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기본권 보호 위한 새로운 시도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written by. 오연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책임연구원)
유럽연합에서는 내년부터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허위정보와 알고리즘 조작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유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검열하도록 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시행될 예정이다.
디지털서비스법의 주요 내용 및 함의를 살펴본다.
미디어 역량 또는 디지털 역량 등의 개인 역량 강화 담론과 교육은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위험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디지털서비스법은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으로 분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갖는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는 개인 정보 주체의 요청이 있을 시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해당 개인의 정보에 대한 링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쇼샤나 주보프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저작인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잊힐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이 결정을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싸움에서의 승리”라고 명명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은 30년 가까이 플랫폼 기업에 주어졌던 면책 특권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폐기하고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결정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서비스법 패키지
유럽의회는 2020년 12월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DMA)의 초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두 법은 디지털 공간을 이용자의 기본권이 보호되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시장에서 혁신과 성장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처럼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동시에 발표됐기에 두 법을 통칭하여 디지털서비스법 패키지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디지털서비스법은 특히 이용자의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 서비스는 다양한 사고와 상품을 확산하고, 우리 삶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불법 및 허위정보 유통, 범죄 행위 확산, 기만 광고 게시, 알고리즘 조작, 불투명한 추천 알고리즘, 아동에 대한 상업적 영향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여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더 많은 선택권과 통제권을 부여하며,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아동 보호를 강화하는 목적을 갖는다. 2009년 법적 효력을 갖게 된 이후 「EU 기본권 헌장」은 잊힐 권리를 비롯하여 디지털 환경에서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사법적 결정의 중요한 근거로 기능했으며, 디지털서비스법 또한 헌장에 명시된 기본권 보호를 법 제정의 근간으로 삼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서비스법은 디지털 서비스 사업자의 혁신, 성장,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법이기도 하다. 디지털서비스법의 적용 범위는 중개 서비스(intermediary services)로 한정되며, 이는 다시 단순 전달(mere conduit), 캐싱(caching), 호스팅(hosting)으로 분류된다. 단순 전달 및 캐싱 서비스는 각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보를 전송하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임시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호스팅 서비스는 서비스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저장하는 서비스로 웹호스팅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온라인 플랫폼은 호스팅의 하위 범주로 대중을 대상으로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서비스를 말하며, 그중에서도 유럽연합 전체 인구의 10% 또는 4,5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중개 서비스를 상세하게 분류하고 그 기능, 작동 원리, 규모에 따라서 의무 수준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들과 차별된다. 이와 같은 세부 규정 및 비례성 원칙이 기업에 비교적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소규모 또는 신생 기업의 책임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서비스법은 시장의 발전을 위한 법이기도 하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책무성 강화
디지털서비스법 전문이 유럽연합 전역에서 완전히 적용되는 시점은 2024년 2월이지만, 일부 조항은 2023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지정하고(2023년 4월), 해당 업체로부터 규정 준수 사항을 보고받는 것이었다(2023년 8월). 올해 8월을 전후로 디지털서비스법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이 대규모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규정 준수 의무 때문이었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과 동일한 의무를 적용받는 대규모 온라인 서치 엔진으로 총19개 서비스가 지정됐다.
[표1] DSA 지정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및 ‘대규모 검색 엔진 서비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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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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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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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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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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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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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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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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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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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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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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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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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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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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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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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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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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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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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검색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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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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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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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는 중개 서비스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의무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은 불법 콘텐츠의 위험에 대한 관리 및 대처 의무를 갖는 한편, 추천 시스템, 프로파일링, 온라인 광고 등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이용자와의 상호 작용에서 투명성과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연락 창구, 불만 대응 및 구제 메커니즘, 위험 관리 및 위기 대응 절차, 외부 및 독립 감사 실시 등 의무 사항 준수를 위한 조직 내 거버넌스도 마련하여야 한다.
[표2] 디지털서비스법에 따른 중개 서비스별 차등 의무
새로운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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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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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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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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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
누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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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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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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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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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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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을 충분히 고려한
서비스 이용 약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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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따른 국가 당국과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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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창구 및
필요한 경우 법정 대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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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에 대한
통지, 조치, 정보 제공 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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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범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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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대응 및 구제 메커니즘, 법정 외 분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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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기반 신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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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지 및
반박 통지에 대한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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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특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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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및 사용자의 특수한 특성에 기반한 표적 광고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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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시스템의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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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에 대한
온라인 광고의 투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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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관리 의무 및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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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및 독립 감사, 내부 규정 준수 기능 및 공적 책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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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링에 기반한 추천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이용자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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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당국 및 연구자와의
데이터 공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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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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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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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 엔진은 대부분 미국 거대 테크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서비스로, 미국의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중개업체는 제3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을 부여받는다. 해당 내용이 담긴 230조는 오늘날의 인터넷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미에서 “인터넷을 만든 26개의 단어”라고도 불린다. 허위 및 불법 콘텐츠의 문제로 인해 만들어진 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230조를 폐기 또는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미국에서도 수년간 이어져 왔으나, 현재까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누구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한발 앞서 설정했다.
이용자 기본권 보호에 대한 감시 필요
디지털서비스법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으로 종종 거론되지만 이는 시장의 관점을 반영한다. 이 법이 중개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역량 또는 디지털 역량 등의 개인 역량 강화 담론과 교육은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위험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디지털서비스법은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으로 분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몇 가지 우려도 존재하는데,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불법 정보를 관리하고 삭제하는 과정에서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기술적 조치를 통한 콘텐츠 관리는 이용자 개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의미 있는 발화와 행동이 아닌 관리 받아야 할 무수한 데이터 중 하나로 만든다. 페이스북이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퓰리처상 뉴스 속보 사진 부문 수상작인 베트남 전쟁 보도 사진을 삭제한 사례, 모유 수유 사진을 삭제한 사례와 같이 허위 및 불법 정보에 관한 판단의 몫을 기술 기업에 돌리는 데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 디지털서비스법이 그 의도와는 다르게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한 중개 서비스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고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시민의 관점에서 이 법의 효과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기업의 자율 규제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율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8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했으며, 2023년 5월에는 발표회를 열고 자율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 규제는 대부분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산업계를 중심으로 옹호되어 왔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시장 촉진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경제 활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시민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공유되는 공적 공간으로서도 기능한다. 자율 규제의 원칙과 이행이 시장의 소비자로서만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이용자 기본권 보호를 포함하는지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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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아, 강진숙 (2021). ≪미디어교육≫. 서울: KNOU PRESS.
정의철・정미영 (2018). “베트남 이주여성의 공동체 미디어 참여가 문화적 시민권 구축에 미치는 영향. -부산지역 베트남 목소리 팟캐스트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2권 5호, 136-172
Deleuze G. & Guattari. P. (1980).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2≫. 김재인 역 (2001). ≪천개의 고원: 자본주의와 분열증 2≫. 서울 : 새물결.
“[사설] 신천지보다 어려운 이태원 감염 추적…‘맞춤 방역’ 필요”. <중앙일보>, 2020.5.12.
“[사설] 청소노동자에 ‘학습권’ 소송 낸 대학생들, 이게 ‘공정’인가”. <경향신문>, 2022.7.3.
“[사설] 연 7조원 ‘운동권 퍼주기법’, 박원순 생태계 복원하나”. <조선일보>, 2023.4.17.
“[사설] 김행 후보자, 국민 납득 못 시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겨레>, 2023.10.3.
“[사설]서·오·남 대법관과 대법원장 공백 해결 서둘러야”. <경향신문>,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