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수동적 감상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3. 6. 29. 14:30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함양을 위한 메타버스 미술 수업

written by. 이재예 (서울대 사범대학 협동과정 미술교육 전공 강사)

이정은 (중앙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 강사)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이 생활 그 자체인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에게는 어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얻고자 미술(교육)을 전공한 연구자 두 명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시각 예술 수업을 시도했다.
수업 진행 과정과 내용을 소개한다.


체험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수동적 디지털 감상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 참여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예술적 소통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이슈 해결 역량, 공동체 역량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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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교육 실천가, 대학교,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등으로 구성된 P21(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에서는 정보와 미디어를 다루는 기술을 21세기 필수 역량 중 하나로 보았다(Battelle for Kids, 2009). 우리나라 교육부도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교육부, 2021)에서 개정 교육과정의 첫 번째 중점 사항으로 ‘학습자 디지털 기초 소양 강화’를 제시했다. 이처럼 국내외 교육 기관들은 학습자가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이해하며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21세기에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학령기에 있는 학습자들, 소위 Z세대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어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할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일명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은 가정 및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특징(김유리, 이건, 2022)이 있다. 이런 Z세대에게 적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서울의 한 지역 청소년문화의집과 교사 2인이 협력하여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시각 예술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소개

  이 수업에는 4명의 초등학생(5학년 1명, 6학년 3명)이 참여했고, 수업은 1차시당 100분씩 총 6차시로 1차시는 대면, 2~6차시는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수업별 주제와 목표, 각 차시별 관련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은 [표1]과 같다.

 

[표1] 디지털 리터러시 핵심 역량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구성안

 
회차
대주제
수업 방식
학습 주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1
나만의 감수성 찾기
대면
ART M.B.T.I. 해본 적 있어?
디지털 정서 지능
2
예술로
마음 나누기
비대면
(줌, 젭)
낙서를 모아 그림으로 만들어 보아요.
디지털 보안
디지털 활용
창의와 혁신
3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디지털 보안
디지털 활용
창의와 혁신
4
우리는 세계 시민 예술가
디자인 사고부터 실천까지
디지털 참여
디지털 활용
디지털 정서 지능
5
우리의 소리를 외치다
디지털 참여
디지털 활용
디지털 정서 지능
6
메타버스 전시회
메타버스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디지털 참여
디지털 정서 지능

 

1차시: 나만의 감수성 찾기

  1차시는 교사와 학생 간 친밀감 형성을 위해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다. 수업 주제는 ‘나만의 감수성 찾기’로 디지털 예술 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성향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학습자들이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원리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시각 자료에 대한 주체적인 미디어 비판 역량을 알아보기 위한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활동은 ‘AI와 사람이 그린 그림 비교’로, 어떤 작품이 AI가 그린 것인지 맞추는 시간이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AI가 그린 그림을 고를 때 “AI가 그림을 그리면 더 화려하게 그려요”, “컴퓨터가 사람보다 자세하게 그릴 것 같아요” 등을 근거로 들어, 학생들이 AI의 이미지 제작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ART M.B.T.I.’ 활동이다. 먼저 웹사이트[각주:1]에서 간단한 설문을 통해 답변자의 성향에 맞는 명화를 추천받았다. 추천받은 명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부 학생은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설문에 대한 특정 답변 때문이라고 말하며, 데이터 로직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구글 아트 앤 컬쳐’[각주:2]을 활용한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제작한 이미지를 젭에 업로드하는 방법과 이 과정에서 이미지 저작권 개념 및 저작권 표시 기법을 배우고 이를 직접 제작한 이미지에 표기해 보았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음식, 시간, 향기, 색 등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저작권 무료 이미지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수집한 이미지를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창의적이며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배치했다. 이미지 편집을 위해 학생들이 평소 사용해본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를 이용했다. 이때 몇몇 학생은 디지털 이미지 편집 경험이 없어 추가 지도와 추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젭을 이용한 이미지 제작 수업. <사진: 필자 제공>
학생의 콜라주 작품. <사진: 필자 제공>

 

  3차시에서는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이 꿈꾸는 삶, 원하는 것 등을 이미지로 제작했다. 별도의 프로그램 구매 없이 웹페이지에서 편집 작업이 가능한 미리캔버스[각주:3]를 이용해 해당 사이트에서 직접 이미지를 검색하고 제작해 보도록 했다. 참가 학생 모두 미리캔버스를 알고 있었지만 이미지를 제작해 본 적은 없었다. 이미지를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개인별로 진도 차이가 있어 수업 후 개별 지도가 필요했다. 특히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아 이미지가 삭제되거나 원하는 이미지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학생들은 연구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어려워했다. 이럴 땐 세심한 안내와 개별 질의응답을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충분한 제작 시간을 주어야 했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 툴의 사용 방법과 이미지 검색 방법 등을 안내하여 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도록 신경을 썼다. 또한 달리,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3차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만든 이미지. <사진: 필자 제공>

 

4~5차시: 우리는 세계 시민 예술가

  4차시는 디자인 사고 기반의 ‘디자인 액티비즘(Design Activism)’ 수업이다. 학생들이 모두 같은 지역에 산다는 특성을 반영해 ‘우리 마을에 변화가 필요한 공간’을 함께 토론하고 환경 개선을 위한 홍보용 카드 뉴스를 제작하기로 했다. 4~5차시는 프로젝트 학습으로 4차시에서는 토론을 통해 이미지를 구성하고 5차시는 카드 뉴스 제작으로 기획했다.

  학생들은 각자 변화가 필요한 장소를 생각한 후 해당 지역을 거리뷰로 검색하고 화면을 공유하며 경험담을 활발하게 이야기했다. 이어서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팀별 카드 뉴스를 제작했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중 많은 선행 연구에서 강조하는 온라인 협업 역량을 위한 활동이다. 혼자 하는 활동이 아닌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이미지를 제작하여 창의‧융합 역량으로 연결되도록 수업을 구성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제작한 카드 뉴스를 웹페이지에 올려 주체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거리뷰로 검색해 작성한 활동지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사진: 필자 제공>
메타버스 젭을 활용한 4차시 수업 장면. <사진: 필자 제공>

 

  5차시에는 지난 4차시 수업에서 학생들이 발견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 뉴스를 실제로 제작해 보았다. 학생들은 직접 찍어온 사진에 대한 설명을 문장으로 작성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제작한 카드 뉴스는 지역청소년센터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 학습자는 자신이 제작한 이미지가 공유되는 경험을 해보고, 동시에 지역 사회의 많은 사람이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카드 뉴스. <사진: 필자 제공>
지역 청소년문화의집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학생 제작 카드 뉴스. <사진: 필자 제공>

6차시: 메타버스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마지막 수업은 학생들의 모든 작품을 온라인에 전시하는 메타버스 전시회로 기획했다. 메타버스에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먼저 젭에 개설된 다른 미술관과 박물관을 견학했다. 또한 다양한 온라인 미술관을 방문해 디지털 미술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감상해 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메타버스에서 공간을 만드는 맵핑 방법을 배운 뒤 젭에서 직접 미술관을 꾸며보고 자신들이 제작한 그림도 업로드 하는 등 온라인 전시회를 기획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전시회 포스터도 직접 만들었는데 전시회 접속 링크를 QR코드로 제작해 가족과 친구들을 쉽게 초대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버스 전시회 포스터. 역시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사진: 필자 제공>
학생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미술관 제작 기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필자 제공>

 

체험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점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이미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기존에 받았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비교했을 때 이번 프로그램은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와 같은 체험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수동적 디지털 감상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 참여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수동적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수업을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예술적 소통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이슈 해결 역량, 공동체 역량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영상 매체와 SNS에 자신들의 영상 작업이나 그림을 업로드하겠다고 말하며 예술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지만 학생별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 시작 전 학생 개개인의 디지털 툴 활용 역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개별 지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 밖 프로그램의 경우 장기간 진행될 경우 참여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1차적으로 1~2회의 단기성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한 뒤 심화 수업을 통해 수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참고문헌
Battelle for Kids.(2009). Framework for 21st century learning - P21. Retrieved from http://www.p21.org/our-work/p21framework 교육부(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교육부. 김유리, 이건(2022). “Z세대 서울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학교 환경과의 관계”. <서울교육 이슈페이퍼>, 2022년 제3호(통권 38호),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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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s://www.metaart.ai/ [본문으로]
  2. https://artsandculture.google.com/?hl=ko[/foonote]에 접속해 AI의 추천이 아닌 본인 마음에 드는 명화를 모으고 그림의 특성을 파악해 보는 주체적 감상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을 통해 온라인 추천 서비스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배우고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웹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해 보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보고 무엇보다 시각 문화 향유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2~3차시: 예술로 마음 나누기

      2차시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젭(ZEP)[footnote]https://zep.us/ [본문으로]

  3. https://www.miricanvas.co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