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교육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4. 5. 8. 10:00

유네스코 ‘2023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 

written by. 이혜선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원)

 

 
매년 10월 마지막 주는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정한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Global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Week)’이다.
이 시기 유네스코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진흥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2023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 행사를 소개한다.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은 “알고리즘 조정 및 기능, 데이터 투명성 및 가용성,

개인 정보 보호, 인권 위험 평가에 대한 지침을 제안할 것”이며,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를 키워 디지털 플랫폼의 잠재력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이하 GMIL)은 10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였으며, 유네스코에서 주관한 국제회의와 포럼은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요르단 사해 지역의 킹 후세인 빈 탈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모두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요르단에서 열린 ‘2023 GMIL’은 국제 갈등과 국제 위기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2023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 대표 이미지. ⓒUNESCO

 

디지털 공간에서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유네스코의 GMIL은 2020년 서울 개최 이후 2021년 남아프리카, 2022년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2023년 중동의 요르단까지 그 외연을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올해 GMIL을 개최한 요르단은 2018년 자국의 상황을 한 권의 보고서1)로 정리하여 발간할 정도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함양과 진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요르단은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기여하는 조직을 ‘MIL 드라이버(MIL Drivers)’와 ‘MIL 서포터(MIL Supporters)’로 구분하며, MIL 드라이버의 자격을 얻으려면 ‘조직 목표로써의 중요도를 평가할 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9점 혹은 10점으로 평가한다’, ‘조직에서 완수한 지난 세 가지 주요 계획 중 두 가지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관련되어 있다’, ‘미디어 분야 전문가/학생/언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계층을 포괄한다’ 등의 9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모든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각 조직의 역량을 고려한 정성적 평가를 거쳐야 MIL 드라이버로 최종 선정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듯 2023 GMIL은 국제 협력 강화 전략과 주요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원탁회의(4th UN Round Table)와 5개 전체 회의, 41개 부대 행사를 요르단에서 진행했다.

  5개 전체 회의 가운데 첫 번째 회의 주제는 ‘디지털 공간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통한 SDGs 발전: 사람,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을 위하여’였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간의 관련성은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교육과정2)에 명시되어 있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는 SDGs 17개 항목 모두와 관련되어 있지만, 특히 양질의 교육(SDG 4), 성평등(SDG 5), 괜찮은 세상과 일자리 기회(SDG 8), 불평등 감소(SDG 10),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SDG 11), 평화·정의 및 강력한 제도 증진(SDG 16), 파트너십 활성화(SDG 17)를 반영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첫 번째 회의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디지털 플랫폼 거버넌스 지침(Guidelines for the governance of digital platforms)》 표지. ⓒUNESCO

 

  두 번째 회의 주제는 ‘디지털 공간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대한 다중 이해관계자 실행 계획 정의’로,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디지털 플랫폼 거버넌스 지침(Guidelines for the governance of digital platforms)》을 소개하고 후속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유네스코의 오드레 아줄레(Audrey Azoulay) 사무총장은 2023 GMIL 기념사3)에서 “알고리즘 조정 및 기능, 데이터 투명성 및 가용성, 개인 정보 보호, 인권 위험 평가에 대한 명확하고 공유된 지침4)을 제안할 것”이며, 해당 지침이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를 키워 디지털 플랫폼의 잠재력을 완전히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 GMIL에서는 유네스코의 디지털 플랫폼 거버넌스 지침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협력 방법을 주로 논의했다.

 

1) https://www.gcedclearinghouse.org/resources/mapping-media-information-literacy-jordan

2) https://www.unesco.org/mil4teachers/en/module13

3)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387229_eng

4) 여기에서 언급된 《디지털 플랫폼 거버넌스 지침》은 지난 2월 유네스코의 ‘신뢰를 위한 인터넷’ 포럼에서 토대를 마련했고,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에서의 후속 논의를 거쳐 2023년 11월 11일 유네스코 홈페이지(https://www.unesco.org/en/articles/guidelines-governance-digital-platforms)를 통해 공개됐다.

안전하고 개방된 더 좋은 디지털, 더 나은 도시 

  세 번째 회의 주제는 ‘더 나은 디지털 공간: 허위정보, 혐오 표현 및 차별에 맞서기’로, 사실과 의견의 구분, 확인된 정보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의 구분, 허위정보, 혐오 표현, 편협함, 인종 차별에 대응하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역할과 사례에 주목했다. 특히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역할을 ① 안전하고 개방된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의 가용성과 신뢰성 증진, ② 디지털 공간 속 허위정보, 오정보, 혐오 표현 대응 사례, ③ 민주주의 제도 강화, 선거의 진실성 보호, 선거 관련 갈등 예방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네 번째 회의는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변화 주체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변화 주체로 주목받았는데, 먼저 인플루언서는 청소년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발휘할 수 있으므로 전문성, 윤리, 책임감이 요구된다. 또한 인플루언서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강화한다면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다른 이용자의 동료 교육자(peer-educator)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네 번째 회의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인플루언서의 접근 방식, 동료 교육을 향한 동기 부여 방법,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 대응 과정에서 인플루언서의 역할 등을 주로 논의했다.

  마지막 회의 주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도시: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이었다. 이 회의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도시의 관계를 다루었는데, 교통, 건강, 엔터테인먼트, 도시 계획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도시의 관계가 다소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2019년에 이미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영역과 활동에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적용하고 각 지역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도시 프레임워크’5)를 발표했다. 올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도시에 필요한 자원과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도시에서 소외 계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했다.

 

5) https://www.unesco.org/sites/default/files/medias/fichiers/2023/05/global_framework_for_mil_cities.pdf

 

41개 부대 행사와 청년 해커톤 

  2023 GMIL 부대 행사에서는 아랍어로 진행되는 패널 토론과 요르단,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사례 등을 통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노력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대 행사의 주제 역시 인공지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과학, 사이버 범죄를 줄이는 데 있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역할, 미디어 리터러시와 기후 변화 행동 등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관한 기존의 국제회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요르단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자신들의 국가 교육과정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GMIL의 연례 행사인 청년 해커톤6)에서는 40개국 95팀 가운데 카메룬, 나이지리아, 필리핀, 요르단 참가팀이 각각 게임, 영상,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 기반 개입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먼저 게임 부문에 참여한 카메룬의 ‘MIL저스티스리그(MIL Justice League)’ 팀은 미디어 이용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비디오 게임을 제안했다. 나이지리아의 ‘와조비아(Wazobia)’ 팀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혐오 표현과 허위정보 확산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약 100초 분량의 영상을 제작해, 강렬한 그래피티, 동작, 분장과 함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모바일 앱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필리핀의 ‘마일스(MILES, The Media Information Literacy Empowerment Space)’ 팀은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학습, 간단한 게임, 글쓰기, 다른 이용자와의 커뮤니티 구성, 소외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월간 캠페인 등을 포함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요르단의 ‘YMLAP(Youth Media Literacy Ambassadors Program)’ 팀은 도시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홍보대사 임명, 미디어 리터러시 홍보대사의 또래 친구 혹은 지역사회 교육, 캠페인과 이벤트를 통한 미디어·리터러시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하여 커뮤니티 기반 개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3 GMIL 청년 해커톤 대회 영상 부문 우승을 차지한 나이지리아 팀의 유튜브 영상 갈무리. ⓒUNESCO
 
 
2023 GMIL 청년 해커톤 대회 애플리케이션 부문 우승을 차지한 필리핀 팀의 유튜브 영상 갈무리. ⓒUNESCO
2023 GMIL 청년 해커톤 커뮤니티 기반 개입 부문 우승을 차지한 요르단 팀의 유튜브 영상 갈무리. ⓒUNESCO

 

6) 유네스코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에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의미 있는 참여 방법을 모색해보는 청년 해커톤도 함께 열린다. 서울에서 개최했던 2020년을 시작으로 4회째를 맞이했으며, 올해 해커톤의 주제는 ‘신뢰와 연대를 키우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지닌 청년(Media and Information Literate Youth Engaging in Nurturing Trust and Solidarity)’이었다. 우승팀 인터뷰 영상은 유네스코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uYED1WVJIM7yO8IG6aF0Gn6sPZF6oia).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  한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해외 사례를 이야기할 때 주로 언급되는 국가들, 예를 들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핀란드 등은 주로 영미권이거나 소위 ‘선진국’으로 이름 붙여진 나라들이다. 하지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노력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이루어질 수 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전통과 개성을 유지하며 함께 발전할 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서 강조하는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논의해 왔던 ‘해외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 세계, 하다못해 유엔 193개국 가운데 몇 개의 국가를 조명해 왔을까? 우리가 조명하지 못했던 국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동안 두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몇 개 국가들에만 주목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 GMIL의 표어는 ‘디지털 공간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집단적이고 세계적인 의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in Digital Spaces: A Collective Global Agenda)’였다. 세계적인 의제와 국제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지구촌 곳곳을 찾아가는 유네스코가 2024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에는 어디를 향할 것인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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