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문가-지역 학교’의 하나 된 힘으로 성공적!
한신대 ‘홈 포 유스’ 프로그램
written by. 지원배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전공 교수)
이승연 (한신대 교육혁신원 연구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대학 및 지역사회의 교육 인프라 연계를 통해 미디어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주민 대상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향상에 기여하고자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총 25개 대학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이중 한신대가 오산 금암초등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한 ‘홈 포 유스(HOME for Youth)’ 사업 결과를 소개한다.
‘홈 포 유스’의 경우 교수, 교사, 그리고 대학교수 및 초중고 교장단이
자문단으로 도움을 주었기에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했다.
이처럼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역 교사와 대학 전문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신대 연구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3년 6월부터 11월까지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홈 포 유스(HOME for Youth)’를 실시했다. ‘홈 포 유스’는 경기도 오산시 초중고학생에게 생성형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체험하도록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
2022년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오픈AI가 챗GPT-3.5를 발표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전문가뿐 아니라 비전문가, 심지어는 학생들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도구가 됐다. 예를 들어 비전문가가 챗GPT를 활용하여 과제를 작성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타당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역량 역시 중요하다. AI가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으며 허락을 받지 않은 데이터 수집으로 말미암아 작품의 저작권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챗봇으로 활용되는 AI의 경우 챗봇 사용자와 대화 중에 부적절한 언어를 학습해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AI의 활용 능력, 즉 AI 리터러시에는 AI를 도구로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특히 현재의 AI는 어린이·청소년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청소년은 AI 활용 기술의 학습 못지않게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 성찰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AI 활용 기술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은 많으나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찾기 어렵다. 실과나 정보 과목 교육과정에 AI 활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 교사들이 이를 가르칠 만큼 익숙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AI 윤리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대학의 관련 전문가가 교사와 협력하여 AI 윤리와 관련된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한신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들은 대학이 위치한 지역인 오산 근교 초중고에서 AI 리터러시 및 윤리를 내용으로 하는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홈 포 유스’를 진행했다. 여기서 홈(HOME)은 ‘한신대-오산 지역의 미디어교육’을 영어로 표기했을 때 첫머리를 따서 만든 조합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집(home)에서처럼 편안하게 AI의 윤리적 활용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교사와의 사전 만남 통해 수업 설계
‘홈 포 유스’는 오산시 소재 1개 초등학교(2회)와 2개 중학교(각 1회), 2개 고등학교(각 1회)를 대상으로 1학기와 여름방학, 그리고 2학기에 각각 한 차례씩 실시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 어느 정도 컴퓨터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업이 수월했으나 초등학생의 경우 수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필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AI 윤리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한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훨씬 공유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지면을 통하여 초등학교에서의 ‘홈 포 유스’ 교육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할 대상 학교는 금암초등학교로, 이 학교는 혁신적인 교육 방법을 펼치고 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은 에듀테크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 중심 수업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실습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내부 네트워크가 동일한 IP 주소를 사용하고 있어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 네트워크 공격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어 수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불어, 3~4학년 학생들 중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7월에 예정된 수업을 대비하여, 6월부터 교사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이러한 제약 사항을 고려한 교수학습 과정을 설계했다.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타당성을 검토하여 품질을 높였다. 7월의 1기 수업은 본교의 AI 분야 전공 교수가 진행했으며 이때 보조 요원으로 참여한 금암초 교사가 9월의 2기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는 7월 수업을 참고하고, 학생들의 수준과 교실 환경을 고려하여 교육 내용을 수정한 뒤 9월에 2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수업 현장에는 수업을 진행할 교수와 금암초 교사뿐 아니라 한신대 학생을 멘토로 배치했다. 네트워크 활용에 어려움이 있을 때 교수, 교사, 멘토의 휴대폰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특히 멘토는 AI 사용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도와주었다.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자 1기와 2기, 서로 다른 학생을 모집하여 방과후에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기 12명, 2기 11명으로 총 23명이 참여했다.
검증된 높은 만족도와 수업 효과
1기와 2기에 진행된 수업의 흐름은 [그림1]과 같다.
1차시에는 강사가 생성형 AI의 개념과 속성을 소개한 후 사례를 제시하며, AI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아보면서 AI 개념에 대해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학생들은 챗GPT를 활용해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정보를 AI에게 투입할 경우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학습하여, 보안에 대한 윤리적 쟁점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2차는 스크리블 디퓨전(Scribble Diffusion)과 송 메이커(Song Maker)라는 AI 기반 작품 창작 도구를 활용하여 노래와 그림을 만들었다. 7월 첫 수업 시에는 노래와 그림 만들기를 모두 진행했으나, 두 가지 활동을 모두 했을 때 학생들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점을 감안해, 9월 수업에서는 그림 그리기만 진행했다. 3차 수업에서는 그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중심으로 모둠별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토론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A4 용지에 선언문으로 작성하여 타인과 공유하면서 AI 윤리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명료화했다. 차시별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활동에 몰입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프로그램의 효과를 탐색하기 위하여 연구진은 만족도 조사와 더불어 ‘AI 리터러시와 윤리’에 관한 사전 사후 설문을 시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중고학생은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에 4.64점을 보여 ‘우수’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AI 리터러시와 윤리’에 관한 사전 사후 검사 결과 학생들의 사전 점수가 교육 전에는 5점 만점에 평균 3.72점이었으나 사후 점수는 평균 4.34점을 기록하여 총 0.62점 상승했다.
한편 금암초 학생들의 만족도는 4.57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생님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잘 설명해주셨다’와 ‘수업하신 선생님은 나에게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항목은 각각 4.75점, 4.85점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었다. AI 윤리 내용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음에도 체험 중심의 수업이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AI 리터러시와 윤리에 관한 사전 사후 설문에서 금암초 학생들은 사전 설문에 3.37점, 사후 설문에 3.70점을 기록, 0.33점이 높아졌다. 특히 윤리에 관한 사전 설문에 3.29점을 기록했던 학생들은 사후 설문에 3.75점을 기록하여 ‘홈 포 유스’ 프로그램의 교육 효과를 보여주었다.
지속 가능한 ‘홈 포 유스’를 위하여
이상과 같이 한신대의 대학-지역사회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교수, 교사 어느 한쪽의 의견에만 기초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면 전문성이 낮아지거나 현장에서의 적용성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홈 포 유스’의 경우 교수, 교사, 그리고 초중고 교장단이 자문단으로 도움을 주었기에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했다. 이처럼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역 교사와 대학 전문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다. ‘홈 포 유스’ 프로그램은 짧은 교육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역 교사와 대학 전문가들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높은 만족도와 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하며, 앞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본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수업 자료집까지 발간, 운영의 지속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현장의 교장, 교감, 교사들과 대학의 전문가들이 꾸준히 소통하면서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한편, 오산시뿐 아니라 인근의 화성, 평택 등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AI 리터러시 및 윤리의 수준을 제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한신대가 오산시와 함께 꾸준히 구축해온 ‘오산-한신 코딩 AI 교육 공동체’ 덕분이기도 하다. 이 교육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교재 개발, 수업, 자문으로 참여했기에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좋은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꾸준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평가 및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 이번 <미디어리터러시> 원고 기고 또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 평가와 결과 공유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프로그램 시작 첫해에 성공적인결과를 거둔 만큼 ‘홈 포 유스’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더 많은 결과를 쌓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