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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미디어 사용을 배우는 '함께하는' 디지털 미디어교육

다독다독 (多讀多讀) 2024. 10. 16. 10:00

 

 

|글. 이경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강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함께하는 미디어교육을 실현하고자

특수학급 대상의 미디어교육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미디어교육을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특별히 신경 쓰면 좋을까?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효과적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점들과

실제 수업에서 사용하여 반응이 좋았던

유용한 내용들을 소개한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준비

 

새로운 대상과의 첫 수업은 항상 부담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경우, 퀴즈로 수업을 시작하면서 서로의 긴장감을 줄여본다. 한 학생이 “선생님! 냉장고도 미디어인가요?” 묻자 다른 학생이 “미디어지!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잖아! 텔레비전에서 봤어. 우리 집에는 없는데….”라고 말한다. “그럼, 스피커도 미디어네요. 쉬는 시간을 알려주니까요.” 미디어의 정의를 이해하고는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풀어내느라 교실은 기분 좋게 시끄럽다.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라는 질문에 “000 선생님께서 00의 칭찬을 많이 하시던데요.”라고 했다.

 

학생 이름 외우기, 학생의 특성에 기초한 칭찬 목록 준비하기, 학생들 수준에 맞춘 활동지 준비하기 등 수업 전에 꼭 준비하는 게 있다. 이런 준비가 가능하려면 모든 수업 활동 전에 반드시 ‘학생 사전 정보 및 디지털 환경 정보 파악’을 확인해야 한다. 학생과의 원활한 수업 활동을 위해 수업 시작 전에 특수교육 선생님과 미팅 날짜를 잡아 사전답사를 한다. 간혹 시간이 여의찮다면 전화로라도 충분히 정보를 주고받는다.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특수교육 선생님과의 사전 미팅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함께한 수업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수학교, 학급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학생 개인 계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로그인하거나 앱을 내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에 QR코드로 계정 없이 로그인할 수 있는 패들렛이란 툴을 사용하여 진행했다.

 

● 애니메이티드 드로잉 (특수학교 중학교 1학년)

 

활동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 주의집중이 짧은 학생들조차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다. “내 아바타가 움직인다면 어떨까요?” 학생들은 사람 도안에 이름을 쓰고, 좋아하는 색깔의 색연필로 열심히 색칠한다. A 학생은 손에 예쁜 꽃송이를 그렸고, B 학생은 자신이 쓴 네모난 안경과 오렌지색 모자도 그렸다. 이렇게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애니메이티드 드로잉(Animated Drawings)[1] 에 올린다. 그림과 배경이 분리되고, 팔다리 관절을 잡아준 후 샘플을 적용하면 아바타가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인다. C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캐릭터를 따라 신나게 춤을 춘다. D 학생의 경우 움직임은 다소 늦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 따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대부분의 학생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미디어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이 학생들의 흥미를 끈 것으로 생각한다.

애니메이티드 드로잉 수업 현장 및 학생이 그린 그림 (출처: 필자제공)

 

● 빅카인즈로 관심 뉴스 찾아 읽기 (특수학교 중학교 3학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BIG KINDS)’를 소개한 후 관심 뉴스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패들렛 더보기의 웹 검색창에 ‘빅카인즈’를 찾아 패들렛에 웹 주소를 올렸다. 한 단계씩 슬라이드를 보며 따라가는 학생들의 속도에 맞추어 진행한다. 빅카인즈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관심 있는 뉴스를 찾고자 어떤 단어를 넣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E 학생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을 좋아한다. 특히 ‘비행기’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관심 뉴스로 ‘인도 델리발 인디고 항공 여객기’ 관련 기사를 올렸다. F 학생이 “선생님! 접대 의혹이 뭐예요?”라고 질문을 해서 기사를 확인해보니 ‘접대 의혹 푸바오 “경련 일으켰다”’ 기사였다. ‘접대’‘의혹’이라는 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었더니 “아~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뉴스 빅카인즈를 활용한 수업 자료 (출처: 필자제공)

 

시간이 있었다면 ‘뤼튼’ 같은 AI 기반의 콘텐츠 생성 플랫폼을 이용하여 ‘아래 뉴스를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라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G 학생은 게임을 좋아한다며 페이커 관련 기사를 관심 뉴스로 올렸고, 먹는 걸 좋아하는 H 학생은 과일이 진열되어 있는 마트 소개 기사를, 운동을 좋아하는 I 학생은 축구 기사를 관심 뉴스로 올렸다. 국립장애인 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용 쉬운 책’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알려주는 뉴스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생성형 AI가 그려주는 내 미래 모습 (특수학교 고등학교 2학년)

 

‘미래의 내 모습’을 글로 입력하여 패들렛의 AI가 이미지로 생성하게 했다. J 학생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라고 묻자 “유치원 교사요”라고 말한다. “여러분이 상상한 대로 비슷하게 생성하려면 영어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 모든 학생이 순간 얼음이 되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번역기가 있답니다.” 학생들과 함께 번역기를 열어 한글로 작성 후 영어로 번역된 문장을 복사하여 프롬프트 창에 ‘붙여넣기’ 하게 했다. 학생들은 다른 단추를 누르지 않으려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여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했다. K 학생은 ‘긴 머리에 치마를 입고 유아들과 함께 교실에서 즐겁게 지내는 예쁜 유치원 교사의 만화 스타일’이라고 입력했다. L 학생은 “선생님! 왜 여자가 나왔을까요? 전 남자인데” 하며 당황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남자라는 문구를 넣어 다시 써보세요”라고 안내했고 L 학생은 네 개의 이미지 중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매우 잘생긴 남자 바리스타 이미지를 패들렛에 올렸다. 지금이 아닌 미래의 가상 모습을 생성해내는 활동은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 있는 활동이었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각 학생이 실제 아기 때부터 현재까지 성장해온 과정을 경험하게 한 후 이 활동을 수행한다면 학생들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Suno[2]로 개인정보 보호 노래 만들기 (고등학교 특수학급)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알아보고 텍스트 프롬프트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음악을 만드는 AI 툴인 Suno로 노래 만들기 수업도 진행했다. Suno는 계정이 필요하기에 계정이 없는 학생은 교사와 강사가 준비한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Custom Mode (사용자 정의 모드)에 자유 주제를 넣어 가사를 AI가 생성해 내는 활동이 아닌 ‘개인정보 보호’ 가사를 직접 입력하는 활동을 했다. 이를 위해 ‘사용자 정의 모드’를 활성화했다. A 학생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가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K-pop 스타일로 멋진 노래가 만들어졌다. B 학생은 옆 친구의 음악을 듣더니 “음~ 노래가 너무 좋다!”라며 눈을 감고 감상하기도 하고, C 학생은 D 학생에게 “오~ 음악이 신난다. 잘 만들었는데!”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Suno를 활용하여 개인정보보호 노래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필자제공)

 

음악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감상과 평가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활동에 몰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노래를 따로 만들어도 되는지 질문했는데, 학생에게 무료는 하루에 다섯 번, 총 열 곡만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자극적이고 유해한 영상들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실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도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미디어 없이 지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 과의존 예방교육과 함께 학생들이 건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찾고, 창작하는 재미를 경험하게 한다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미디어에 수동적으로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메타(Meta)에서 제공하는 AI 애니메이션 서비스로, 개발자나 크리에이터의 그림을 애니메이션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2] Suno AI 또는 간단히 Suno는 보컬과 악기를 결합하거나 순전히 악기로 연주되는 사실적인 노래를 생성하도록 설계된 생성 인공지능 음악 제작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