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놀이를 통해 배우는 주체적·능동적 미디어 이용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3. 4. 25. 15:29

유아 미디어교육 교사학습공동체 ‘미디어 놀·E·터’

written by. 이여빈 (세종 새롬유치원 교사)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주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가 현대 시민을 위한 기초 역량으로 인식되면서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미디어를 처음 접하게 되는 유아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아 미디어교육에 관심 있는 유치원 교사들이
자발적인 학습공동체를 꾸려 유아 미디어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어 소개한다.

 

유아 교사로서 취해야 할 입장은 유아를 미디어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유아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아기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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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확산된 비대면 문화는 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초중등 학교에서 쌍방향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점에 부딪히게 됐다. 전통적으로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미디어 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유아기는 인간의 발달에 있어 ‘결정적 시기’로 일컬어진다. 이 시기에 오감을 활용하여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고, 직접 놀이하는 모든 것이 두뇌 발달과 연결된다. 미디어의 반복적 노출은 유아가 직접 오감으로 느끼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유아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교육계의 입장이었다.

올바른 유아 미디어교육 위한 첫걸음

부정적으로만 여겨졌던 디지털 미디어는 코로나19로 교육 기관에 등원하지 못하는 유아에게 교육 기관과 가정을, 교사와 유아를 연결해줄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 탈바꿈하여 교육계의 떠오르는 샛별처럼 자리 잡았다. 시대가 불러온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시각의 변화, 즉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세대인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인 유아들의 미디어 이용 시기가 가속화되면서 ‘올바른 유아 미디어교육’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과거, 그리고 현재의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유아 미디어교육’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따라서 유아교육 전문가라 하더라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2020년 교육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소통 역량 강화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교육 인프라 확대, 국민의 디지털 미디어 제작 역량 강화, 미디어 정보 판별 역량 강화, 배려·참여의 디지털 시민성 확산 등 4가지 전략 과제를 발표하며, 디지털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개발된 ‘유치원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 자료’는 교사들 간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으로 유아의 놀이 지원, 교사의 업무 수행 및 가정 연계,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기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서툴고 더디지만 유아 그리고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스스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유아 교사들 역시 이제는 다양한 프로그램, 웹 사이트 등을 활용하여 유아에게 전달할 교육 내용을 카드뉴스, 영상 등의 형식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 (1), (2). 2020.08.27. 교육부 발표. <사진: 필자 제공>

 

교사학습공동체 ‘미디어 놀·E·터’는 유아 미디어교육에 관심이 있는 전국 각지의 유치원 교사 8명이 함께 모여, 유아기 발달 특성에 맞는 놀이 중심 유아 미디어교육을 연구했다. ‘미디어 놀·E·터’에 속한 교사들은 공립 유치원(병설 및 단설)과 사립 유치원에 근무하며, 해당 유치원에 재원하는 유아의 미디어 사용 실태를 분석하고, 유아기 특성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신장을 위해 ‘미디어 이해, 소통, 표현, 제작, 분석 및 판별’의 5가지 범주하에 유아 미디어교육 활동을 연구했다. 연구를 시작하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디어일까? 아이들이 생각하는 ‘미디어’란 무엇일까? 일상의 교실에서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수차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인 우리에게도 모호한 개념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함께 나누었고, 각 교실의 상황에 맞게 미디어교육을 진행했다.

놀이 중심 미디어 활동

먼저 교사의 역량에 따라 이미 활용하고 있었던 디지털 기기와 교실 속 미디어교육 활동에 대해 공유했다. 그리고 각 교실에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분석해 보았다. 유아들은 디지털 원주민 세대답게 이미 가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디지털 기기 및 미디어 활용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교사가 기록을 위해 교실에 놓아둔 태블릿 PC를 보고, “선생님도 이걸로 넷플릭스 봐요?”, “우리 언니는 이걸로 공부하는데!”, “선생님 패드에는 무슨 게임 있어요?” 등의 이야기를 쏟아냈는데, 이는 유아들이 디지털 기기를 영상 시청용, 학습용, 게임용 기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습공동체 구성원 모두 각자의 교실 속에서 유아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거나, 놀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놀이를 확장하는 매개체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했다.

교사학습공동체 ‘미디어 놀·E·터’에서 연구한 ‘놀이 중심에 기반한 유아 미디어 놀이 사례’ 목록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서 ‘디지털 시민성’을 강조한다.

∙ 미디어 이해: 교실 속 미디어에 대해 탐색하고, 유아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의 정의와 유아들이 좋아하는 미디어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 미디어 소통: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정보로 교실 속 친구들과 소통하는 경험, 그리고 미디어를 활용하여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대면과 비대면의 소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미디어 표현: 포스터, 노래, 영상 등을 활용하여 유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다양한 놀이를 해 보았다.
∙ 미디어 제작: 유아들과 함께 내용을 구성하고, 영상을 촬영·편집하는 등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하여 영화, 뮤직비디오, 공익광고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았다.
∙ 미디어 분석 및 판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탐색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올바르게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며, 가정과 연계하여 실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아기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교사학습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8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운영한 ‘미디어 놀·E·터’는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건강한 디지털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첫 단추로 놀이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학습공동체의 구성원 모두 ‘디지털’과 ‘미디어’를 주제로 연구하지만, 연구의 전 과정에 ‘유아’ 그리고 ‘놀이’를 깊이 새기며 진행했다. 앞으로도 ‘유아 미디어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생애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놓인 유아들을 교육하는 유아 교사들은 ‘디지털&미디어’ 그리고 ‘유아&놀이’ 사이의 관계가 주객전도되지 않도록 의식하고, 사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전히 유아기의 미디어 활용 혹은 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유아 교사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유아를 미디어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유아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아기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놀·E·터’라는 교사학습공동체로 맺어진 8명의 교사는 함께 연구한 ‘놀이 중심에 기반한 유아 미디어교육’ 결과를 기반으로 유아 교사들의 ‘유아 미디어교육’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 증진을 위해 다양한 미디어 활용 놀이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또한, 유아들의 일상과 놀이가 미디어로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유아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서도 해당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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