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현장

미디어교육은 ‘세상 향한 징검다리 놓기’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4. 3. 6. 10:00

장애 학생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Q&A

written by. 지정훈 (신림중 특수교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매년 <미디어 운영학교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별도로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한 운영학교 사업을 운영했다.
이번 원고에서는 특수학급에 출강한 미디어 강사들의 고민을 나누고,
장애 학생 미디어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Q&A 형식으로 전달한다.
답변은 신림중에서 근무 중인 지정훈 특수교사가 수고해주셨다.

 

 

모든 장애 학생에게 딱 맞는 자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

그러므로 ‘장애 학생을 위한 교재’를 찾기보다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발견하고

그것을 학생 눈높이에 어떻게 맞추어 수업을 구성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Q. 장애 학생과 수업해본 경험이 없다. 수업을 준비할 때 장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의 시작은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현장에서 매일 장애 학생을 만나지만 저 또한 매번 다른 학생과 마주하게 된다. 같은 장애 영역이라도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서 한 명 한 명의 특성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사실 특수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도 장애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 수업 활동에서 다양한 도전과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에 미디어 강사님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우선 장애 이해의 가장 빠른 지름길은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와의 충분한 소통,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미디어교육을 받는 특수학급 학생들의 특성, 상황 등 수업 활동과 관련해서 특수교사와 자주 소통하길 권해 드린다. 장애를 다룬 책이나 미디어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강사님이 만나는 학생들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특히 장애 정도가 서로 다른 학생들과 수업할 경우, 그 학생들과 매일 수업을 하는 특수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해당 학급만의 문화와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다. 물론 특수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학생을 이해했다 하더라도 실제 수업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이해는 글이나 말의 범위를 넘어서 함께할 때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 학생에게 미디어교육을 실천하겠다고 선택한 그 순간부터 이미 장애 학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특수교육의 핵심은 개별화 교육 

Q. 제가 담당했던 특수학급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장애 정도와 특성을 가졌다. 다양한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고 수업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럴 때 수업 활동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특수교육에서 가장 핵심은 개별화 교육이다. 즉, 개별 학생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해서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개별화 교육은 꼭 장애 학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에 있어 학습자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특수교육에서 개별화 교육은 장애 학생의 각기 다른 교육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장애 학생의 미디어교육 또한 이 부분을 조금 더 반영하면 좋겠다.

  20∼25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과는 달리, 개별 학생의 미디어 역량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일대일 수업이 아니기에 개별 학생의 요구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맞다. 일대일 수업이 아니기에 각 학생에게 다 맞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별 학생의 미디어교육 목표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 미디어교육이 필요한 상황인지, 개별 학생의 미디어 생활에서 어떤 역량을 보완해야 할지, 이미 잘 갖춰진 역량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의 수집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첫 시간에 다양한 활동이나 이야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개별 학생의 미디어 역량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해당 학급에서 수립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를 전반적으로 종합할 수 있다. 그 후 개별 학생에 맞게 목표를 세분화하여 수준별로 나누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면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정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경험 맥락,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인식 등을 사전에 확인한 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활동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표현의 양식이 달라서 소통의 방법이 다른 학생의 경우에는 그 학생의 표현 양식을 확인해서 활동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표현의 방법을 다르게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에 대한 개념화가 어려운 학생의 경우에는 유튜브 이용 기록을 찾아보고, 이 학생의 이용 기록을 통해 학급의 다른 학생들이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생각해보는 등 활동 내에서 개별적 요구를 반영한 다층화된 수업 활동을 구성해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미디어 강사님들의 효능감이 향상될 것이다.

 

 

 

Q. 특수학급 수업 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 교안 또는 특수학급을 위한 교재가 있는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다루는 미디어 리터러시 요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장애의 유무를 떠나 모두에게 필요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장애 학생 대상 미디어교육 역시 이 두 개념을 반드시 수업의 목표이자 활동으로 구성해야 한다. 다만 인지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 특수학급의 경우 이러한 개념을 장애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장애 학생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다룬 도서, 교안 등이 일부 있으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모두 다루었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장애 학생에게 획일화된 적용은 불가능하다. 모든 장애 학생에게 딱 맞는 자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 어떤 자료든 미디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맞추어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애 학생을 위한 교재’를 찾기보다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발견하고 그것을 학생 눈높이에 어떻게 맞추어 수업을 구성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제가 특수학급에서 학생들과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면서 참고하는 수업 활동 구성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장애 학생을 고려한 자료나 교안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플랫폼 KPF미카(MECA) 내 ‘참여/소통-자료실-수업지도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설명] KPF미카(MECA)에서 장애 학생을 고려한 자료와 교안을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 :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아카데미 수업지도안 페이지 갈무리>​

  이 자료를 통해 수준별 활동 구성의 방법을 중점으로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는 역시 KPF미카에서 ‘참여/소통-자료실-교재자료’도 자주 살펴보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수업의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특히 유아를 위한 자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을 더 쉽고 흥미 있게 풀어나가는 활동을 참고해서 우리 반 학생들의 미디어 생활에 맞게 발전시킬 때가 많다. 또한 초중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서와 지도서를 참고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목표와 활동을 연결하기도 한다.

 

 
[사진 설명]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교재 <유아, 미디어 첫걸음> 활동지 표지

 

  마지막으로 반드시 장애 학생들의 문해력, 뉴스 경험, 선호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고려해서 자료를 준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대체로 뉴스에 대한 경험이 적고, 글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글 위주의 수업 자료는 수업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 이미지를 함께 제시하면 도움이 되며, 쉬운 글 정보, 쉬운 뉴스, 영상 뉴스(유튜브 뉴스 채널) 등에 대해 강사님들의 검증을 토대로 수업에 활용하시길 바란다.

학생의 미디어 생활 미리 파악하기 

Q. 미디어교육 시 학생들이 잘 따르게 할 만한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는가?

 

  미디어 수업은 특수교사인 저에게도 많은 고민을 안겨 준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친숙하기 때문에 수업 초기에는 반응이 적극적이지만 어느 순간 수업 목표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활동만을 요구하거나, 꼭 다뤄야 하는 개념에는 심드렁할 때도 있어 힘이 빠지기도 한다. 모든 수업에 마법처럼 작용하진 않겠지만 학생들도 저도 즐겁고 유익했던 방법을 소개하자면 ‘미디어 생활에서 출발하기’이다. ‘미디어 수업 = 유튜브’로 생각할 만큼 학생들은 유튜브를 사랑한다. 그래서 유튜브 외의 미디어를 다룰 때는 관심이 적고 지루해한다. 그래서 저는 미디어교육을 하기 전에 학생들의 최근 미디어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플랫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미디어, 이용 시간, 이용 방법, 세부 콘텐츠, SNS 활용 방안 및 목적 등 전체적인 미디어 생활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취향을 발견한다. 사전에 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 가정에서 미디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 등도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을 미디어 강사님이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미리 특수교사와 논의해서 현실적으로 파악이 가능한 학생들의 미디어 생활을 살펴보고 수업을 시작하길 권장한다. 또한 개념을 설명하기보다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다. 제 학생 중에는 “결국엔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 수업한다”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궁극적 목표가 학생들의 실천과 참여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고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이 수업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도록 하는 수업이 더 효과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섬네일을 통해 어그로를 당해보기도 하고, 영상 촬영을 하며 스토리보드 순서대로 촬영할 때의 문제점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에 재미를 더해줄 중요한 양념이 바로 아이들의 미디어 생활에 대한 배경 지식이다.

 

 

Q.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유튜브 알고리즘 지우기를 매우 싫어한다. 어떻게 올바른 스마트폰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이렇게 한결 같은지 궁금하다. 실제로 저희 학급에서도 야심차게 수업을 준비했던 저와 끝까지 알고리즘을 고수하는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아는 학생일수록 저항과 거부가 크다. 저는 그 수업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유튜브 이용 관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정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저는 가정의 협조를 구해보았고, 협력이 쉽지 않을 경우 완벽하지만 단번의 성공보다는 불완전한 반쪽짜리 성공을 택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미션 활동을 통해 장기간 변화의 과정을 살펴봤다. 물론 미션이 종료된 후에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부작용이 있다. 어른들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유튜브의 늪에서 아이들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학생들의 개별적 변화를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수면을 줄이고 사용했던 시간과 대비해서 얼마나 변화했는가, 이용 시간을 줄이고 무엇을 했는가를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유튜브를 대체할 만한 즐거운 여가생활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알고리즘을 재정비하며 아이들에게 무수한 원망을 들었다. 알고리즘에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알고리즘의 고리를 끊기를 어려워한다. 그리고 결국 다시 자신들이 좋아하는 채널을 구독하는 도돌이표가 반복됐다. 자신의 관심사에 몰입하는 경향성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알고리즘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활동을 구성했다. 알고리즘을 분석하거나 예상해 보는 활동을 통해 알고리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학생이 먼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활동을 만들어갔다.

 

 

장애 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Q. 장애 학생들의 예기치 않은 돌발 행동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돌발 상황이란 말 그대로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사전에 학생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서로가 덜 당황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사전에 특수교사와 학생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시라. 수업을 위한 필수 선행 과제다. 장애 학생 중에는 정서적, 심리적, 인지적, 행동적 어려움으로 인해 행동 조절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 또한, 학습의 어려움으로 인해 무기력감, 우울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매 순간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상황과 맥락, 물건, 상황, 소리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사전에 다 차단하고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특수교사가 알고 있으므로 사전 확인을 통해 수업 도중 발현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사전에 특수교사와 논의하면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특수교육 보조 인력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수업 시작 전에 특수교사와 만나서 수업 당일 학생들의 컨디션을 체크해두면 돌발 상황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선행 사건으로 인한 심리 행동적 어려움도 파악할 수 있다.

 

 

Q. 이외에도 미디어 수업을 진행하는 미디어 강사, 선생님들에게 꼭 당부해야 할 말이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달라.

 

  장애 학생을 위한 미디어교육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시대에 장애 학생도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수업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어려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잘 건널 수 있는 돌을 찾아 힘을 들여 징검다리를 놓았지만, 잦은 물살에 다시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 반복된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적고 변화의 힘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해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너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수학급은 다양성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집합이다. 장애 학생 미디어 수업을 진행하시는 미디어 강사님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의지하면서 외롭지 않고 함께 의미를 찾아가시길 권한다. 저의 제자들이 미디어 생활에서만큼은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는 특수교사로서 이들에 대한 강사님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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