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 AI 리터러시 교육은 미흡
해외 AI 교육 정책 동향과 시사점
written by. 황현정(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챗GPT가 쏘아올린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I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챗GPT는 기존의 AI와는 달리 ‘인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챗GPT를 향한 관심의 바탕에는 AI 기술의 효율성보다는 이 기술이 불러올지도 모를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AI와 관련해 우리의 교육 정책은 어디를 향해 가야 할까? 우리보다 앞서 AI 교육 정책을 수립한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며 해답을 얻어보자.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는 만큼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기술에 대해서 인지하고, 안전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5월 11일 구글은 생성형 AI 서비스인 ‘바드(Bard)’를 전면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2022년 말 오픈AI사의 챗GPT가 공개되며 전 세계에 AI 파동이 시작된 뒤 바드, 챗GPT 4 등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가 대화형 챗봇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으니 AI에 의한 파도는 계속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히 AI가 산업과 기술의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알파고와 이세국의 바둑 대국 당시에는 전 세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하며 기술 발전과 산업의 적용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면, 현재는 정책과 사회 부분에서 ‘수용자’의 능력에 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피드백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산출한다. 그리고 이용자가 프롬프트 창에 명확한 목적의 명령을 입력해야 적절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즉 이용자가 얼마나 명확하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상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근에는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학술적 논의 외에도 AI 기술을 이용하는 수용자가 ‘어떻게 AI를 잘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히 대두되고 있다.
미국, 가장 적극적으로 교육
교육에서 AI에 대한 개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다(Holmes et al., 2019). 첫 번째는 교육 환경에서 필요한 도구로서 AI 기술이나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으로 기술을 통해 교육을 혁신한다는 의미의 ‘에듀테크’ 관점에서 많이 논의된다. 구체적으로 교육용 챗봇,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 대화 기반 학습 시스템, 자동 작문 평가, AI 기반 언어 학습, 스마트로봇, 교육용 가상/증강현실 등 AI 기술을 학습 환경 및 학습·교수의 도구로 활용하거나, 모니터링과 평가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모두를 포괄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
그리고 두 번째는 교육 내용(콘텐츠)으로 AI를 다루는 ‘AI에 대한 학습(learning about AI)’이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AI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개발이나 활용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이다(Holmes et al., 2019). 최근 들어 AI 기술이 보편 기술로서 우리 삶에서 광범위하게 변화를 주도하게 되면서 AI 활용 역량을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것 못지 않게 기술 이용의 주체가 되는 수용자들이 그 시스템의 영향력과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윤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AI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대두됐다.
AI를 교육 내용으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목시킨 사례로 미국의 ‘K12학년을 위한 인공지능(AI4K12)’을 들 수 있다[그림1 참고]. 2019년 미국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은 인공지능연합회 인공지능연합회 1, 컴퓨터과학교사연합회 컴퓨터과학교사연합회 2와 공동으로 AI4K12 이니셔티브를 발족시킨 후 AI 기술을 교육과정에서 적절하게 학습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2020년에는 초중등을 대상으로 AI 교육의 핵심 가이드라인(5 Big Ideas), 즉 △인식(perception), △표현과 추론(representation& reasoning), △학습(Learning), △자연스러운 상호작용(Natural Interaction),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며 이에 따라 학년과 수준에 맞춰 교육 목표를 다르게 설정하고 필요한 교육 내용을 제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네스코에서는 K-12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했다(2021). 그리고 모든 사람이 AI에 대한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AI 리터러시’를 △AI 개발(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데이터 리터러시, 맥락적 문제 해결), △윤리와 사회적 영향력(AI의 윤리, AI의 사회적 영향력, 다른 ICT 영역에서의 AI의 응용), △AI의 이해와 사용·개발(AI 기기에 대한 이해와 사용,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사용, AI 기술 개발)이라는 세 가지 상위 범주에서 각각 세 개의 하위 영역으로 세부 역량을 구성했다.
미국은 앞선 사례처럼 STEM 교육과정 3 내에서 AI와 관련된 기초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STEM 교육 전략 계획’에서 모든 국민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질의 STEM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에는 ‘AI 미래에 대한 준비’에서 AI 기술이 지닌 명암을 학습시키고 AI 시대에 대처할 수 있도록 STEM 교육과 연구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뒤이어 2018년 ‘국민을 위한 AI’ 세부 정책에서 2016년과 마찬가지로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STEM 교육에서 고품질의 AI 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을 포함했다. 2019년에는 ‘AI 경쟁력 유지를 위한 행정 명령’을 통해 초중고에 AI 교육 제공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미국은 이처럼 AI 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해 기초교육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주정부 차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적 특수성 때문에 실제로는 권고안이나 계획을 제안하는 수준에 그친다.
미국 AI 교육에서 강조되는 또 다른 측면은 미래의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R&D와 관련 산업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이다. 이를 위해서 AI 이니셔티브에서는 AI 대학원과 박사후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서 미국국립과학재단을 포함한 연방 R&D 기관을 통해 다양한 펠로우십과 장학금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AI 교육과 AI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 STEM 교육과정에 프로그램이나 교육 내용을 포함시키고, 전문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민관 협력으로 AI 대중화, 영국-AI 대학 교육과정 개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손민정 외, 2020). 중국 국무원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2017.7.8.)’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을 인터넷 기반 기술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규정한 뒤 해당 발전 규획에 이와 관련한 중점 임무로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고급 인재 양성을 명시했다. 후속 조치로 발행된 교육부의 ‘고등교육 인공지능 혁신 행동 계획(2018.4.2.)’에 따르면 AI와 관련된 기업이나 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AI를 보급하고, 기초교육과 공공교육에 연계될 것을 독려하고 있다(손민정 외, 2020). 중국의 AI 교육 정책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ICT 인프라 구축, AI 전문 인재 배양, AI 교육의 대중화 확산으로 정리할 수 있다. AI의 공교육 적용은 초중등 교육과정에 AI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거나 관련 교과서를 집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AI 교육을 위한 교과서, 커리큘럼의 경우 AI 관련 기업, 지역 사회, 교육 당국이 협력하여 설계하고, 관련 학교에 필요한 도구와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Liu,2022). 정리하자면, 중국 AI 교육의 특징은 국가 위주의 AI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 및 대학의 협력을 얻어 AI 관련 교과서, 인공지능 체험 및 기초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2014년에 ‘컴퓨팅’을 초중등 교육과정에 필수 교과로 도입했다. 이후 AI특별위원회(2018.04.)가 ‘영국의 AI: 준비, 의지, 가능성(AI in UK : ready, willing and able)’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 국가 AI 전략인 ‘AI 섹터 딜(AI Sector Deal)’을 발표해 AI 인력 양성을 위해 AI 교사와 컴퓨팅 교육과정을 개발하도록 권장했다(한국과학창의재단, 2022). 그리고 차세대 AI 인재를 양성한다는 비전 아래 박사 학위자 배출, AI 관련 펠로우십 구축, AI 관련 대학 교육과정 개설 및 장학금 지원 등의 목표를 국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AI와 관련된 해외의 교육 동향은 주로 AI 인재 양성이라는 방향에서 진행돼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떠할까? AI 기술의 성장이 예측되고 모든 삶에 AI 기술이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우리 정부도 다양한 AI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2019년 ‘인공지능 국가 전략’에서 AI 인재 양성을 위한 다섯 가지 추진 전략을 발표했는데 전문 역량을 함양시키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2020년에는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컴퓨팅 사고력(SW 역량)을 강조하며 이를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 방안을 마련한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데이터 리터러시, 소프트웨어 사고 역량 등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역량 함양에 치중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부에서는 2020년 업무 계획에 AI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고 2021년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도 한다.
전 국민 대상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활용 교육’ 필요
국내외 AI 교육 사례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AI 교육이 전문 인력 양성에 치중되어 있으며 교육 내용 역시 알고리즘 모델 개발, 수학적 개념 이해, 프로그래밍 같은 기술적이고 지식적 역량 향상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AI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는 만큼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기술에 대해서 인지하고, 안전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미국의 한 조사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AI 기술과 관련해 20개 질문을 제시하고 참과 거짓을 판별하도록 한 결과, 60점 이상 응답자가 16%에 불과했고 응답자 대부분이 AI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Echelon Insight, 2021).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4차산업혁명위원회(2021)의 조사에 따르면 AI 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높은 수강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AI를 이용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AI 기술 변화와 관련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용자들이 AI에 대한 주체적인 이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사실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일은 단순히 AI 기술과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AI 기술에 대해서 이해할 뿐 아니라,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인지하며, 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네스코(2021)의 언급처럼 AI 리터러시는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생활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문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AI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치우치지 않고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AI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이고 교육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AI 기술 역량을 함양시키면서 공통된 정책적 개념과 목표를 설정하여 일관된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AI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같이 AI 교육을 전 국민 교육으로 보편화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함양시켜야 할지 세분화해야 한다. 수학적 개념 이해와 기술적 이용 능력 외에도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역량도 적극적으로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AI 리터러시 역량이 세분화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리터러시 역량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측정 지표를 마련하고, 역량 수준이나 인구사회학적 변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집단을 세분화한 뒤 집단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참고문헌
Holmes, W., Bialik, M., & Fadel, C. (2019).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omises and implications for teaching and learning. Boston, MA: The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Liu X(2022). Nurturing the Next-Generation AI Workforce: A Snapshot of AI Education in China’s Public Education System
손민정, 김진숙, 전성균, 박지현, 김정수, 허윤정, 김익수(2020). 《중국의 인공지능(AI) 교육 동향 탐색》.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중국종합연구 협동연구총서 20-91-03.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과학창의재단(2022). 《초중등 인공지능(AI) 교육 학교 적용 방안 연구 보고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20). 《학교 교육에서 인공지능(AI)의 개념 및 활용》. KICE POSITION 12권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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