체크를 가르치는 학교 교육과정이 없을 뿐더러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된 허위정보 이슈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강사도 부족하다. 또한 허위정보에 대한 미디어교육은 학생뿐 아니라 중장년층, 노인층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해외에서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허위정보 대응 게임이 개발돼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배드 뉴스 게임(Bad news game, Roozenbeek& van der Linden, 2019)’, ‘팩티셔스(Factitious, the AU game lab)’, ‘뉴스피드 디펜더스(Newsfeed Defenders, FactCheck.org)’ 등이 있다. 특히 ‘배드 뉴스 게임’은 허위정보의 전략을 안내해 추후 허위정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 접종’ 효과가 있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수행했던 이전 연구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게임 ‘트러스트미!(Trustme!)’는 허위정보 분별에 상당한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Yang et al., 2021). 트러스트미!는 연구를 위해 개발된, 일종의 게임 프로토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러스트미! 연구에서 확인된 교육적 효과를 토대로 이번에는 이용자가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배포 가능한 게임을 제작하자는 취지에서 ‘팩트, 플리즈’를 기획했다.
‘팩트, 플리즈’ 주요 특징
이 게임은 전문가의 팩트체크 과정을 일반 이용자 수준으로 전환하여 시뮬레이션해 보는 게임이다. 특히, 게임 디자인 및 교육 내용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
1. 게임적 요소
게임을 구성하는 디자인은 디지털 게임 기반 학습(이하 DGBL) 관련 선행 연구를 참고하여 교육적 효과를 낳을 수 있도록 게임적 요소를 담았다.
∙게임 시나리오: ‘팩트, 플리즈’는 게임 이용자가 허위정보를 체크하는 시민 탐정이 되어 팩트체크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사진1].
∙게임 규칙: 게임은 총 네 가지 온라인 게시물(뉴스 포함)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팩트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를 찾을 때마다 사실-거짓 판정 계기판이 움직이고, 탐정 노트에 단서가 기록된다[사진2]. 최종적으로 단서를 다 찾아서 전문 팩트체크 판정과 일치하면 일단 하나의 게시물에 대한 판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이다.
∙게임 보상 : 단서를 수집하고 팩트체크의 진행 상황은 [사진3]의 도장판(사진 맨 왼쪽과 가운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네 번 모두 팩트를 검증하는 데 성공하면 가상의 인증서로서 ‘팩트, 플리즈’ 인증서가 발행된다(사진 맨 오른쪽).
∙인터랙티브 디자인: 본 게임에서는 ‘마우스오버(마우스를 올려놓으면 정보가 제공됨)’를 통해 힌트가 제공된다. 허위정보로 의심되거나, 반대로 사실 정보로 신뢰할 만한 부분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팩트체크 판정의 근거가 되는 이유가 제시된다[사진4]. 이를 통해 허위정보를 분별하는 전략을 학습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했다.
2. 팩트체크 교육 내용
‘팩트, 플리즈’ 게임이 담고 있는 교육적 내용은 다음의 세 가지로, 그동안 논의되어온 허위정보 분별을 위한 핵심 원칙이라 볼 수 있다.
∙의심하기
허위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정보 수용자에게 가장 첫 번째로 필요한 원칙은 ‘건강한 회의적 태도(Lewandowsy et al., 2012)’이다.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의심이 가는 부분이 없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따져보기
의심을 한 후에, 허위정보 분별을 위해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지를 배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의심스러운 부분에 마우스를 올리면, 어떤 부분이(예: 작성자 ‘101세형’), 왜 의심스러운지(‘누군지 알 수 없는 오픈 커뮤니티 이용자의 글?’)에 대해 설명이 제공된다[사진4]. 그리고 이는 팩트체크 노트에 판단의 근거로 쓰인다(‘신뢰할 수 없는 작성자’).
∙찾아보기
의심하고 따져본 뒤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을 토대로 추가 정보를 찾는 과정이 필수다. 수평적 읽기(lateral reading)라고도 불리는 이 전략은 의심스러운 정보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검색 탭을 열어 추가적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문적인 팩트체커 역시 수행하는 방법이다(https://cor.stanford.edu/videos/lateral-reading-video). 따라서 ‘팩트, 플리즈’ 게임에서도 수평적 읽기를 구현하여 키워드를 클릭하면 검색 결과가 제시되고 여기에서 추가 정보와 단서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사진5]. 즉, 게시물 내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한 단서와 추가 검색 결과에서 추출한 단서를 토대로 최종 판정이 내려진다. 그 결과는 실제 전문적인 팩트체크(예: SNU팩트체크 판정 결과)의 결과와 동일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팩트, 플리즈’의 효과
이 게임의 효과는 실험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SNU팩트체크센터의 ‘청소년 팩트체크 스쿨’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게임의 효과를 살펴 비교 연구를 실시했다(N= 128, Yang et al., 2022). 연구 결과는 올해 5월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CA)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바 있다.
(1) 선행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은 허위정보 분별 능력을 높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한 경우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 경우보다 허위정보 분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지적’ 측면에서 교육용 게임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DGBL 연구들과 일치한다.
(2)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필수적인 ‘태도적’ 측면에서는 강의 또는 수업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미디어에 대한 이해(미디어 리터러시 주관적 인식)와 정보 분별에 대한 효능감은 강의를 들었을 때 더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인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효능감이 있을 때, 일상에서도 더 지속적으로 허위정보를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허위정보에 대한 설명이 수업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3) 한편, 게임은 온라인상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낮추었다. 게임에 참여한 경우에는 온라인상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정보에 대한 냉소감 (cynicism)을 기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Mihailidis & Viotty, 2017). 반면, 강의를 통해 학습한 경우에는 온라인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지 않았다. 건강한 수준의 회의적 태도는 필요하지만, 현재 다이내믹한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동반될 때 미디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와 한계
허위정보 대응과 관련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 배포하면 관련 교육에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허위정보 분별 기술을 간단하고 신속하게 가르치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현명하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에 의한 보완이 필요하다. 건강한 수준의 회의적 태도, 그리고 충분히 분별해낼 수 있다는 효능감,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평가해 나갈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함양은 수업 등을 통해 보완이 이루어질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허위정보 대응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할 때 이 게임을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앞의 연구에서 밝힌 게임의 한계점은 ‘팩트, 플리즈’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게임 요소보다 교육적 목적을 중심으로 팩트체크 시뮬레이션 과정을 담다 보니 재미가 덜 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따라서 앞으로 이루어질 새로운 시도에서는 게임을 더욱 게임답게, 그리고 다양한 내용을 넣어 제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목표로 한 게임 개발은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강한 동기하에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연구진으로 진행하기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임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어떠한 게임 요소를 넣어야 할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융합적 과제이자, 고민과 협력이 필요한 도전적 과제였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이 과정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이 필요하다. 더 멋지고 효과가 강력한 미디어 리터러시 게임이 다양한 주제로 개발되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1) 양소은. “이론과 실습이 조화로운 ‘허위정보 분별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2020년 겨울호 참조.
참고문헌
- Lewandowsky, S., Ecker, U. K., Seifert, C. M., Schwarz, N., & Cook, J. (2012). Misinformation and its correction: Continued influence and successful debiasing.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3(3), 106-131.
- Mihailidis, P., & Viotty, S. (2017). Spreadable spectacle in digital culture: Civic expression, fake news, and the role of media literacies in “post-fact” society.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61(4), 441-454.
- Roozenbeek, J., & Van der Linden, S. (2019). Fake news game confers psychological resistance against online misinformation. Palgrave Communications, 5(1), 1-10.
- Yang, S., Lee, J. W., Kim, H. J., Kang, M., Chong, E., & Kim, E. M. (2021). Can an online educational game contribute to developing information literate citizens?. Computers & Education, 161, 104057.
- Yang, S., Lee, J.W., Choi, J., & Kim, E. (2022, May). Designing an effective media literacy education program: the complementary relationship between game and lecture in teaching information discernment. Paper presented at the 72nd Annual ICA Conference, Par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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