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금 나와라, 뚝딱? 준비 시간 줄었지만…아직은 ‘글쎄’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3. 6. 20. 13:12

챗GPT를 활용한 미디어교육 수업 준비

written by. 김광희 (경기 진말초 교사)

 

지난 2월 13일 교육부는 챗GPT와 관련해 전 직원 대상 공개 포럼을 개최했다.
챗GPT 시연을 지켜본 교육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앞으로 교육부 직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걱정 섞인 우스갯말도 나왔다고 한다.
챗GPT가 교육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라는 전망이 있다.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수업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학교 수업 준비를 위해 챗GPT를 활용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챗GPT의 대화형 알고리즘으로 인해 수업 자원 탐색 과정이 상당 부분 줄었을 뿐 아니라 챗GPT가 제안하는 활동 중 유의미한 활동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줄어든 시간이 교육을 바꿀 만큼 획기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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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각종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지목하는 학교 만능론적 관점은 학교 교육을 항상 무언가 부족한 결핍의 대상 혹은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기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학교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은 크게 두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추동한다. 하나는 학습자에게 새롭게 가르쳐야 할 교육 대상으로서의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수업이나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교사가 익혀야 할 대상으로서의 기술이다. 작년에는 메타버스가, 이전에는 스마트교육이란 이름의 디지털 기기들이, 그 이전에는 ICT(정보기술) 교육이 떠오르면서 컴퓨터가 교육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기술이 전통적 교육의 허점을 메우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술결정론적 낭만주의 입장과, 기술 적용이 교육 본연의 가치 실현보다는 단순히 교육에 피상적으로 적용됨으로써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친다고 보는 회의주의 입장이 엇갈린다.

Shutterstock

챗GPT에 수업 지도안 맡겨보기

  이러한 시선은 챗GPT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AI 기술이 교사를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특정 영역에서 교육을 향상시킬(Selwyn, 2019)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챗GPT를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보기보다 하나의 유용한 도구로서 어떤 측면에서 교육적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챗GPT의 활용 방안[각주:1]을 바탕으로 실제 미디어 수업을 준비해보면서 챗GPT가 미디어 수업 준비 측면에서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또 한계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수업 준비는 수업 지도안 작성을 통해 학습 목표나 교사와 학생의 예상 발화 등을 구체적으로 상정하는 수준부터 교수자의 내면에서 수업을 시뮬레이션하는 추상적인 준비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두 과정 모두 학습자를 중심으로 수업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며 주어진 수업 자원(교재, PPT, 활동지, 구체물 등)을 평가하고 부족한 자원을 탐색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수업 자원 탐색은 주제에 관한 내용적 정보 탐색, 수업을 구체화하는 활동이나 발문과 같은 교수학적 정보 탐색, 수업 교재 탐색 등으로 구성된다. 탐색 과정은 수업 준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단계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며 적절한 검색어를 입력한 뒤 검색 결과를 확인하고 적절한 결과를 클릭하여 자료에 접근한다. 접근한 자료에서 필요한 내용을 선택하고 학습 목표와 학습자 수준 그리고 자신의 교수학적 역량에 비추어 사용 유무를 평가한다. 하지만 한 번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여타의 검색어로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검색 결과 얻은 일련의 수업 자료는 대부분 학습자 수준이나 학습 목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번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챗GPT를 통해 ‘검색 결과 평가’ 및 ‘자료 접근’ 과정을 상당 부분 생략할 수 있었다. 또 ‘수업 재구성(번안)’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표1 참고].

[표1] 인터넷 활용 수업 준비와 챗GPT를 활용한 수업 준비 단계 비교

∙ 인터넷 활용(기존): 검색어 입력→검색 결과 평가→자료 접근→자료 읽기→자료 평가→번안(재구성)
∙ 챗GPT 활용: 프롬프트 입력 → → → → → → → → → → →자료 읽기→자료 평가→번안(재구성)

챗GPT를 활용한 수업 준비 단계

  챗GPT가 한국어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문장이 복잡하거나 복문으로 명령을 내릴 경우 특정 부분의 정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따라서 프롬프트(명령어)는 최대한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한 대화에서 이루어진 정보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수업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수업에 대한 일련의 정보를 제공하며 점차적으로 수업을 구체화하는 방식의 대화가 효과적이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다.

a. 역할 및 맥락 부여하기

  챗GPT에게 역할과 수업의 맥락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챗GPT는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를 형성하기 때문에 구체적 답변을 얻기 위해서 챗GPT에게 동료 교사, 멘토 등과 같은 역할을 설정하고 역할에 따른 과업을 제시했다. 그리고 학습자나 학습에 대한 주제를 제시함으로써 수업 맥락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프롬프트] 나는 초등 교사이고 너는 동료 교사야(역할 부여). 수업 지도안 작성을 도와줘(과업 제시). 초등학생 3학년에게 미디어 수업으로 유튜브를 다루려고 해(학습자 및 주제 제시).

b. 맥락 구체화하기

  여기서 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맥락에 대한 정보를 추가했다. 학습자에 대한 정보와 미디어교육 후에 변화하는 학습자의 상태를 제시하며 맥락을 구체화했다. 끝으로 과업을 지시할 때도 수업 지도안보다는 교육과정을 먼저 구성하도록 명령했다. 챗GPT는 하나의 과제를 깊이 있게 안내하기보다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시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됐다. 때문에 한 주제에 대한 여러 차시의 수업을 제안받은 뒤 여기서 필요한 수업 아이디어만을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프롬프트] 어린이들은 미디어에 대한 수업 경험이 없는 편이야. 학생들은 유튜브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자주 봐(학습자 정보). 학생이 유튜브 영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유튜브를 이용할 때 존재하는 위험도 파악했으면 좋겠어(학습 목표 제시). 이에 관한 10차시 교육과정을 만들어줘(최종 과업 제시).

 

c. 결과 피드백 및 활동 구체화하기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얻은 답변은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있었다. 이 괴리는 후속 명령을 통한 피드백으로 좁힐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결과가 학습자 수준에 비해 너무 어렵거나, 내용이 너무 길거나 짧을 때 여기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예: ‘너무 어려워. 초등 3학년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줘.’ 또는 ‘너무 길어. 더 간단하게 보여줘.’). 또한 구체적이지 않은 활동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추가 질문을 통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수업 대본, 학습지, 특정 활동 형태를 요구했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됐을 때는 이를 초안 삼아 수업을 구체화했다[표2].

[프롬프트]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줘. / O차시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의 대본을 써줘. / 게임 활동으로 구성해줘./ 학습지를 만들어줘.

 

[표2] 챗GPT를 활용해 완성된 수업 지도안

1차
작성
·1차시: 유튜브 소개
·4차시: 올바른 유튜브 사용법
·7차시: 온라인 예절과 네티켓
·10차시: 유튜브 채널 만들기
·2차시: 유튜브에서 배우기
·5차시: 비판적 시청 스킬
·8차시: 유익한 콘텐츠 탐색

·3차시: 창작과 공유
·6차시: 창의적 콘텐츠 제작
·9차시: 친구와 함께 콘텐츠 만들기





2차
작성
<수업 목표 구체화>
•유튜브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을 향상한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주제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유튜버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수업 활동 구체화>
[도입]
•유튜브 사전 경험 말하기
-좋아하는 유튜버 말하기
-재미있게 본 영상 말하기
-유튜브 시청의 장단점 말하기
[전개]
•함께 분석하기(전체 활동)
-영상 파악하기
-영상에 대한 나의 느낌 나누기
-영상의 주제 찾기
: 제목, 설명, 태그 확인하기
: 영상의 첫, 중간, 끝 확인하기
-영상에서 관심을 끄는 방법 찾기
•함께 분석하기(모둠활동)
[정리]
•유튜버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 나누기

•자신이 즐겨 시청하는 영상 중 1학년에게 추천할 만한 영상 소개하기

​d. 관련 자료 탐색

  일련의 작업이 끝난 뒤에는 수업에서 최종적으로 실천할 활동을 선택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탐색하거나 제작했다. 예를 들어 [전개] 활동에서 유명한 유튜버에 대한 PPT 자료 또는 함께 분석할 만한 영상을 찾아 유튜버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학습자가 사용할 학습지도 제작했다.

챗GPT가 마법의 거울이 아닌 이유

  챗GPT를 활용해 본 결과 수업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챗GPT의 대화형 알고리즘으로 인해 수업 자원 탐색 과정이 상당 부분 줄었을 뿐 아니라 챗GPT가 제안하는 활동 중 유의미한 활동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줄어든 시간이 교육을 바꿀 만큼 획기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선은 챗GPT의 답변, 특히 구체적 사실에 대한 팩트체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챗GPT는 게임 유튜버 ‘옥냥이’를 반려묘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라고 답했다. 이는 챗GPT의 핵심 알고리즘인 변환기(Transformer)의 특성상 ‘~냥이’라는 이름에서 고양이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일 확률이 더 높게 계산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구체적 수업 자료 준비에 여전히 시간이 필요했다. 앞의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분석할 영상은 결국 교수자가 찾아야 했다. 적당한 길이와 수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학습자가 흥미로워할 만한 영상은 챗GPT에서 얻을 수 없었다.

끝으로 산출된 수업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이다. 챗GPT를 활용한다 해도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챗GPT의 답변 자체가 나의 질문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사고를 구체화하는 정도의 결과물을 얻을 뿐이다. 즉 나의 사고를 비추는 거울로서 작용할 뿐이지, 나의 사고에도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마법 거울은 아닌 셈이었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한다면, 미디어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는 교수자의 경우 자신의 수준에 맞는 미디어 수업을 구성할 때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유경험자의 경우에는 새로운 주제로 미디어 수업을 설계하거나 심화 과정으로의 수업 구성 등 도전적 활동을 위한 효과적인 디딤돌로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Selwyn, N. (2019). Should Robots Replace Teachers? Polity. / 정바울, 박다빈, 박민혜, 정소영 역. 《로봇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 에듀니티.

openai에서 제안한 교육적 활용 방안: https://platform.openai.com/docs/chatgpt-education (2023.5.20.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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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발사에서는 챗GPT의 교육적 활용의 특성으로 개인화 교육을 꼽는다. 구체적 활용 방안으로는 ‘수업계획 및 활동을 위한 초안 작성 및 아이디어 제공’, ‘퀴즈 만들기’, ‘학생이 쓴 글의 구조나 문법에 대한 피드백’, ‘쓰기와 코딩에서의 역량 향상에 도움’, ‘AI가 생성한 글쓰기에 대한 비평’을 제안하고 있다(출처: https://platform.openai.com/docs/chatgpt-education).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