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시민 기획위원] 디지털 공간 속 시민의식이 중요한 이유
밑줄 긋는 시민 기획위원
「안전한 디지털 환경, 플랫폼-부모-공동체 협력해야 가능」을 바탕으로
written by. 한지유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시민 기획위원)
이번 ≪미디어리터러시≫ 2023년 봄호(통권 제24호) ‘미·리·Talk’에는 타미 바우믹(Tami Bhaumik) 로블록스(Roblox)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이하 타미 바우믹 부사장)과의 대담이 실렸다.
로블록스는 세계적인 메타버스(mataverse) 플랫폼이다.
실제 세상이 아닌 ‘온라인 세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왜 시민의식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이번 <밑줄 긋는 시민 기획위원>에서는
로블록스가 왜 디지털 시민의식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떻게 시민의식을 일깨우는지 살펴본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융·복합된 온라인 3차원 세계를 구현하는 것으로, 각각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사용자에게 접근한다. 그중에서 로블록스는 ‘게임’이 주된 특징이다. 로블록스에는 다양한 게임이 존재하고, 해당 게임을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바타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채팅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더욱이, 별도의 스튜디오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 게임을 다른 사람이 즐겨할 수 있어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임’에 주력하는 메타버스 기업인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시민의식을 익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로블록스가 주장하는 ‘디지털 시민의식’은 어떠한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Point 1. ‘시민의식’이라는 습관은 체험으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시민의식’이라는 말이 적어도 5번은 넘게 나왔다. 이는 시민의식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생각’ 정도의 의미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시민의식(civility)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가져야 하는 역량, 권리, 의무, 덕목’을 모두 아우른 말로, 시민성(citizenship)이라고도 말한다. 즉, 시민이 곧 주인인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회 속 시민으로 인식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다른 이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시민의 형성과 교육, 그 ‘민주적 시민성’을 위한 교육, 간단히 ‘민주시민교육’은 여러 차원에서 그리고 생애 전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은 가족에서부터 학교를 거쳐 성인의 일상적인 삶의 과정 전체에서 시민으로서 교육되고 시민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장은주, 2017)
시민의식은 일상적인 삶의 과정 전체에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한 명의 시민이 성장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일상적인 삶의 과정 전체’에서 이 과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시민의식은 단순히 강의식으로 교육한다고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마치 신문을 읽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 출근하기 전 신문을 주기적으로 읽기 힘든 것처럼, 시민의식도 하나의 습관처럼 평생 지속해서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서 로블록스가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아동과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메타버스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시민의식을 익히기 쉬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시민의식을 두고 주입식 교육으로 무엇을 ‘지켜야 한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수십 번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 우리 속에 있는 반발심리가 작용하거나, 교육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 청소년 스스로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재밌게 소통하는 메타버스는 시민의식을 익히기 좋은 공간일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끝나는 강의보다는 수도 없이 많이 겪는 일상 속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를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경험학습(experiental learning)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경험학습은 “학습자가 실제적 활동이나 체험을 통해 학습함(learning by doing)으로써 전환된 사고를 획득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감정 및 태도 그리고 확장된 지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오윤선, 황인숙, 2018). 경험학습 이론을 두고 교육이론가 콜브(Kolb)는 경험학습이 4단계의 순환적 구조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반성적인 관찰과 분석’을 하고 ‘추상적 개념화’를 거쳐 ‘능동적 실험’의 과정을 통해 경험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금 어려우니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청소년인 A가 로블록스 상에서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와 동일하게 저급한 욕설을 섞어서 이용자 B에게 채팅을 보냈다고 가정해본다. A가 채팅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그 채팅을 받은 B는 크게 화를 내면서 A를 신고했다. 이로 인해, A는 30일의 로블록스 이용정지를 당했다. A는 경험학습의 첫 시작인 ‘구체적인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곧바로 이어 A는 ‘반성적인 관찰과 분석’을 해본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해당 경험을 추상적인 원칙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는 ‘추상적 개념화’를 시도한다. 이 경험은 ‘게임에서 처음 보는 다른 이용자에게는 욕설을 쓰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가설로 전환된다. 가설을 세운 A는 30일의 이용정지가 풀리자마자 로블록스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가설에 맞게 존댓말을 쓰고 존중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였다. A는 ‘능동적 실험’을 했고,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자신의 가설이 맞았음을 알게 된다.
[표1] 예시와 함께 본 경험학습 모형
구체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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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A가 다른 이용자 B에게 욕설을 사용한 메시지를 보냈다.
B는 A를 신고해 A가 30일간 로블록스 이용정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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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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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인 사람에게 저급한 욕설을 보낸 나의 행동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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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개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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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처음 보는 다른 이용자에게는 욕설을 쓰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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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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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용자들에게 가설에 입각해 채팅을 보낸 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내 가설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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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구체적인 경험을 반성하고 분석하면서 추상적인 ‘원칙’을 만들고, 이 원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체험과 실천을 동반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는 학술적 접근이 바로 경험학습 이론이다.
A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초적인 시민의식을 체득하게 된다. 이러한 학설에 기초할 때, 시민의식은 일상 속에서 체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별히 청소년기에는 경험학습이 시민의식 체득에 효과적일 수 있다.
Point 2. ‘하나의 사회’ 된 디지털 공간, 현실 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공간도 하나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많은 정보와 소통이 이뤄지며, 우리도 끊임없이 디지털 환경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공간인 인터넷만 봐도 현실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굳이 학술적 연구 결과를 나열해 증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삶에서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디지털 공간의 단점이 현실 사회에 지속해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요인이 바로, 익명성(anoymity)이다. 익명성에 기초한 디지털 공간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악성 댓글을 통해 한 개인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온라인 그루밍이나 몸캠피싱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메타버스에서도 성적 괴롭힘을 필두로 한 성범죄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상호 신뢰’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디지털 공간이 위험해지고 있음을 내포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는 디지털 공간에의 접근이 늘어날수록,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시민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인식하기 쉽게 된다. 특히, 자신과 의견이 맞는 집단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집단을 ‘적’으로 돌리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잦게 나타나고 있어 민주사회에 필수적인 역량인 ‘포용(tolerance)’적인 모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상호 신뢰와 포용성을 기초로 하는 현실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블록스가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부정적 경험 감소를 통해 신뢰와 포용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정치 참여와 같은 고차원적인 시민의식을 논하기에 앞서, 상호 신뢰와 포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초적인 시민의식을 익혀야 한다. 그와 동시에,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도 함께 중요해진다.
타미 바우믹 부사장은 디지털 시민의식(digital civility)을 논하면서 ‘좋은 시민이 되는 것’,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다름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를 보여주는 것’, ‘공손하고 예의 바른 언행, 말과 행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행위’ 등을 이야기했다. 이 부분에서 로블록스는 상호 신뢰와 포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초적인 디지털상의 시민의식을 강조하고 있고, 이는 단순히 메타버스에서의 긍정적 경험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과 현실 사회의 긍정적 연결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기본 원칙인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 디지털 공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아울러, 로블록스가 주장하는 디지털 시민의식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도 포함된다. 타미 바우믹 부사장은 “타인을 도우며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식별해 대응하는 방법을 이해하도록 이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한 디지털 기술이라고 믿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비롯해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과 그 도구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많은 이들이 필요한 의식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광범위하게 자기인식(self-awareness)과 자기통제(self-control)를 갖추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활용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로블록스가 말하는 ‘디지털 시민의식’의 근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Point 3. 디지털 공간의 시민의식은 ‘이니셔티브’로 만들어나간다.
디지털 공간을 두고 많은 관련 주체들이 존재한다. 사용자, 공급자로 크게 나눠볼 수 있고, 사용자 안에서도 단순 사용자와 콘텐츠 제작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민의식 체득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수반되어야 한다. 디지털 공간의 시민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도 살펴본다.
구글, 로블록스와 같은 IT기업이자 디지털 공급자들은 ‘이니셔티브(Initiative)’에 주목하고 있다. 이니셔티브는 최근 기업의 ESG 경영이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함께 부상한 개념이다. 이는 ‘미션·비전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기존 과업과 다른 특별한 과제 또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각 산업계에 속한 글로벌 기업의 행동강령이나 가이드 형태의 자율 규범과 같은 것’을 말한다(조병옥, 2022). 아울러,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친환경·사회적 책임·투명성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체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주체는 디지털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수행하는 것이다.
타미 바우믹 부사장의 발언처럼, 로블록스는 지난해 12월에 편의점 브랜드 GS25와 이니셔티브 활동을 진행했다.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 마련된 편의점 시뮬레이션 체험 ‘모여봐! GS25’에서는 긍정적인 관계 형성과 올바른 시민의식 증진을 위한 미션을 진행했다. 미션은 디지털 시민의식을 다룬 퀴즈를 풀고, 이를 완료한 사용자에게 로블록스 특별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는 황금 열쇠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로블록스, 2022).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유네스코(UNESCO) 차원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이뤄지고 있다. UNESCO MIL Alliance는 ‘MIL CLICKS Social Media Initiative’를 운영하고 있다. MIL은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의 줄임말이며, CLICK은 각각 비판적 사고(Critical-Thinking), 창의성(Creativity), 리터러시(Literacy), 다른 문화 간(Intercultural), 시민성(Citizenship), 지식(Knowledge) &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의미한다. 유네스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미디어와 정보를 이해하고, 미디어 및 정보 활용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니셔티브 활동을 진행한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링크를 클릭하면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민의식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에 의해 이니셔티브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행동 강령 혹은 가이드라인 형식의 자율규범인 이니셔티브는 각각의 주체가 문제시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활동이며, 일상 속 쉬운 접근으로 각각의 사회 구성원에게 다가가고 있다.
본고에서는 왜 디지털 시민의식이 강조되는지 살펴봤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공간에서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를 시민의식의 학습방법, 디지털 공간과 현실 사회의 연결성 측면에서 바라봤다. 아울러,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민의식을 다양한 주체들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일깨우고 있음을 알아봤다. 디지털 공간과 현실 사회의 연결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모두 적극적으로 ‘시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볼 시점이다.
참고문헌
오윤선, & 황인숙. (2018). 청소년지도방법론 (pp. 129-134). 파주: 양서원.
장은주. (2020). 시민교육이 희망이다 (pp. 35). 서울: 피어나.
이니셔티브, 거버넌스, 얼라이언스…알쏭달쏭 . (2022). 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9293.
GS25-로블록스, 올바른 디지털 행동 장려하는 ‘디지털 시민의식 캠페인’ 진행 . (2022).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957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