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시민 기획위원] 대학 공동체를 취재하는 ‘대학언론’
「세상에 격려와 기쁨을 주는 따뜻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written by. 한지유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시민 기획위원)
이번 ≪미디어리터러시≫ 2023년 봄호(통권 제24호) 「기획연재」 <미디어 바로알기>에는 세상에 격려와 기쁨을 주는 따뜻한 네트워크인 ‘공동체 미디어’를 소개하는 글이 실렸다. 이번 <밑줄 긋는 시민 기획위원>에서는 세상에 격려와 기쁨을 주는 ‘공동체 미디어’ 중에서 대학 공동체를 다루는 대학언론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공동체는 근린(neighborhood) 개념이 중요한데, 즉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학자인 Hillery는 그의 저서인 『공동체의 정의: 합의의 영역』에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각각 공동의 유대(common ties), 지리적 영역(a geographic area),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이라는 요인이 있어야 한다고 저술했다(이정민, 이만형, 2017 재인용). 다시 말해 공동체는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갖고, 지정된 지역에서 구성원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미디어는 공동체 내부의 유대감과 상호작용을 원활히 하는 매개체적 성격을 가지며, 동시에 그 자체로 지속적인 변화를 창출하는 공동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공동체 미디어를 두고 미국 공동체운동인 ‘커뮤니티 임팩트(Community Impact)’가 “지역사회 자원을 동원해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변화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정의한 것에서 비롯된다(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5).
공동체 미디어에는 지역 라디오와 같은 자생적인 미디어 활동들이 손꼽히지만, 폭넓게 정의하면 대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대학언론’도 포함된다. 대학언론은 ‘지역에 기반을 둔 공동체의 미디어(media of community)’ 관점에서 공동체 미디어라고 바라볼 수 있다. 대학언론은 더 좁게 ‘대학’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공동체 정체성과 지역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더욱이, 공동체의 공동체성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언론은 대학이 위치한 그 ‘지역’에 기반하면서도 동시에, 대학이라는 공동체가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 특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미디어다.
대학언론은 학생들이 스스로 취재와 제작과정을 도맡아 기사와 방송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다. 세부적으로는 학교 교비로 운영되는 신문사, 방송국, 영자신문사 그리고,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교지와 그 외 언론 동아리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언론연구원(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전신)이 조사한 1995년 당시에는 전국 162개 대학(교육대, 특수대, 산업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 이상) 중에 신문사나 방송국을 부속기관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곳이 152개 대학 291개(신문 147개, 방송 144개)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이 신문사와 방송국을 거의 동시에 운영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대학 수와 함께 뉴미디어의 등장과 대학언론의 사양화로 인해 현재는 그 수가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신문사는 8면 내지는 12면의 종이신문을 주간, 격주간, 월간 등 학교 사정에 맞춰 발행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언론보다도 저널리즘에 기반한 취재와 보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학방송국은 대학 내 영상방송과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며, 세부적으로 영상 콘텐츠(뉴스, 예능 등)나 음악방송 등을 주로 제작한다. 최근에는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교내에서의 라디오 송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영자신문사는 주로 계간지 책자 형태로 발행되며, 일반적으로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시기에 대학신문사로부터 분리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세 가지의 대학언론은 일반적으로 교비로 운영되나, 교지의 경우에는 자생적인 학생활동으로 운영돼 동아리 형태로 계간지 책자를 발행한다.
대학신문의 특징
본고는 대학언론 중에서도 주기적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동시에 학내 저널리즘 발현을 큰 목적으로 삼기에 그 특징을 묶을 수 있는 대학신문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신문은 크게 비판성, 학생성, 공동체성, 지역성의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보도와 함께 그 특징을 살펴본다. 이 4가지 특징은 각각 사안별로 단일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복합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먼저, 대학신문은 비판성을 갖는다. 학교본부의 행정처리나 학생사회에서 불거지는 문제의식을 발빠르게 잡아내고 이를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보도가 서강학보(서강대)의 「경인지역 대학생, 기숙사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 있었다」이다. 해당 보도는 경인지역에 거주하는 서강대 학생이 구체적으로 어디 사느냐에 따라 통학시간이 서로 달라짐에도, 기숙사 입사에 경인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 모두에게 동일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학생들의 어려움을 잘 나타냈고, 자신들의 학교와는 대조되는 모범사례를 찾아 보도해 기성언론에서 시상하는 대학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 보도는 비판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학생성이라는 대학신문의 특징이 잘 드러난 사례다.
두 번째로, 학생성을 갖는다. 학생기자가 취재해 보도하는 특성은 그 보도의 시각을 ‘학생’에서 시작할 수 있게끔 한다. 기성언론에서 주목하지 못하는 학생의 입장을 대변해 그들의 불편하고 어려운 점을 보도한다. 이를 잘 드러낸 보도가 바로 중대신문(중앙대)의 「“점심 사 먹는게 부담될 줄 몰랐어요”」이다. 이 보도는 경제 불황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학생과 청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됨과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미약성을 다뤘다.
세 번째로, 공동체성을 갖는다. 공동체성은 대학 구성원이 대학을 기점으로 하나의 공동체로 묶일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나는 보도가 건대신문(건국대)의 「66시간 50분 후에도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이다. 이 보도는 특이하게 1면 전면을 활용하면서 별도의 기사 형식이 아닌, 1986년 10월 28일 일어난 건대항쟁 1,260여 명의 구속자 명단을 게재했다. 학내 학생운동을 색다른 방식으로 지면을 편집해 다시금 보도함으로써 학내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 번째로, 지역성을 갖는다. 대학은 하나의 지역에 고정된 캠퍼스 부지를 가짐에 따라, 그 지역에서 발행되는 대학신문은 곧 지역지의 역할도 수행한다. 건대신문과 세종대신문(세종대)은 대학이 동일한 광진구에 위치해 <광진구 Spectators>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취임 200일 코앞, 김경호 광진구청장을 만나다」 보도를 들 수 있다. 두 신문사가 함께 운영하는 광진구 코너에 광진구청장을 인터뷰함으로써 지역의 현안을 대학신문에서도 읽고, 논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도는 동시에 지역 현안에서 배제되는 청년의 목소리를 함께 담고 있어 일부 학생성의 특징도 나타난다.
위와 같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대학언론은 상황적, 제도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상황적 측면에서 최근 학생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은 ‘신문’이 더는 매력적인 미디어가 아니고, 대학 공동체에 관한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학생기자로 구성된 조직 특성상 뉴미디어로의 적극적인 혁신이 어려우며, 대학본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에 의한 일방적인 편집권 침해도 문제시된다.
공동체 미디어에 충실하기 위해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
그렇다면 과연 대학언론이 어떻게 하면 더 공동체 미디어 역할에 충실해질 수 있을지 대학언론의 현실과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두 명의 대학언론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각 신동길 단대신문 편집장(이하 신)과 임나린 건대신문 편집국장(이하 임)이다. 각각 단대신문은 단국대학교, 건대신문은 건국대학교의 신문사이다.
Q. 소속돼있는 신문사의 학내·외 위상은 어떠한가?
임: 교내에서는 유일한 학내 신문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학교를 벗어나서는 건국대 신문사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광진구 내에서는 지역지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어 실제 지역사회 이슈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건대신문을 읽었다고 먼저 알려주는 지역 행정가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Q. 대학언론이 처한 위기는 무엇이며, 경험한 사례가 있나?
신: 단대신문은 대학본부 – 대외부총장 – 미디어콘텐츠홍보처 – 미디어콘텐츠홍보팀에 속해있다. 발행 경비나 활동 경비 모두 대학에서 지급하기에 학교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작년 1학기에는 학교 홍보팀에서 1면 사진 보도를 다른 걸로 실으라고 해서 바꿨던 적이 있었다. 구조적으로 독립되어있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경제적 종속이 대학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홍보지와 비슷해져 가는 대학언론에 학우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고 생각한다.
Q. 소속돼있는 신문사는 신문 발행을 통해 대학의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나?
신: 대학신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이러한 대학 내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생에게 가장 근접하고 중요한 공동체는 본인이 소속된 대학이다. 그런 대학 내의 소식을 전달하고, 이슈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대학신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보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고 할지라도, 결국 이를 소비하는 독자가 주목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이라는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임: 현재 대학사회는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는 학문 공동체적인 성격보다는 ‘취업을 위한 관문’ 내지는 ‘취업사관학교’처럼 바뀌고 있는 대학의 구조와 학생들의 수요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화되고 있기에 사회 전체적인 부분에서 공동체성이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공동체성의 약화를 해소하는 것은 대학언론과 건대신문사의 목표이기도 하다.
Q. 소속돼있는 신문사는 대학에서의 공동체 미디어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신: 단대신문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하지는 못하겠지만 대학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하나의 목표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12면 중 3면을 새로운 교내 보도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학기부터는 교내의 구조적 문제 등을 심층적으로 파헤쳐보는 교내기획 코너를 만들었다. 이에 더해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살진 않더라도 대부분의 구성원이 학교 근처에서 하루 일과를 보낸다는 점 또한 교내 구성원들의 공통점 중 하나라 생각했고, 용인시와 천안시의 소식을 전달하면서 지역적인 측면에서도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임: 건대신문만이 쓸 수 있는 기사가 무엇인지, 건대신문이 제일 잘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한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유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가 없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고, 세종대신문사와 연합해 광진구의 지역 사안을 보도하는 광진구 Spectators 코너를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언론의 장점이자 존재 이유 중 하나는 흩어져 있는 학우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힘, 다른 사람이라 인식했던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구성원, 특히 대학생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사는 대학언론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우들의 OOTD 기사 등을 통해서 이를 실현하고 있다.
Q. 문제를 제기해 여론을 형성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담론을 형성하고 조직화해서 대안적 실천을 펼쳐나가는 공동체 미디어의 사회운동적 역할을 대학언론이 맡을 수 있다고 보나?
신: 이러한 주장에 동의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대학언론이, 이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조직화해서 대안적 실천을 펼쳐가는 역할을 학생자치기구가 해왔다. 그러나 요즘 학생자치기구가 형성되는 경우가 적고, 일부 있다 하더라도 제가 언급했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 환경에서 대학언론이 운동적 성격도 지녀야 하겠지만, 지금 현재 수행하는 업무만으로도 여의치가 않아 현실적으로 이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 동의하는 동시에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담론을 형성하고 조직화한 뒤 대안적 실천을 펼쳐나갔을 때, 대학 구성원들이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론을 형성 및 조직화해 대안적 실천을 펼쳐나가는데 대학언론이 기여할 수 있다면 대학언론도 현재보다는 더 대학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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