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기후변화에 책임 있을까?
미디어가 기후변화에 책임 있을까?
에코미디어의 정의와 에코미디어 리터러시
기후 위기와 미디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미디어’에 ‘에코’(환경)라는 접두사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탈리아 존카봇대학 안토니오 로페즈 교수의 글을 번역해 싣는다.
이 글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개념 중 생산 구조 차원에서 인터넷, 전자 기기, 데이터,
또 나아가 블록체인 등이 어떻게 기후 위기, 생태, 환경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글을 번역한 이는 원문에 포함된 사실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독자가 함께 읽어볼 만한 참고 자료를 각주로 달았다.
안토니오 로페즈 (Antonio Lopez) / 이탈리아 존카봇대학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과 학과장
번역: 최원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려면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미디어’ 대신 ‘에코미디어’라고 말하면,
이는 곧 생태계에 미치는 미디어의 엄청난 영향력을 적확하게 가리키는 것이다.
‘에코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가르칠 때 이러한 통찰력을 적용한다.
미디어에 관해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미디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미디어는 종종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 일종의 은유다. 사람들이 ‘그 미디어, 또는 이 미디어, 저 미디어’라고 말할 때는 보통 대중 매체를 의미한다.
또한 화자가 어떤 세대인지에 따라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를 가리킬 수도 있고, 더 젊은 사람이라면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렇듯 미디어라는 은유는 매우 다양한 것을 가리킬 수 있는데, 사람들이 미디어를 말할 때 연관 짓지 못하는 한 가지가 바로 환경(environment)이다.
에코미디어 풋프린트
12년 전, 런던에서 열린 미디어와 환경에 관한 국제 미디어 리터러시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때였다. 당시 내 워크숍에 참석한 이는 단 두 사람이었다. 바로 옆 회의실에서 열린 페이스북에 관한 발표에는 150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했다. 내가 (미디어와 환경의 연관성에 관한) 주장을 펼치자 두 참석자는 “미디어와 환경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지금까지 전혀 몰랐어요!”라고 반응했다. 지금도 그 연관성에 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이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이유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도 미디어와 환경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졌을 것이다. 나는 그 관계를 ‘에코미디어 마인드프린트(ecomedia mindprint)’와 ‘에코미디어 풋프린트(ecomedia footprint)’, 이 둘로 나눠 설명하려 한다. 먼저 풋프린트(발자국)는 미디어가 환경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과 관련 있다. 이 영향은 생산 과정의 여러 단계에 걸쳐 발생한다. 첫 단계는 배터리, 회로 기판, 휴대폰 진동 기능, 안테나 작동 등에 사용되는 광물 채굴이다. 이 광물들은 주로 중앙아프리카 등지에서 채굴된다. 구리, 리튬 같은 다른 금속은 대부분 남아메리카에서 나온다.1) 여기에 더해, 모든 데이터 클라우드 서버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화석 연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각종 디바이스를 손에 쥐기 전에 이 모든 자원을 지구로부터 캐내고 추출해야 한다.
이런 광물을 채굴하는 나라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노동 착취가 행해진다.2) 아동 노동, 성폭력은 물론 자원 통제를 둘러싼 지역 갈등도 일어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 기기는 여러 나라에서 제조되고 조립되는데, 특히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다.
여러분이 TV나 기타 전자 기기를 구입해 상자에서 막 꺼낸다고 가정해 보자. 흥미롭게도 제품 위에는 단 한 개의 지문도 찍혀 있지 않다. 여러 사람이 다루고 만졌을 텐데 말이다.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하기 전, 사람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지문을 닦아내는 화학 물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 기기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뒤 산타클로스에 의해 (혹은 아마존에 의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기기들은 모두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져 지구 어딘가에서 왔다.
수명을 다한 미디어 기기는 어디로 갈까?
그리고 ‘전자 폐기물’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여러분은 우리가 사용하던 전자 기기가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쓰고 버린 전자 폐기물 중 13%만이 재활용되어 가나, 중국, 또는 인도 같은 나라로 보내진다. 여기서는 사회적 신분도, 권리도 없는 최빈곤층이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화구에서 회로판을 태우고, 값나가는 금속3)을 녹이는 일을 하면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신다.4) 비물질(immaterial) 지식 경제라는 신화와는 정반대로, 우리의 디지털 기술은 사실 매우 고도로 산업화되어 있다. 컴퓨터는 종종 지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마케팅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데이터’ 역시도 ‘물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마법처럼 갑자기 에테르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다. 데이터는 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전기로 구동되는 서버 안에 존재한다. 물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조금은 나은 방식으로 일하는 회사도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인터넷은 매년 항공 산업만큼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AI,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은 에너지 소비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 기술들이 얼굴 및 언어 인식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모든 서버 팜(server farm)5)은 상당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기술들의 탄소 발자국도 거대하다. 대형 창고에서 돌아가고 있는 수천 대의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며, 역시 큰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생태학적 마인드프린트(ecological mindprint)는 환경에 관한 우리의 믿음에 미디어가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여전히 기후변화가 진짜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은 분명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데, 왜 그럴까? 화석 연료 업계는 소셜 미디어와 뉴스 미디어에 성공적으로 프로파간다를 퍼뜨려 기후 과학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담배와 화학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략과 똑같다. 미디어는 환경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무엇이든 소비하고 또 폐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며 ‘소비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친다.
한편 다행히도 미디어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를 교육하고, 또 사람들이 기후 행동을 위해 연대하도록 도울 수 있다. 미디어는 연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결도 가능하다.
에코미디어 리터러시 키우기
이러한 모든 문제를 고려해서 나는 ‘에코미디어(ecomedi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생태와 깊은 연관이 있는 현실로 미디어를 다시 되돌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느 학자가 말하듯, 데이터 마이닝(채굴)이 있기 전에 땅파기가 먼저 있었다.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려면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미디어’ 대신 ‘에코미디어’라고 말하면, 이는 곧 생태계에 미치는 미디어의 엄청난 영향력을 적확하게 가리키는 것이다. ‘에코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가르칠 때 이러한 통찰력을 적용한다.
에코미디어 리터러시가 강조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간단한 사고 훈련 방법이 있다. 불교에서의 마음챙김(mindfulness) 수행을 참고하자면, 흰 종이를 한 장 손에 들고 이렇게 질문을 던져 보자. ‘이 종이 속에 구름은 어디에 있는가?’ 하얀 색 텅 빈 모니터 화면을 앞에 두고 해도 괜찮다. 사람들은 구름이 하얀 색이므로 종이나 화면 위에 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구름이 종이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이는 식물이나 나무와 같은 유기 물질로 만들어졌고, 구름은 이것들을 자라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 과정은 종이가 더 커다란 체계의 일부라는 것과, 또 종이가 생산되는 방법에 대해 해체하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전자 기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생산 공정 전체를 추적함으로써 제조와 기술 인프라에 물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6) 기후변화로 가뭄이 발생하고 용수 공급원이 말라 버리면서 냉각용수가 필요한 데이터 센터는 극심한 폭염 속에서 문을 닫아야 했다.
화석 연료 사용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는 가뭄과 물 부족의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에코미디어 리터러시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상황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도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Ecomedia Literacy Antonio Lopez, Ph.D. Chair & Professor of Communications and Media Studies John Cabot University When people teach about media, usually you can assume they know what they mean by “media.” But media is a metaphor that often means different things to different people. Quite often when people say “the media or this or that” they usually mean something like mass media. And depending on what their generation is, they could be describing television, newspapers, and radio, or if they are younger it could mean social media and streaming services. The media metaphor can mean so many different things, but usually the one thing people don’t associate with it is the environment. Twelve years ago I gave a presentation in London at an international media literacy conference on media and the environment, but only two people came to my workshop. Next door there was a presentation on Facebook that was attended by over 150 people. As I laid out my argument, the two attendees were like, “oh my god, I had no idea there was a connection between media and the environment!” I keep having this conversation over and over because few people seem to know what it is. So, you're probably wondering, what is that relationship between media and the environment? I break it down into two areas: the ecomedia mindprint and the ecomedia footprint. The footprint has to do with the physical impact of media on the environment, which occurs over many stages of the chain of production. The primary stage is the mining for minerals used for our batteries, circuit boards, making our phones vibrate, and for the antennas to work. Those primarily come from regions like Central Africa. Other metals that are mined, like copper and lithium, mostly come from South America. In addition fossil fuels are required to power all of the data cloud’s servers. These resources all must be extracted from the earth before we can have our devices in our hands. Labor conditions where these minerals are mined rare incredibly exploitative, including child labor, gender violence, and regional conflicts over control of resources. Our gadgets are manufactured and assembled in different regions, but mainly in China. Interestingly, when buying a TV or gadget, when you take it out of the box, you'll notice that there are no fingerprints on it, even though it was handled by many people. Before packaging and shipping, chemicals are used to wipe away fingerprint in order to remove the trace of human presence. It’s as if we think our devices are created by magic, that these things come from Santa Claus (or Amazon), who just deliver them from the heavens. But they come from the earth and are made by people. Then there is e-waste. Do you know what happens to all of our gadgets when we're done with them? Only 13% of our e-waste gets recycled and when it does, it usually gets shipped to places like Ghana, China, or India. In these places the poorest of the poor with no status or rights are working over open burn pits, burning circuit boards over fires and breathing toxic smoke while trying to melt out precious metals. As opposed to the myth of an immaterial, knowledge economy, our digital technologies are actually highly industrialized. Computers are often marketed as somehow having a light impact on the world. But it is just simply not true. Then you have to consider that our data as also physical. It's not in the air magically appearing out of the ethers. It exists on servers that are powered by electricity, which mostly requires fossil fuels. To be fair, some companies are doing a better job of using renewable energy. Apple, Microsoft, Google, and Facebook are definitely improving their energy efficiency and are transitioning to clean energy, but annually the internet as a whole produces as much CO2 as the airline industry. AI, bitcoin, and blockchain technologies are exacerbating energy usage. They have a huge carbon footprint because all these server farms that are training for facial and language recognition require lots of server power. Thousands of machines in these big warehouses have a large physical footprint that consume water to keep them cool. The ecological mindprint is the way that media impact our beliefs about the environment. For example, in the US there are still a lot of people who don't believe climate change is real. Why is that, even though science clearly states it’s happening? The fossil fuel industry has successfully disseminated propaganda in social media and news media to create doubt about climate science. It's the same tactics used by the tobacco and chemical industry. The media also influences our beliefs about consumerism, such as this idea that we can buy anything and dispose of it with no environmental consequences. On a hopeful note, media are also very important for educating us about environmental issues and helping people connect for climate action. Media are important for solidarity and empathy, so it's not all bad, but we also need to identify the problem so we can address it. When considering all these issues, I use the word “ecomedia” because it's a way of bringing media back to the reality of their deep connection with ecology. As one scholar puts it, before there's data mining there's earth mining. We must use the correct terminology in order to change the way people think about media. When we say “ecomedia” instead of “media,” it immediately points an arrow at their immense ecological impacts. Ecomedia literacy applies these insights into the teaching of media. There is a simple thought exercise to convey the kind of systems thinking that ecomedia literacy promotes. Using a Buddhist mindfulness exercise, you can hold up a piece of white paper and ask, where are the clouds in this paper? You can do the same thing with a device by opening a blank white screen. People might say that since clouds are white then they must be on the paper or screen. But the answer is really that the clouds are in the paper because the paper is made of organic material, such as plants or trees, and the clouds are what makes them grow. This thought process gets us to deconstruct how the paper is made and that is part of a larger system. The same is true for our gadgets. We can trace the entire production chain to see how water is integral to manufacturing and technological infrastructure. With climate change causing droughts and water systems drying up, data centers that require water for cooling have had to shut down during intense heat waves. There’s a vicious cycle of fossil fuel usage from our media causing climate change, and then our media being impacted by drought and water scarcity. Ecomedia literacy is meant to teach about this system and to provide people with tools to try to change it. |
1) “원주민의 눈물로 만드는 ‘리튬’을 아시나요?”, <한겨레> 2022.10.4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2113.html
2) 그 많은 스마트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린피스, 2016.11.24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5966/blog-ce-smartphones-where-do-they-end-up/
3) 회로에 포함된 금, 은, 구리, 주석 및 니켈 등
4) 유독 물질 사이를 지나며(Passing the poisonous parcel), UNEP 한국협회, 2011.9.16.
http://www.unep.or.kr/sub/sub05_01.php?mNum=5&sNum=1&boardid=planet&mode=view&idx=1007
5) 서버 팜: 일련의 컴퓨터 서버와 운영 시설을 한곳에 모아 놓은 곳,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용어사전
http://terms.tta.or.kr/dictionary/dictionaryView.do?subject=%EC%84%9C%EB%B2%84+%ED%8C%9C
6) “빅데이터 어디에 보관하지? 데이터 센터의 환경 영향”, <그린포스트 코리아>, 2020.10.6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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