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온라인 세상’ 어른이 만들어 주세요
새 책 소개-‘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written by. 김아미 (저자·서울대 빅데이터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
요즘 아이들에게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과 분리 불가능한 공간이며
어쩌면 오프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 위상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경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연구해온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 교수가
최근 미디어 환경 속 어린이 청소년의 사회생활을 들여다본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출판했다.
저자가 직접 소개하는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그들의 성찰 역량(미디어 리터러시)을 어떻게 끌어내고 지원하느냐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동료 시민이자, 어른, 교육자인 우리의 몫이다. 나는 이 책이 디지털 사회에 함께 존재하는 어린이 청소년과 성인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는 시작점이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스마트폰의 까만 화면에 빠져 있는 것 같겠지만, 우리는 까만 화면 속 밝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121쪽)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쓰면서 나는 그동안 여러 연구를 하며 만났던 어린이·청소년들의 말을 다시 떠올리고 되짚어 보았다. 특히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논하던 콘퍼런스에서 수민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하는 온라인을 “까만 화면 속 밝은 세상”이라 표현했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알아서 잘 성장할 것이라는 착각
어른의 눈에는 우리 아이들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들고 까만 화면에 빠져들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건강이 염려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아이들이 겪게 될 알 수 없는 수많은 위험에 신경 쓰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그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한시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산기를 거치며 학습이나 소통을 위해 디지털 기기에 더 빨리 더 많이 접하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친구들이 있는 ‘밝은 세상’이며 재미있는 일도 이야깃거리도 많은 온라인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매개체이다. 이미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오프라인만큼 중요한 세상이다. 온라인 세상에 얼마나 오래, 어떻게 머무느냐는 부모와 자녀가 충돌하게 되는 보편적인 갈등 요소이기도 하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로서 내가 지금까지 탐색해 온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경험과 인식을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자 쓴 책이다. “중학교 학생과 교사의 ‘미디어 세대 차이’”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기 시작했던 2000년대 중반에 만났던 청소년과 2010년대 들어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경험을 살펴보기 위해 만났던 어린이·청소년의 경험은 서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미디어를 선택하고 경험하는 데 있어 또래 문화가 중요하고, 온라인에서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받으며 ‘나’를 만들어가는 경험의 중요성은 2000년대 청소년도 2010년대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2000년대 청소년에게 인터넷 혹은 온라인 세상은 자신이 원할 때만 접속해도 되며 오프라인과 분리 가능한 곳이었다. 그리고 또래 세대만 있는 공간(예. 버디버디)은 성인 공간과 분리된 채 그들만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에게 온라인은 24시간 오프라인과 함께 가동되는 일상이자, 대개는 성인을 위해 만들어졌고 성인이 주도권을 쥔 공간이다.
지금 성인인 우리들이 성장했던 시절의 미디어 환경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을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세대’라 부르며 가르쳐주지 않아도 너무 능숙하게 디지털 미디어를 다루고 누비는 존재라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나 온 어린이·청소년은 온라인 세상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라인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현재의 어린이·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겪는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24시간 지속되는 온라인 괴롭힘, 온오프를 가로지르는 평판 관리의 어려움, 쏟아지는 정보와 게시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여야 하는 온라인 환경은 지금 어린이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다.
(16쪽)
어린이·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접하게 되는 위험을 이들의 부주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어린이·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알아서 잘 성장할 거라며 온라인 세상을 개인이 고군분투하여 헤쳐가야 하는 곳으로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경험과 인식을 드러내면서, 나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디어 환경’에 주목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어린이·청소년은 지금 어떤 미디어 환경에 놓여 있고, 그 환경에서 어떤 위기와 기회를 겪고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어른들이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성인으로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더 나아가 온라인 환경에 존재하는 미디어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는 어떤 정책으로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어른의 몫, 교육자의 역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차 조심하고, 길을 건널 땐 신호등을 보고 꼭 초록불에 건너야 해.” 그렇다면 아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처음 경험하게 될 때 어른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8쪽)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이 온라인 세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개인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온라인의 위험이나 기회에 노출되는 정도와 또 그것을 위험이나 기회로서 받아들이는 강도는 모두 다를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어린이·청소년을 만나 그들의 미디어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모든 어린이·청소년에게 자신의 온라인 생활을 살피고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확신한다. 그들의 성찰 역량(미디어 리터러시)을 어떻게 끌어내고 지원하느냐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동료 시민이자, 어른, 교육자인 우리의 몫이다. 나는 이 책이 디지털 사회에 함께 존재하는 어린이 청소년과 성인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는 시작점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온라인 세상이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가 온라인 세상에 접속할 때, 이 온라인 세상이 더 건강해지려면 더 안전해지려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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