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학생을 '문제'에서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글. 박세희 (광운대학교 강사)|
어느덧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차별 없는 교육을 제공하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다른 문화와 언어를 배경으로 하는
다문화 학생에게는
어떤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다문화 학생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해본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과 국내 다문화가정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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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의 양식을 액체(liquid)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근대성이 견고한(solid) 국면에서 유동하는(liquid)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1] 사회구조나 제도들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전 지구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한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에게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화를 통한 인류의 통합은 불안과 공포를 수반하기도 하는데, 이는 곧 갈등과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한 정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내릴 수 있겠지만, 지그문트 바우만이 설명하는 유동성의 개념을 빌려 정의해본다면,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이동뿐만이 아니라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에 놓인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불안과 불편 없이 넘나들 수 있어야 하는 것쯤으로 정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수언어가 홀대받지 않으면서 소수민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고, 이문화(異文化)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다문화 사회의 모습은 아직 유토피아적 이미지로 존재할 뿐, 우리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관견이다.
2022년 기준 현재 국내의 국제결혼은 전체 혼인의 8.7%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거주 결혼이민자(귀화자 미포함)는 17만 5,756명[2] 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9년도 23만여 명이었던 것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의 수는 2023년 기준 18만 1,178명으로 전년 대비 7.4%(1만 2,533명)가 증가하여 전체 학생(57만 8,612명)의 3.5%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7년 처음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 8년 만인 2025년에는 20만 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은 국제결혼 가정 자녀(국내 출생 자녀와 부모의 재혼으로 인한 중도 입국 자녀)로 인한 국내 출생과 해외 출생으로 나뉘는데, 해외 출생은 이주한 부모의 재혼으로 입국한 중도 입국 청소년이나 외국인 자녀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이 전체 다문화 학생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 출생 다문화 학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3].
이러한 ‘다문화 가정 학생’은 지금까지 주로 우리 사회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이를테면, 학업 성취도가 낮고(오성배·김성식 2018) 고등교육 진학률이 일반 학생들보다 떨어지며(이민철·조현구 2023), 특히 중도 입국 학생들의 경우에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여[4]잠재적 낙오자로 낙인찍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국내 초·중등 전체 학생 수는 매년 감소[5]하는 데 반해, 다문화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문제’로서 다문화 학생들을 다룬다면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초학습, 진로 설계, 이중언어 학습, 한국어 학습 지원 등과 같은 다문화 학생 맞춤형 지원책들을 다양하게 펼쳐왔지만, 그 효과는 이에 정비례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연구와 지표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인식을 반영하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 역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1년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71.39점, 성인이 52.27점으로 나타났는데, 2015년 이후 청소년은 소폭이지만(0.17점) 다소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성인의 경우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위한 대표적인 조치로 다문화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교육의 주체나 대상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으며 자율에 맡기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정적 정서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어,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상,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6].
다문화 학생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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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이주배경 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은 다문화 학생 누구나 차별 없이 교육받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한국어 교육 체계 강화, 학생 개인의 강점을 살린 우수인재 양성 그리고 다문화 밀집 지역의 학교 교육 여건 개선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고 결실을 맺도록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문화 학생을 우리 사회의 ‘문제’로서가 아닌 ‘문화적·언어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의미의 CLD(Culturally Linguistically Diverse) Children(Cummins, 2009)으로 다루어야 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언어적 다양한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중언어 교육’과 ‘이중정체성 확립’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중언어 교육에 관해서는, 그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사회적 합의가 있어 왔으며 정책적으로도 반영되어 있지만, 이중정체성의 중요성에 관한 관심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체성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협상을 통해 형성된다. 다문화 학생이 자신의 이중정체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 언어 습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학업 성취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 및 정서 등을 고려하였을 때, 다문화 학생이 상황을 합리적이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리터러시(literacy)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메시지의 발신자가 의도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불투명하게 감추어진 상황들을 파악하고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올바른 협상이 되고 건전한 이중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Cummins(2009)는 소수 학생의 학업 부진의 최대 원인을 흔들리고 불안한 정체성이라고 보는 견해에 공감했다. 즉 소수 학생이 자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열등감이 내면화되지 않으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학업 부진을 막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 학생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지식수여형 학습(transmission)’, ‘사회 구성주의적 학습(social constructivist)’, 그리고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의 조합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식 수여형 학습’은 시험으로 평가되는 정보와 기술을 학생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교사가 지배적 혹은 배타적인 방식으로 지식과 기술을 전수할 때는 문제가 되지만, 모든 학습에 유용하며 사전 지식을 활성화하고 학습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식 수여형만으로는 학업 능력 저하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 구성주의적 학습’은 교사와 학습자가 협동하여 구축한 지식과 이해를 기초로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교사는 학생들이 고차원적 사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초점을 확대하고 선지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변혁적 학습’은 지식과 권력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관한 이해와 경험 또는 지식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교사는 학생들이 사회적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질문한다. 전쟁, 폭력, 빈곤, 공해 등과 같은 문제들의 원인과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행동에 옮긴다.
Cummins는 이것을 ‘변혁적 다중문해력 교육(Transformative Multiliteracies Pedagogy)’이라고 칭하며, 매체에 지배되기 쉬운 정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문해력을 고양하고, 교재의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여 깊이 이해하고, 불평등이나 차별로 연결되는 사회적 맥락에 따른 읽기 능력(societal discourse)을 기르는 것이 변혁적 다중문해력의 목표라고 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변혁적 다중문해력 교육'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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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변혁적 다중문해력 교육’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기술적 활용 방법이나 미디어의 다양한 환경과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뿐만이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한 창작 활동 그리고 청중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혁적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불합리한 상황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동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리터러시(literacy)’는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는 문식력(文識力)이라는 모습으로 태어나서, 포노사피엔스 시대(PhonosapiensAge)라 일컬어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그 의미를 변천·확장해왔다. 하지만 글로 표현된 사유(思惟) 속에 본질에 더 가까운 ‘리터러시’ 개념이 존재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다문화 학생을 ‘문제’에서 ‘인재’로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휘할 수 있는 분별력과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행동을 독려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1] Zygmunt Bauman, Infemo e Utopia del Mondo Liquido, 『모두스 비벤디: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한상석 옮김, 후마니타스 2015.
[2]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 지표누리 「결혼이민자 수」
[3] 지난 10년간 국내 출생 2.3배, 중도 입국 1.9배, 외국인 학생은 8.6배 증가했다 (교육부 『2023 교육기본통계 조사결과 발표』).
[4] 21학년도 학업중단율의 경우, 전체 학생 중 초등학생이 0.58%, 중학생 0.54%, 고등학생 1.55%인 데 반해 다문화 학생의 경우 초등학생이 0.68%, 중학생 0.78%, 고등학생 2.05%로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대학 진학률은 40.5%에 불과하여 전체 71.5%에 비해 크게 낮다(관계 부처 합동 2023).
[5]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587만 9,768명에서 578만 3,612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교육부 『2023 교육기본통계 조사결과 발표』).
[6] 여성가족부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 『통계정보보고서』 2021.9.
[참고자료]
오성배, 김성식(2018) 「다문화 학생의 학업성취 실태와 영향 요인 탐색」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교육논총』 38(2), 215-234,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이민철, 조현구 「교육데이터를 통한 다문화 교육정책 평가-다문화청소년패널조사와 아동청소년패널데이터를 중심으로」 『민족연구』 82(2), 215-234, 사단법인 한국민족연구원.
Cummins, J.(2009). Transformative Multiliteracies Padagogy: School-based Strategies for Closing the Achievement Gap. Multiful Voices for Ethnically
Diverse Exceptional Learners 11(2) 3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