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를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 점자의 세계
written by.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편집부
혹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다가
음료수의 병뚜껑과 컵라면 패키지,
두통약 포장지의 오돌토돌한 점을 보신 적이 있나요?
여러 가지 형태로 인쇄된 이 특이한 점들은
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입니다.
색깔은 없지만 도톰하게 만들어져 손으로 더듬으면
그 형태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졌지요.
주로 엘리베이터의 버튼이나 화장실, 지하철의 역명 표시판 등에서
흔히 발견되던 점자는 최근 식음료 제품이나,
의약품, 화장품의 패키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는 11월 4일은 제97돌 한글 점자의 날입니다.
한글 점자의 날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6점식 한글 점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을 기념해 제정된 날입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맹인들에게도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항상 배움을 강조했고 이어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따라
훈맹정음을 만드는 데에 이르렀는데요.
일전 한국에서 사용되던 4점 점자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점자의 한 종류를 변형해 만든 것이었기에
한글의 여러 가지 소리를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4점 점자는 한글의 받침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거나 그 뜻이 잘못 전달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세로 3개, 가로 2개로 구성된 6점 점자가 만들어지면서
오독의 우려가 훨씬 줄어들었고 시각장애인들도 책과 신문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도서관 및 여러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각종 정보와 콘텐츠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PC 사용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면읽기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보이스오버(화면을 말로 읽어주는 기능), OCR(광학 문자 인식기능)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성이 향상된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점자에 대한 지식이나 공간적 제약 없이도 시각장애인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힘든 고령층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전히 점자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점자 콘텐츠의 보급률도 중요하지만,
점자 습득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교육자료의 양과 질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시각장애인의 92%는 후천적 요인으로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아,
시력을 상실한 이후 점자를 습득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인데요.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점자 교육 교재의 수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의 수도 더 많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점자의 보편적 보급은 물론,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디지털 역량 교육을 통해
정보 소외계층도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
정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소비할 수 있는 능력,
또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구성원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오늘 근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점자가 있는 제품을 한 번 만져보고,
직접 점자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1.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3] 장애인 디지털 격차 현실 및 격차 해소를 위한 제언”, 월간 <복지동향> 296호, (2023년 6월),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2. 한화저널, “알아두면 재미있는 TMI 점자 편”, 2020.11.10.,https://www.hanwha.co.kr/media/discover/view.do?seq=3725, 접속일자 : 2023.10.27.
3. 김혜일, “[김혜일의 접근성 브런치]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2020.11.11., https://theindigo.co.kr/archives/11540, 접속일자 :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