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의 팩트체크 현황 및 전망이 한 자리에

|글. 심재웅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지난 9월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제 1회 ‘서울 팩트체크 포럼’이
개최되었다.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국민적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이에 미국, 싱가포르, 태국의
팩트체크 현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서울에서 열렸다.
미디어 이용자에겐
초미의 관심사를 다룬만큼
뜨거웠던 발제와
토론의 현장을 다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46개국 중 9위에 해당할 만큼 인터넷 허위정보에 관한 우려가 매우 큰 국가다. 이용자의 66%가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사실 여부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전통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응답자의 우려 비율이 59%인데 반해 디지털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응답자의 우려 비율은 80%다. 이런 가운데 팩트체크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방법으로 인식된다. 한국언론학회와 YTN은 주요 국가의 팩트체크 사례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제1회 서울팩트체크 포럼(Seoul Fact-Check Forum)을 개최했다.

세계 각국의 팩트체크 현황을
공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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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에는 앨런 스타비스키(Alan Stavisky) 미국 네바다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교수와 윤기웅(Giwoong Yun) 교수, 브라이언 두건(Brian Duggan) 네바다 공영방송국 국장, 정연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교수, 까시티폰 푸파라다이(Kasititorn Pooparadai) 태국 디지털경제진흥원 박사, 이경락 YTN 저널리즘 연구소 소장 등 팩트체크 분야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발표 1) 미국 저널리즘의 팩트체크 역사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소위 가짜뉴스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팩트체크의 중요성에 관한 관심도 집중됐다. 앨런 스타비스키 교수는 ‘미국 저널리즘 팩트체크 역사’라는 발표에서 팩트체크의 초기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AP통신사는 1846년 창립부터 사실 우선주의(fact first)를 전면에 내세웠다. AP의 사실 우선주의는 허위정보와 편파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현재까지 정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1912년 《뉴욕 월드(New York World)》는 정확성과 공정성 부서(Bureau of Accuracy and Fair Play)를 만들면서 오류와 의도적인 허위정보를 찾아내는 사후교정을 수행하는 초기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7년 포인터 연구소(Pointer Institute)는 선출된 공직자나 기타 인물들의 주장에 대한 정확성을 진실 미터기(Truth-O-Meter)로 평가하는 폴리티팩트(PolitiFact) 사이트를 통해 사실확인 보도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다. 스타비스키 교수는 오늘날 팩트체크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국 팩트체크란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 철저한 보도, 명확한 글쓰기와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발표 2) NPR 방송국이 미국 정치 보도를 위해 팩트체크를 활용하는 방법

브라이언 두건 국장은 미국 공영미디어(NPR)의 팩트체크 사례를 소개했다. NPR은 2004년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들 간의 토론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팩트체크(Fact Check)’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프로그램 이름은 ‘Fact Check: Cheney-Edwards Debate’였다. 20년 전 대선에서는 정치인의 발언에 강력한 규범이 존재했고, 미국인들은 전통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또한, 저널리즘은 양측의 입장을 고르게 보도하는 객관성 윤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규범을 깨는 정치인들이 일반화되고, 소셜미디어의 부상과 지역신문의 쇠퇴로 수용자가 분열됐다. 객관성 및 양측 보도 접근법에 대한 언론인들의 회의적 인식과 태도가 커졌다.
두건 국장은 이런 상황일수록 팩트체크가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언론인들이 일관되게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지적해 자신의 발언이 항상 검증받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팩트체크를 거짓에 대한 끝없는 싸움에 필수적인 도구라고 평가한다. 이번 미국 대선 첫 토론에서 트럼프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언급했다. NPR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이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를 수행했다. 시청자들도 함께 팩트체크에 참여했다. NPR의 실시간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정치인은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모든 발언과 이슈를 신속하게 검증하고 그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함으로써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시청자의 우려를 줄이고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발표 3) 오정보/ 허위정보에 대한 소셜미디어 정책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윤기웅 교수는 메타(Meta)의 오정보/허위정보 정책에 관해 소개했다. 그는 메타가 정교한 정책을 토대로 허위조작정보를 방지하기 위한 실천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타의 투명성 리포트는 현재의 정책이나 그동안 바뀐 정책 등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준과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임박한 위협, 신체적 피해, 민주적 정치 과정에 대한 방해와 관련한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한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메타의 정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메타는 표현, 안전, 존엄성, 진정성, 사생활 보호 등을 고려해 다양한 유형의 허위조작정보에 맞게 대응을 설계한다. 어떤 과학적 사실도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고, 그에 맞춰 대응 역시 바뀌어야 하므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금지 목록을 분명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대신 균형 잡힌 접근(balanced approach)을 강조한다. 모든 허위조작정보에 대처하기보다는 바이럴 콘텐츠, 즉 입소문을 타고 확산하는 허위조작정보 중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해가 될 수 있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타의 정책 기저에는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극대화함으로써 허위조작정보를 압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돼 있다. 메타는 사기업이 진실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국제 팩트체크 네트워크(IFCN)를 제3자 팩트체크 기관으로 두고 협력하고 있다. 한편, 윤 교수는 빅테크 기업의 자율규제에 내재한 문제점도 제시했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사회적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큰 사용자의 게시물을 내버려 두거나, 반대로 표현의 자유 아래 적법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의사 표현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콘텐츠 중재(contents moderation)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표 4) 진정성 및 허위정보: 싱가포르는 디지털 시대에 가짜뉴스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정연보 교수는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짜뉴스방지법(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Act)을 토대로 싱가포르의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정보통신부(Ministry of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에서 총괄하는 이 법은 싱가포르 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실과 다른 진술이 전달되었거나 전달되고 있는 경우와 해당 명령 발행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때만 적용된다. 이 법의 기본 취지는 강한 법적 장치를 통해 가짜뉴스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보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며,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하지만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축이나 검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의미에 대한 정의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강하다. 정보통신부는 이런 우려로 인해 시정이나 정정 명령을 웹사이트에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시정·정정 명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정보통신 미디어 개발청(IMDA)을 통해 접근 차단 명령을 내린다. 온라인 플랫폼이 6개월 동안 3번 이상 가짜뉴스방지법 명령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그 온라인 위치가 지정될 수 있다(Declared Online Locations). 이렇게 되면 해당 플랫폼은 허위정보 전달 이력을 표시해야 하며, 운영자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서비스 제공자는 유료 콘텐츠가 싱가포르 내에서 전달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정 교수는 강력한 정부의 규제와 함께 국민의 팩트체크 능력 함양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리 유해 정보에 노출되어 선제적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프리 번킹(Pre-bunking)을 예로 들었다. 또한, 이용자도 정보 공유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 5)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태국 정부의 선제적 정책

까시티폰 푸파라다이 박사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태국의 상황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소개했다.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해 태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 기구는 디지털 경제사회부(Ministry of Digital and Society)로 산하에 가짜뉴스방지센터(Anti-Fake News Center), 온라인 신고 센터(Online Fraud and Complaint Center), 온라인 사기방지 운영 센터(Anti-Online Scam Operation Center)를 두고 있다. 가짜뉴스 방지센터는 온라인에 게시된 뉴스 모니터링 및 정보 확인과 수정,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올바른 정보 전달, 가짜뉴스 및 출처를 수신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제공, 300개 이상의 정부 및 비정부 기관과 데이터 검증 협력, 센터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미디어 이해 증진 활동을 담당한다. 온라인 신고 센터는 1212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불법 웹사이트, 온라인 거래, 사이버 위협 관련 문제에 대한 상담 제공, 관련 신고나 문의를 접수한다. 온라인 사기방지 운영 센터는 1212 핫라인을 24시간 100개 회선으로 운영한다. 모든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고 잠재적 위협을 식별해내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관련 기관과 협력해 체포, 기소, 수사를 확대하는 역할 및 각종 온라인 범죄와 사기 예방 교육을 담당한다.
태국은 가짜뉴스를, 사람들이 오도하거나 국가 이미지를 손상하는 모든 온라인 콘텐츠로 다소 폭넓게 정의한다. 강력한 정부의 규제와 함께 느슨한 범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태국 정부의 콘텐츠 삭제 및 정보제공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왕실 비판 금지 법률을 근거로 요청이 이뤄지며 구글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콘텐츠 삭제의 주요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발표 6) AI를 활용한 팩트체크의 전망

이경락 소장은 ‘AI를 활용한 팩트체크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팩트체크가 하나의 기획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저널리즘 수행의 가장 기초적인 사실확인 절차를 팩트체크로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팩트체크는 시민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과 팩트체크 교육의 활성화, 취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뤄진 사실 확인이 팩트체크 시스템을 통해 체계화되어야 하고, 정치·경제·사회 이슈에 대한 검증으로서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저널리즘 영역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사실 검증 활성화 및 AI를 중심으로 한 검증 기술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성형 AI를 검증에 이용할 경우 신뢰도 높은 출처를 인용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고, 검색증강생성을 활용해 신뢰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사실관계들을 학습 데이터로 축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제는 개별 언론사 차원을 넘어 취재 현장에서 팩트체크 효율성을 높이고 검색증강생성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은 유독 신뢰도가 낮은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언론의 신뢰도 제고와 객관적인 보도의 확산을 위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정책과 함께 포럼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이용자의 팩트체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 정보출처를 평가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또한, 허위정보가 확산하는 이유,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이해,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온라인 팩트체크 도구에 대한 이용 역량을 높이는 워크숍과 프로그램이 충분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높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과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